이렇게 숨쉬기 어려울 만큼 덥고 습한 때는 차가운 음료수, 달콤짭짤한 팝콘, 그리고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영화가 최고다. 액션 블록버스터가 여름 극장가를 점령하며 더위로 무기력해진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펌핑하는 동안, 한발 빠른 영화계는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말부터 베니스와 토론토 영화제가 열리면서 본격적인 ‘시상식 시즌’이 시작된다. TV 업계도 기자 연합 간담회를 개최해 가을 정규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몸은 지치지만 팬심은 쌩쌩했던 지난 한 주 동안 나왔던 말들을 살펴본다.


감독이 여성이라서 영화를 선택해야 한다면 내 직업을 바꾸겠다.
- 알베르토 바르베라(베니스 영화제 예술 감독)

8월 29일 개막하는 베니스 영화제 초청작이 발표됐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퍼스트 맨>이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거장과 신예, 할리우드와 다른 지역의 영화들이 골고루 라인업을 채웠다. 칸 영화제와의 갈등으로 출품 자체를 취소했던 넷플릭스 작품이 모두 6편이나 진출해, 영화 산업이 변화하는 물결에서 베니스는 칸과 다른 입장을 취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 공식 선정된 영화 70편 중 여성 감독 작품은 15편 뿐이며, 경쟁 부문 후보 20편 중 여성 감독의 작품은 제니퍼 켄트 감독의 <나이팅게일>이 유일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베니스에서 여성 감독 작품이 경쟁 부문에서 거의 배제된 것. 영화제의 다른 심사 부문이나 비슷한 시기 개최되는 토론토 영화제가 여성 감독 작품을 전체 1/3 이상으로 채우는 것과 대조되어, 영화 산업 내 성평등 이슈가 뜨거운 상황에서 뭇사람들의 의아함을 자아냈다.
베니스 영화제 예술 감독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영화제 측이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바르베라는 “감독이 여성이라서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 날이 온다면 내 직업을 바꾸겠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영화의 평가 기준은 감독의 성별이 아니라 영화의 퀄리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된 1650편 중 여성 감독 작품은 약 21%로 현저히 적다. 바르베라 감독은 여성 감독의 영화를 제작하지 않는 시스템 자체의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엔 영화제는 영화 생산 과정의 후반부에 위치하고 있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 거액 계약은 HBO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 케이시 블로이스(HBO 편성부문 사장)

미국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곳은 타임워너 자회사 HBO다. 그동안 ‘양보다 질’을 외치며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한 HBO도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화제성에서 앞서 가면서 전략 수정과 조직 개편도 불가피해졌다. HBO의 제작/편성을 책임지는 케이시 블로이스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AT&T와의 합병으로 HBO도 질만큼 양을 따지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 암시했다. HBO가 그동안 제작해 왔던 수준 높은 콘텐츠를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만들게 될 것이라 밝힌 것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넷플릭스가 라이언 머피, 숀다 라임스 등 유명 TV 프로듀서들과 계약을 맺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그는 HBO는 언제나 사람이 아닌 작품을 우선으로 보며, 대형 프로듀서들에게 거액을 배팅하는 전략은 “HBO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HBO가 아무리 조직이 커지고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한다 해도 넷플릭스만큼 콘텐츠를 많이 만들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영화를 많은 사람이 보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 데이빗 린드 (파티시펀트 미디어 CEO)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 <로마>는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서 공개된다.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넷플릭스 제작 영화의 경쟁부문 진출을 금지하자 아예 출품 자체를 취소했었다. 쿠아론은 <그래비티> 등 ‘영화적 경험’을 극도로 끌어올린 작품을 만들어 온 필름 메이커로, <로마> 또한 65mm 필름으로 촬영된 ‘극장 최적화’된 영화다. 그래서 왜 쿠아론이 배급 파트너로 넷플릭스를 선택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다. 이에 대해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인 파티시펀트 미디어 CEO 데이빗 린드는 “영어로 제작되지 않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기 어려운” 영화 산업의 현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로마>는 쿠아론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영화로, 1970년대 멕시코시티의 중산층 가정과 그 집안의 가정부의 일상을 그린다. 린드는 <로마>의 주연 배우들이 무명이고 스페인어로 제작되기 때문에 배급사를 찾기 매우 어려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배급사는 ‘배우가 유명하지 않아서’ 작품을 패스하기도 했다고. 쿠아론 또한 <로마>가 흑백에 스페인어 영화라서 극장에 걸리기 어려울 수도 있음을 알았고, 그래서 넷플릭스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고려한 것이라 밝혔다. 넷플릭스는 <로마>의 전세계 배급권을 획득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극장 상영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망할 아이패드 치워요!
- 올랜도 블룸

