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와 얼마 전 천만영화 대열에 합류한 실사영화 <부산행>의 감독 연상호의 신작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8월 10일 언론에 첫 공개됐다. 좀비가 창궐한 서울역 앞, 집을 나와 남자친구와 여관을 전전하는 소녀 혜선(심은경)은 좀비를 피해 그 근처를 배회하고, 그녀의 아버지 석규(류승룡)와 남자친구 기웅(이준)이 혜선을 뒤쫓는 이야기다. 저예산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부산행>의 프리퀄이라는 사실과 연상호 감독의 이름값이 일찌감치 기대치를 확 높인 작품이다. 언론 시사 직후 공개된 반응들을 모아봤다.
“애니메이션은,
내가 가진 생각 중
극단적인 것들을
담아내기엔 좋은 그릇이다.
평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데,
그 중에서 극단적인 생각을
보여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애니메이션이란
도구를 사용한다”
- 연상호 감독
<서울역>은 연상호 감독의 말처럼, 그가 평소 품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줬던 세계관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작품이다. <돼지의 왕>과 <사이비> 등을 통해 '연상호의 것'이라고 일컬어져 왔던 암흑처럼 어두운 이야기는 <서울역>에서 그 정점을 보여준다. <부산행>의 과도한 신파에 실망했던 관객들은 다시 그의 이야기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집이 없는 (정확히는 집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 연상호 감독답게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이놈의 나라는 우리 같은 사람이 아무리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도 신경도 안 쓴다는 메시지. 직설적이고 거칠지만 그래서 더 연상호 감독의 색깔이 드러나는 영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나는 좋았다. (후반부는 정말 충격...)
-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서울역>의 세계관은 <부산행>보다 비관적으로 보일 수 있다. <부산행>의 경우 영화 안에서 열린 결말을 통해 희망을 남겨뒀다면, <서울역>은 그러한 낭만의 여지를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다.
-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서울역>은 좀비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것을 <부산행>보다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서울역>에서는 <부산행>의 아버지 공유, 마동석과 같은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엔 공포의 대상이 좀비에서 인간으로 뒤바뀌어 있다.
- 마이데일리 김나라 기자
이 사회를 살면서 느끼는 것과
현 사회의 지배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게 '서울역'이라면
'부산행'은 이래야 되지 않냐
하는 당위라고 생각한다.
그런 두 관점에서 만들었다.
-연상호 감독
<부산행>을 향한 불만 중 하나는 이야기가 다소 불친절하다는 점이었다. 좀비가 창궐한 이유나 바깥 세상의 상황 같은 게 배제돼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서울역>에 대한 기대는 <부산행>에서 보이지 않았던 자세한 설명을 이번엔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 큰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역>은 그런 전사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데엔 러닝타임을 할애하지 않는다.
<부산행>의 비밀은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 건 <서울역>이다. 과연 진짜 좀비는 누구냐고 말이다.
.... 가장 궁금증을 자아냈던 ‘부산행’에서 열차에 올라탄 최초 감염자(심은경)와 ‘서울역’의 가출소녀 혜선(심은경)은 정확히 이어지는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혜선과 혜선을 찾아 나선 아버지 석규(류승룡), 남자친구 기웅(이준)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역 노숙자로부터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을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 헤럴드POP 이소담 기자
전시 녹음 작업이라고 해서,
우리가 녹음을 했을 땐
애니메이션이 완성된 게 아니고,
간단한 콘티가 완성된 상태였다.
그걸 보고 연기를 먼저 했다.
입모양을 맞춘다거나 그런 생각 대신
혜선 캐릭터의 감정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서 연기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내가 걱정했던 목소리 연기에 대한 우려가
연출 방식 덕분에 사라졌다
-배우 심은경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은 대개 성우가 아닌 배우들에게서 목소리를 빌려왔다. 이번엔 류승룡, 심은경, 이준 세 배우가 주인공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반응은 좋은 편이다. 세 배우 각자 평소 보여준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해 극단에 상황에 놓인 <서울역> 속 인물들의 리얼리티를 살렸다는 평이다. 기웅 역의 이준의 연기에 대한 평이 특히 좋다.
더빙을 맡은 배우들은 실사 영화 못지 않게 제몫을 해냈다. 거리로 내몰린 소녀 혜선 역을 맡은 심은경은 '부산행'에서 보여준 좀비 연기를 뛰어넘는 더빙 연기를 보여준다. 재난의 상황 속 딸을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선 아버지 석규 역을 맡은 류승룡은 소름끼치는 연기력으로 '명품 배우'의 가치를 보여주며 이준 역시 여자친구를 보호하는 남자친구 기웅 역으로 성우와 구분할 수 없는 능숙한 더빙 능력을 발휘했다.
- OSEN 정유진 기자
그 중에도 이준의 열연은 눈에 띈다. 혜선의 남자친구 기웅 역을 맡은 그는 극 초반 혜선을 성매매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찌질함부터, 서사가 진행될수록 여자친구를 지키려 노력하는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겁에 질린 상황에서 현장감을 더하는 떨리는 목소리에 감탄이 쏟아진다.
- 싱글리스트 신동혁 에디터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