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가끔 이런 문구를 만날 때면 허풍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가끔, 정말 영화만큼, 혹은 그 이상 극적인 실화들이 있기도 하다. 특히 정보를 가지고 미지의 대상을 상대해야 하는 첩보전은 더 그렇다. 8월 8일 개봉한 <공작>처럼 영화로 만들어진 ‘더 영화 같은 실화‘ 첩보 영화들을 소개한다.

공작

감독 윤종빈

출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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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첩보 활동 실화 영화들

스파이 브릿지 Bridge of Spies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출연 톰 행크스, 마크 라이런스, 오스틴 스토웰|2015|141분
1957년, 미국은 소련의 스파이 루돌프 아벨(마크 라이런스)을 생포한다. 변호사 제임스 브릿 도노번(톰 행크스)은 모두에게 평등한 변론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루돌프의 변호를 자처한다. 사회적 반공 분위기 속에서 압박받던 제임스는 CIA 스파이가 소련에 생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루돌프와 CIA 요원 맞교환 협상에 나선다. 제임스 도노번 본인이 집필한 <다리 위의 낯선 사람들(Strangers on a Bridge)>을 토대로 코엔 형제가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거기에 스필버그가 실화 속 장소를 고스란히 영상에 담는 등 시대상과 실제 사건을 철저하게 재현했다. <스파이 브릿지>는 당시 스필버그를 하락세라고 보던 평론가들조차 '거장이 돌아왔다, 부활했다'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호평 세례를 받았다.

스파이 브릿지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행크스, 마크 라이런스, 에이미 라이언, 오스틴 스토웰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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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 Argo
감독 벤 애플렉|출연 벤 애플렉, 존 굿맨|2012|120분
1979년, 이란 테헤란에서 일어난 시위로 미국 대사관 직원 6명이 고립됐다. CIA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구출 전문 요원 토니 멘데스(벤 애플렉)에게 작전을 맡긴다. 토니는 아들이 보던 SF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 제작진으로 위장, 테헤란에 투입된다. 벤 애플렉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아르고>는 유혈사태 없이 임무를 완수한 토니 멘데스의 실제 작전을 토대로 한다. 작전 성공으로 토니는 CIA 훈장을 수여 받았는데, 정작 이 작전은 1997년에서야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2013년 85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석권한, 벤 애플렉 ‘감독’의 최고작이다.

아르고 작전은 빌 클린턴 정부 때 실체가 공개되고, 그제야 토니는 CIA가 보관하던 훈장을 돌려받았다.

아르고

감독 벤 애플렉

출연 벤 애플렉, 존 굿맨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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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치 Breach
감독 빌리 레이|출연 크리스 쿠퍼, 라이언 필립, 로라 린니|2007|110분
미국도 참 대단하다. 이런 ‘흑역사’까지 영화로 만든 걸 보면. <브리치>는 20년간 미국의 기밀 정보를 러시아 정보기관 KGB에 유출시킨 FBI 요원 로버트 핸슨을 다루고 있다. 적국에 기밀 자료를 넘긴 요원을 잡기 위해 FBI는 4개월간 비밀 수사를 벌여야 했고, 정보를 넘기는 현장에서 그를 체포했다. <브리치>는 이 사건을  신입 FBI 요원 에릭 오닐(라이언 필립) 중심으로 극화했다. 만장일치 명작은 아니지만, FBI의 허가를 받아 실제 FBI 건물 부근에서 촬영하는 등 미국의 정보기관을 훔쳐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영화다. 

실제 로버트 핸슨 / 라이언 필립과 실제 에릭 오닐
브리치

감독 빌리 레이

출연 크리스 쿠퍼, 라이언 필립, 로라 리니

개봉 200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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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흔든 여성 첩보원들

마타 하리 Mata Hari
감독 조지 피츠모리스|출연 그레타 가르보, 라몬 노바로|1932|91분
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마타 하리. 마타 하리는 세계 1차 대전 당시 유명했던 댄서로, 연합군과 독일군 사이의 이중첩자로 알려져있다. 그가 실제로 이중첩자인지는 지금도 명확한 증거가 없지만, 마타 하리의 ‘미녀 댄서이자 첩보원’이란 이미지는 이후 첩보물 속 여성캐릭터의 원형이 됐다. 1931년 조지 피츠모리스가 연출한 <마타 하리>는 희대의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가 마타 하리 역을 맡았다. 실화보다는 픽션으로 채워진 영화지만, 그레타 가르보가 36살에 배우 은퇴를 선언했고, 마타 하리가 41살에 총살형으로 사망한 것을 생각해보면 참 절묘한 캐스팅이다.