올랜도 블룸이 연극 공연을 두 번이나 중단했다고 한다. 최근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킬러 조>를 공연 중인 그는 한 관객에게 “망할 아이패드 치워요!”라고 말하며 공연을 한 번 중단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또다시 연기를 멈추며 “아이패드 치울 때까지 기다릴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 일은 연극 평론가 마크 쉔톤이 트위터에 목격자의 증언을 업데이트하며 알려졌다. 그런데 아이패드 건은 블룸이 오해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연극을 관람하던 배우 해리 에드윈은 답글로 자신이 직접 목격한 상황을 전했는데, 블룸이 아이패드를 들여다본다고 생각했던 관객은 사실 극장 내부가 너무 더워서 아이패드에 달린 소형 선풍기를 이용했던 것이다. 극장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해당 사건은 극장 관리팀이 원활하게 처리하였으며, 장소가 협소해 전자 제품을 쓸 경우 공연에 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냥 즉흥적으로 결정한 건데요.
- 크리스토퍼 맥쿼리감독

<저스티스 리그>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연결고리를 꼽자면 헨리 카빌, 정확히는 그의 수염이다. <저스티스 리그> 재촬영 당시 <폴아웃> 촬영 중이었던 헨리 카빌이 면도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워너브라더스는 거액을 들여 카빌의 얼굴에서 수염을 모두 지워야 했다. 그렇지만 영화 속 진짜같지 않은 슈퍼맨의 얼굴을 보며 영화 팬들은 두 영화사가 수염 문제를 협의하지 못한 것에 매우 아쉬워했다. <폴아웃>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최근 트위터에서 팬들과 Q&A를 나누며 수염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카빌은 <폴아웃> 전에 촬영을 마친 <노미스>라는 영화 때문에 수염을 길렀는데, <폴아웃> 촬영 며칠 전 카빌의 모습을 보고 맥쿼리가 그 자리에서 바로 수염을 기른 채로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폴아웃>은 톰 크루즈의 부상 등 이런저런 사건으로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서 <저스티스 리그> 대규모 재촬영과 일정이 겹쳤다. 파라마운트는 <폴아웃>의 격렬한 스턴트 때문에 카빌이 가짜 수염을 붙이고 촬영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 결과물이 <저스티스 리그>의 부자연스러운 얼굴이며, 지금까지도 ‘수염 게이트(Mustache Gate)’라는 반농담 같은 이름으로 전해진다.


전속으로는 잘 썼다고 생각했어요.
- 폴 다노

<데어 윌 비 블러드>, <옥자>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인 폴 다노는 올해 <와일드라이프>로 선댄스와 칸 영화제에서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는 리처드 포드의 소설이 원작으로, 한 소년의 눈으로 가족이 붕괴되는 과정을 그린다. 다노는 10년 넘게 함께 한 파트너 조 카잔과 각본을 공동 집필했다. 다노는 최근 인터뷰에서 초고를 카잔에게 보여줬던 때를 회상했다. 카잔은 배우이자 이미 영화 <루비 스팍스>와 다수의 연극을 집필한 작가로, 다노가 <와일드라이프>를 각색한 초고를 보여주려고 했을 때 매우 열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다노는 각본을 처음 써봤지만 당시엔 “나름대로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카잔이 모든 페이지마다 피드백을 해서 돌려준 것을 보고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카잔은 다노의 반응을 보고 “그래, 뭘 어떻게 하려는지는 알겠네.”라고 답하며, 다노의 감정과 상상이 들어간 초고를 ‘촬영 가능한’ 버전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줬다. 두 사람의 노력이 담긴 <와일드라이프>는 캐리 멀리건과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 연출과 각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멋져 보이는 비결이 이거로구나 싶었죠.
- 제임스 코든

할리우드의 진정한 ‘슈퍼스타’ 톰 크루즈는 함께 일한 동료나 친한 친구들에게 케이크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뱀파이어의 인터뷰> 동료 배우인 키얼스틴 던스트는 매년 받는 케이크 선물에 ‘크루즈 케이크’라는 이름까지 붙었을 정도다. 토크쇼 호스트 제임스 코든도 그래미상 시상식 아침에 크루즈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보내줬는데, 너무 맛있게 먹어서 피팅한 턱시도가 안 맞을 뻔했다고. 크루즈와 <미션 임파서블:폴아웃>에 함께 출연한 안젤라 바셋도 크루즈가 준 케이크가 정말 맛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크루즈는 “사실 단 걸 정말 좋아하는데 영화 때문에 훈련하느라 먹을 수가 없어서 사람들에게 케이크를 보낸다.”라고 고백했고, 코든은 “본인이 멋지게 보이는 비결이 주위 사람들을 단 걸 보내 살찌우는 거 아니냐.”라고 말하며 큰 웃음을 자아냈다. 매년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크루즈 케이크’는 LA의 실력있는 베이커가 만든 코코넛 케이크라고 한다.


겨울달/에그테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