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겐 방학으로, 직장인들에겐 휴가로 달콤한 휴식의 상징인 여름. 하지만 영화계는 여름이 되면 더 바빠진다. 이른바 ‘텐트폴 무비’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 ‘텐트폴 무비’는 투자배급사가 흥행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들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최고 기대작 정도가 되겠다. 극장가 최고 성수기인 여름, 텐트폴 무비의 성패는 각 회사의 향후 계획을 바꿀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지난여름에는 어떤 영화들이 성공했었을까. 10년 전인 2008년 여름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 이하 내용은 해당 연도 7~8월 개봉작 중 한국 4대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의 개봉작을 다룬다.


2008년 여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7월 17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님은 먼 곳에 (7월 24일 개봉, 쇼박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7월 31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

당시만 해도 8월보다는 7월에 주력했다. 학생들의 방학을 염두했을 수도, 지금보다 짧았던 여름 때문일 수도 있겠다. CJ엔터테인먼트는 200억을 들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717일 개봉하며 극장가를 선점했다. 이에 쇼박스는 724<님은 먼 곳에>, 롯데엔터테인먼트는 731<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개봉했다. 668만 명을 동원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승자처럼 보이지만, 총 제작비를 생각하면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은 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도 비슷한 신세였고, <님은 먼 곳에>는 아예 손익분기 돌파에 실패했다. 최후의 승자? 아마도 <다크 나이트>가 아니었을까. NEW는 이 해 설립돼 개봉작이 없다.


2009년 여름
킹콩을 들다 (7월 1일 개봉, NEW)
차우 (7월 15일,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운대 (7월 22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국가대표 (7월 29일 개봉, 쇼박스)

NEW<킹콩을 들다>로 여름 시장을 열었다. 텐트폴 무비는 아니지만, 처음으로 여름 시장을 노려 개봉한 작품이니 기억할 만하다. 흥행은 실패했지만. 이후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차우>, CJ엔터테인먼트에서 <해운대>, 쇼박스에서 <국가대표>를 개봉했다. 일주일 간격을 두고 차례로 개봉한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은 <해운대>. 1145만 명 동원으로 천만 돌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각각 괴수, 스키점프라는 다소 생소한 소재를 다룬 <차우><국가대표>는 희비가 엇갈렸는데 차우는 180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에 못 미쳤고 <국가대표>는 감독판까지 개봉하며 848만 명을 동원했다.


2010년 여름
포화 속으로 (6월 16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끼 (7월 14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7월 28일 개봉, NEW)
아저씨 (8월 4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악마를 보았다 (8월 12일 개봉,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조금 이르게 영화를 개봉했다. 616일 개봉한 <포화 속으로>338만 명을 모았다. 이후 7월 중순, CJ엔터테인먼트가 <이끼> 개봉하면서 여름 시장이 열렸다. NEW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을 개봉했는데, 역시 텐트폴 무비라기엔 큰 규모의 영화가 아니었으나 160만 명을 모은 전작에 비해 87만 명이란 반 토막 성적을 거뒀다. CJ엔터테인먼트가 <이끼> 이후 <아저씨>를 개봉했다. <이끼>340만 명을, <아저씨>는 628만 명을 동원했다. 그다음 주 쇼박스가 <악마를 보았다>를 개봉했는데, <아저씨>와 같이 청소년 관람불가였으나 더 유혈 낭자한 이야기로 호불호가 갈려 184만 명에서 만족해야 했다. 최종 승자는 CJ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천만 관객 돌파가 화제인 지금 보기엔 조금 소소하다고 느껴지기도.


2011년 여름
고지전 (7월 20일 개봉, 쇼박스)
퀵 (7월 20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마당을 나온 암탉 (7월 28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
7광구 (8월 4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최종병기 활 (8월 10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
블라인드 (8월 10일 개봉, NEW)

CJ엔터테인먼트가 <>을 먼저 꺼내들었다. 그리 많은 기대를 받은 작품은 아니었으나 가볍게 즐길 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게 딱이었다. 312만 명을 돌파했다. CJ엔터테인먼트가 즐겁게 웃으며 시작한 여름 극장가, 하지만 8월 초 ‘진짜 텐트폴 무비’였던 <7광구>가 혹평 속에서 고작 224만을 동원해 간신히 한숨 돌린 신세가 됐다. 쇼박스는 한국전쟁을 그린 <고지전>을 내놨는데, 결과는 294만 명을 기록했다. 의외의 성적을 거둔 건 롯데엔터테인먼트와 NEW다. 롯데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과 영화 <최종병기 활>을 준비해 각각 220, 747만 명을 돌파해 최고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NEW<블라인드>236만 명을 동원, 손익분기점인 140만 명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2012년 여름
연가시 (7월 5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도둑들 (7월 25일 개봉, 쇼박스)
나는 왕이로소이다 (8월 8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8월 8일 개봉, NEW)
이웃사람 (8월 22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

느긋하게 텐트폴 무비를 개봉하던 CJ7월 초 <연가시>로 포문을 열었다. 451만 명을 돌파하며 기분 좋은 성과를 얻었다. 7월 말, 쇼박스가 <도둑들>을 개봉했다. 개봉 전부터 스타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았고, 영화 자체도 즐길거리가 충분해 1298만 명을 동원했다. 이후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나는 왕이로소이다>NEW<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같은 날 개봉해 경쟁을 벌였는데, 79만 명과 490만 명이란 판이한 결과를 남겼다. 그나마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여름 막바지에 개봉한 <이웃사람>243만 명을 동원, 손익분기점을 넘긴 걸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2013년 여름
감시자들 (7월 3일 개봉, NEW)
미스터고 (7월 17일 개봉,쇼박스)
설국열차 (8월 1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더 테러 라이브 (7월 31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
숨바꼭질 (8월 14일 개봉, NEW)