유명한 댄서였기에 마타 하리의 사진은 지금도 남아있다.
마타 하리

감독

출연 그레타 가르보

개봉 193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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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북 Zwartboek
감독 폴 버호벤|출연 캐리스 밴 허슨, 세바스티안 코치, 돔 호프먼|2006|134분
제2차 세계대전, 레이첼(캐리스 밴 허슨)은 독일군 장교에게 접근해 기밀을 빼 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독일군 장교 문츠(세바스티안 코치)의 연인이 돼 임무를 수행하는 레이첼. 문츠는 레이첼이 적군의 스파이임을 알게 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폴 버호벤 감독의 <블랙북>은 실존 인물이 아닌 실제 사건들을 엘리스와 문츠라는 인물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켰다. 할리우드에서 <쇼걸>, <할로우맨>으로 씁쓸한 실패를 맛봤던 버호벤이 모국 네덜란드에서 6년 동안 준비해 내놓은 영화로, 그의 주특기인 에로티시즘과 인간에 대한 시각이 잘 녹아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블랙북

감독 폴 버호벤

출연 캐리스 밴 허슨, 세바스티안 코치, 돔 호프먼

개봉 2006 네덜란드, 영국,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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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버터플라이 M. Butterfly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출연 제레미 아이언스, 존 론|1993|101분
북경의 프랑스 대사관에서 일하는 르네 갈리마르(제레미 아이언스)는 송 릴링(존 론)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릴링은 르네가 가진 기밀 서류를 위해 접근한 중국의 첩보원이었고, 20년간 두 사람의 동거생활이 지속된다. 훗날 릴링이 남자였음이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건이 됐다. 버나드 브루시코와 쉬 페이푸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데이비드 헨리 황이 희곡 <M. 버터플라이>를 집필했고, 5년 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영화화했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열연은 물론이고, 국가 기밀을 다룬 첩보극에 동성애적 코드가 결합된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충격과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동시에 안겨줬다.

M. 버터플라이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출연 제레미 아이언스, 존 론

개봉 199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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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첩보 실화들

뮌헨 Munich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출연 에릭 바나, 다니엘 크레이그, 시아란 힌즈|2005|163분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살해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검은 9월단'에게 복수하기 위해 요원들을 보낸다. 에브너(에릭 바나)를 포함한 요원들은 검은 9월단을 살해하면서 본인들도 암살 위기에 놓인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뮌헨>은 163분간 민족 간의 갈등과 그 사이 위험에 노출된 개인을 포착한다. 사선을 넘나드는 와중에도 정적인 첩보전과 서서히 삶을 잃어가는 첩보요원을 이만큼 소름 끼치게 표현한 영화도 찾기 힘들다. 영화가 끝나면 포스터를 바라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이다.

뮌헨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에릭 바나, 다니엘 크레이그, 시아란 힌즈, 마티유 카소비츠, 한스 지쉴러, 제프리 러쉬, 아예렛 주러

개봉 200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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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게임 Fair Game
감독 더그 라이만|출연 나오미 왓츠, 숀펜|2010|108분
이라크전을 명분 없는 전쟁이라고 주장한 조 윌슨(숀 펜). 한 언론 매체는 칼럼을 통해 조 윌슨의 아내 발레리 플레임(나오미 왓츠)이 CIA 비밀 요원임을 공개한다. 언론사가 국가 첩보원의 신분을 공개한 초유의 사태, 2005년 일어난 ‘리크게이트’ 사건이다. 리크게이트를 통해 언론과 정치계의 유착관계가 밝혀졌고, 부시 정부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페어 게임>은 리크게이트를 영화화한 사건으로 당시 사회적 배경을 뉴스와 실제 영상으로 촘촘하게 그려낸다. 첩보전보다는 첩보원 신분 유출 사태를 통해 자국의 정치 관계를 면밀히 그려낸 스릴러 영화다.

실제 발레리 플레임과 나오미 왓츠
페어 게임

감독 더그 라이만

출연 나오미 왓츠, 숀 펜

개봉 2010 미국, 아랍에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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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임&시트런 Flame & Citron 
감독 올레 크리스찬 매드슨|출연 투렌 린드하르트, 매즈 미켈슨|2008|130분
플레임과 시트런.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덴마크의 레지스탕스(저항군)로 활동한 콤비다. 나치에 협력한 인물들을 암살하는 것이 이들의 주 임무인데, 두 사람은 임무가 거듭될수록 이 일이 정말 옳은 일인지, 자신들의 삶을 살아갈 방법은 없는지 고민에 빠진다. 1천만 달러가 투입된 (덴마크 기준) 초대규모 영화답게 당시 시대상을 잘 구현했다. 비정하리만큼 거리감을 둔 연출과 그 안에서 점점 고립돼가는 두 사람의 심리 묘사가 인상적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가 된 매즈 미켈슨이 주연을 맡았다.

플레임 & 시트런

감독 올레 크리스찬 매드슨

출연 투레 린드하르트, 매즈 미켈슨

개봉 2008 체코,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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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출연 게리 올드만, 톰 하디, 콜린 퍼스|2011|127분
첩보활동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에스피오나지’ 장르의 대가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엄밀히 말하면 실화는 아니지만 MI6 요원이자 소련의 스파이였던 킴 필비와 ‘케임브리지 5인조’(케임브리지 출신의 소련 스파이 5인)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이라 현실감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실제로 존 르 카레 본인이 MI6에서 일한 경력도 있어 대다수는 실화로 알고 있기도. 그야말로 두뇌와 정보로만 사건을 접근하는 첩보활동을 그리고 있어 상당히 정적이며 각 인물들의 뉘앙스와 분위기를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출연 톰 하디, 게리 올드만,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크 스트롱, 콜린 퍼스, 스티븐 그레이엄

개봉 2011 영국, 프랑스,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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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