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서른이 채 안 된 스티븐 스필버그가 피터 벤츨리의 베스트셀러 <죠스>1억 달러란 초유의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블록버스터란 신조어를 만들어낼 때, 동시에 생겨난 게 있었으니 바로 ‘식인상어 영화’란 장르다. <죠스> 시리즈가 줄줄이 만들어지고, 각종 아류 영화들이 나오던 80년대를 지나, 암흑기였던 90년대를 거쳐, CG가 보편화되고 저렴해진 2000년대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며 기발하다 못해 엉뚱한 상상력까지 더해지며 식인상어 영화들은 여름 트렌드를 넘어 독특하게 진일보(!)해갔다.

물론 이런 영화들 때문에 상어에 대한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개체 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반응도 있지만, 푸른 바다 깊숙이 도사리고 있는 미지의 공포를 드러내기에 상어만큼 잘 어울리고 또 효과적인 동물도 없을 것이다. 아울러 괴수(호러) 영화의 영역과 재난 영화의 영역을 공유하고,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독 그 시장성이나 상업성이 도드라진 면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식인 상어 영화 <메가로돈> 개봉을 맞아 그간 공개된 이 장르만의 오싹하고 시원한 영화음악들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한다. 그 시초이자 전설이 된 <죠스>가 던진 충격파가 워낙 커서 이후에 나온 작품들이 다소 묻히는 경향이 있지만, 영화음악가들은 상어의 매력적인 움직임과 심해의 고립감, 부자연스럽고 먹먹한 분위기의 수중을 음악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색다른 시도들과 아름다운 멜로디, 다양한 각고의 노력들을 펼쳐왔다. 이 알려지지 않은 하부 장르 음악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기 바란다.


죠스 (1975)
음악: 존 윌리엄스

식인 상어 영화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고전이자 바이블이고, 단연 모범 답안으로 뽑을 수 있는 걸작으로, 영화는 안 봤어도 음악은 알고 있을 만큼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다.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한 역대 최고의 영화음악에 당당히 6위에 올랐고, 존 윌리엄스에게 두 번째 아카데미상을 선사했다. 스필버그가 윌리엄스와 음악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피아노 건반 두 개만 두드려서 처음엔 농담하는 줄 알았다고 했지만, 결국 이 음악이 영화의 반을 차지한다고 인정했던 만큼 전설적인 테마이기도 하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4악장의 처음을 연상케 하는 이 마성의 음악은 역사상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무섭고 긴장감 넘치는 영화음악이 되었다.

이후 3개의 속편이 더 만들어졌지만, 존 윌리엄스가 직접 참여한 2편을 제외하곤 비평적, 상업적 참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하지만 네 작품 모두 그가 만든 테마가 계속 사용되었고, ‘식인상어 영화의 상징이자 스필버그와의 오랜 협업에 대한 모든 단서가 포함된 작품으로 영화사적으로도 놓칠 수 없는 사운드트랙이다.

죠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로이 샤이더, 로버트 쇼, 리차드 드레이퓨즈

개봉 197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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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카 (1977)
음악: 엔니오 모리꼬네

<죠스>의 성공으로 급조돼 만들어진 <피라냐>나 <홀리데이 킬러>, <엘리게이터> 등의 아류작들 중 하나로 정확히는 상어가 아닌 범고래의 습격을 다룬 영화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면면은 멀쩡하나 아류작답게 극악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엔니오 모리꼬네가 담당한 서정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음악만큼은 일품이다. 범고래의 모정을 암시하는 듯한 애수 어린 멜로디와 버나드 허먼이 떠오를 정도로 스트링을 자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여성 소프라노와 초기작을 떠오르게 만드는 다양한 음향의 접목 그리고 그 시절 유행하던 라운지 사운드까지 유연하고 다채로운 접근법은 가히 대가다운 전방위적인 음악을 구사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숱한 마이너 버전 영화들을 양산하던 이탈리아와의 합작 시스템이 만들어낸 기묘한 혼종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엔니오 모리꼬네의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사운드를 만날 기회가 만들어진 셈이다. 재밌게도 <죠스>의 아류작들이었던 피노 도나지오의 <피라냐>나 스텔비오 치프리아니의 <홀리데이 킬러> 등의 음악들도 이태리 작곡가들이었고, 또 매우 인상적이었다.