7월 초가 명당인 걸까. NEW<감시자들>을 일찌감치 개봉, 550만 명 돌파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어 개봉한 영화는 쇼박스의 <미스터 고>CJ엔터테인먼트의 <설국열차>. 각각 한중 합작, 글로벌 프로젝트여서 화제를 모았는데 <미스터 고>는 고작 132만 명에서 관객들의 발길이 끊겼고 <설국열차>934만 명을 동원했다. 물론 두 영화는 해외에서도 개봉했으니 이것만으로 성패를 가를 수는 없었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설국열차>라는 게 명백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더 테러 라이브>, NEW<숨바꼭질>을 개봉했는데 둘 다 스릴러 장르의 맛을 탁월하게 살려 호평과 흥행 모두 잡았다. <더 테러 라이브>558, <숨바꼭질>560만 명을 달성했다.


2014년 여름
신의 한 수 (7월 3일 개봉, 쇼박스)
군도 (7월 23일 개봉, 쇼박스)
명량 (7월 30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해적: 바다로 간 산적 (8월 6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
해무 (8월 13일 개봉, NEW)

쇼박스가 <신의 한 수>를 개봉해 356만 명을 보았다. 바둑이란 소재를 액션과 접목시킨 신선함으로 청소년 관람불가의 한계를 돌파한 셈. 반면 <군도: 민란의 시대>는 초반 흥행 속도에 비해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려 손익분기점인 477만 명에서 만족해야 했다. 사실 이 뒷심 부족CJ엔터테인먼트가 내민 <명량>의 영향력 때문이기도 하다. 최민식이 이순신을 연기한다는 화제성과 극장가의 물량 공세에 <명량>1716만 명을 돌파, 역대 관객 수 1위를 차지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적: 바다로 산 산적><명량>과 비슷한 해상전에 코미디를 엮어내 866만 명을 모았다. NEW<해무>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두 영화에 비해 장르적 재미나 홍보 포인트를 잡지 못해 입소문을 타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이 300만 명인데 반해 147만 명을 동원했다.


2015년 여름
손님 (7월 9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암살 (7월 22일 개봉, 쇼박스)
베테랑 (8월 5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협녀, 칼의 기억 (8월 13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
뷰티인사이드 (8월 20일 개봉, NEW)

기적의 쌍천만이 탄생한 해. CJ엔터테인먼트의 <손님>은 손익분기점의 절반에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딱 한 달 뒤 <베테랑>이 그 모든 걸 무마했다. 쇼박스가 <도둑들>에서 함께 했던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1270만 명을 동원해 여름 시장의 승자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베테랑>이 곧바로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더니 1341만 명을 모으며 최종 승자로 등극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텐트폴 무비 대신 개봉을 미뤄뒀던 <협녀, 칼의 기억>을 꺼내들었는데 당시 배우의 스캔들에 완전히 묻히고 말았다. NEW<뷰티 인사이드>라는 다소 작은 규모의 영화로 여름 시장을 찾았는데, 관객 수 205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2016년 여름
봉이 김선달 (7월 6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부산행 (7월 20일 개봉, NEW)
인천상륙작전 (7월 27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덕혜옹주 (8월 3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
터널 (8월 10일 개봉, 쇼박스)

지난해에 이어 CJ엔터테인먼트가 <봉이 김선달>로 시작을 알렸다. 205만 명을 동원했지만, 손익분기점이 300만 명이었으니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NEW<부산행> 개봉 이후 본격적인 텐트폴 무비 경쟁이 시작됐다. <부산행>은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임에도 화려한 캐스팅과 한국 사회에 좀비를 접목한 내용으로 1156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 CJ엔터테인먼트의 <인천상륙작전>,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덕혜옹주>, 쇼박스의 <터널>이 줄줄이 개봉했다. 각각 704만 명, 559만 명, 712만 명을 동원하며 이 영화들 모두 사이좋게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덕혜옹주>는 흥행 실패를 거듭하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여성 원톱 영화로 여름시장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것이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7년 7월
군함도 (7월 26일 개봉, CJ엔터테인먼트)
택시운전사 (8월 2일 개봉, 쇼박스)
청년경찰 (8월 9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
장산범 (8월 17일 개봉, NEW)
브이아이피 (8월 23일 개봉,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의외에 의외를 거듭한 2017년 여름. 스타 캐스팅, 실제 역사 소재,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 <군함도>는 실패할 수 없는 영화처럼 보였고, 659만 명을 동원했으니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700만 관객 동원이 손익분기점이었으니 적잖은 실패인 셈. 반면 직후 개봉한 <택시운전사>1218만 명을 동원, ‘천만 클럽에 이름을 올려 배우 송강호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굳히는 데 성공했다. 다소 진지한 역사 소재 영화 틈에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청년경찰>은 오락성을 내세워 565만 명을 모았다. NEW<숨바꼭질>로 의외의 성적을 거둔 허정 감독의 차기작 <장산범>을 선보였지만, 130만 명이란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밀정>으로 한국 영화 제작, 투자에 뛰어든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브이아이피>로 처음 여름 극장가 시장에 나섰지만 137만 명에 만족해야 했다.


2018년 여름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신과함께-인과 연>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에서 제작, 배급한 <인랑>100만 명도 동원하지 못한 채 씁쓸하게 퇴장했고, CJ엔터테인먼트의 <공작>NEW<목격자>가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마약왕>을 꺼내들 것으로 예상되었던 쇼박스는 개봉도 미루며 여름 극장가 싸움에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