올카

감독 마이클 앤더슨

출연 리처드 해리스

개봉 197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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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블루 씨 (1999)
음악: 트레버 라빈

80년대 아날로그 특효에 기댄 아류작들의 범람 때문인지, 아님 부진 때문인지 몰라도 90년대 들어 그 유행이 주춤했는데, 그 빈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딥 블루 씨>는 정석처럼 느릿한 바다 배경 영화들의 흐름을 빠른 괴수 액션물로 변주해 내 깜짝 흥행을 이룬 작품이다. CG의 발전도 한몫했지만, 한스 짐머 사단 중 한명이자 록그룹 예스를 이끌기도 했던 트레버 라빈이 맡은 강렬하고 요란한 큰 스케일의 음악의 공로도 무시할 수 없다. 마치 <아마겟돈>의 스코어를 바닷속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박력 넘치는 오케스트레이션과 락적인 스타일을 접목은 이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한 B급 정서의 영화에 독특한 활력을 부여하는데, 호쾌한 액션 스코어에 가까운 시원함을 선사한다.

바닷속의 신비스럽고도 먹먹한 분위기를 묘사하기 위해 일렉트릭 사운드와 다채로운 믹싱이 추가됐으며, 전형적인 짐머리스크에서 조금 벗어난 재미와 임팩트를 선사한다. LL Cool J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만큼 힙합과 R&B 등 블랙뮤직이 가미된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이 지루하지 않게 영화 내내 리드미컬하게 배치된 것도 장점이다.

딥 블루 씨

감독 레니 할린

출연 세프론 버로우스, 토마스 제인, LL 쿨 J, 자클린 맥켄지, 마이클 래파포트, 스텔란 스카스가드, 아이다 터터로, 사무엘 L. 잭슨

개봉 199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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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크 스톰(샤크네이도) 시리즈 (2013-2018)
음악: 라민 코우샤(1) 크리스토퍼 카노 & 크리스 라이든아워(2-6)

상어에 토네이도를 결합하면 어떨까?’라는 말도 안 되는 전제를 가지고 시작한 병맛물로, 그야말로 막 나가는 쌈마이 한 재미로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목버스터를 만들어내던 어사일럼 영화사의 최고 히트작 중 하나로 무려 6편이나 만들어졌다. 이전에는 압도적인 크기로 밀어붙이던 <메가샤크> 시리즈도 있었다. 비현실적이고 황당무계한 농담 같은 상황들이 펼쳐지는 영화이기에 음악만큼은 반대로 매우 진지하고 호쾌한 스케일을 들려주는데, 이런 목버스터에 최적화된 어사일럼 전담(?) 작곡가인 크리스토퍼 카노와 크리스 라이든아워가 시리즈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컨셉을 비슷하게 베껴내 찍어내듯 만들어지는 영화처럼 음악 역시 정형화된 스타일과 미디를 활용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주류를 이루지만, 제법 놀라운 솜씨를 들려준다.

애초 시리즈의 처음을 장식한 작곡가는 역시 마이너 영화계에서 데뷔했던 라민 코우샤였다. 하지만 컨셉 자체에 걷잡을 수 없는 황당함이 가미되고, 논리를 안드로메다로 보내기 시작하며, 이런(?) 종류의 영화음악을 보다 전문적으로 다뤄봤던 두 크리스 듀오에게 바통 터치됐다. 영상을 제외하고 음악만 들으면 블록버스터로 착각할 만큼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게 들린다.

샤크 스톰

감독 안소니 C. 페란트

출연 이안 지어링, 타라 레이드, 존 허드

개봉 201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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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로돈 (2018)
음악: 해리 글렉슨 윌리엄스

스티브 엘튼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한 작품으로 97년 발매되자마자 판권이 팔렸지만 20년이 지나서 몇 번의 감독 교체 끝에 완성됐다. 중국 자본이 대거 들어가며 원래 일본계로 설정된 캐릭터들이 중국인으로 바뀌었으며, 안 좋은 평가를 받은 것치고는 북미에서 꽤 좋은 흥행을 기록 중이다. 음악을 담당한 해리 글렉슨 윌리엄스는 토니 스콧의 음악적 파트너로 활동했던 영화음악가로, 일렉트릭과 심포닉 사운드를 적절히 조화시키며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지금은 존 파웰과 함께 한스 짐머 사단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성장했다. 이번 작품에선 자신이 기존에 구사하던 밋밋한 액션 스릴러 스타일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어 조금 아쉬운데, 그나마 중간중간 샤쿠하치를 활용해 동양적인 색채로 방점을 찍으며 변별점을 보인다.
 

압도적인 크기의 메가로돈을 위압감 넘치게 담아내기 위해 관현악으로 묘사해가는 건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 크게 빚지고 있지만, 과도한 일렉 비트와 엠비언트 디자인은 오히려 균형감을 해치며 조금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올해 나온 마이클 지아키노의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과 앤드류 록킹튼의 <램페이지> 음악과 비교해 봐도 재밌는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메가로돈

감독 존 터틀타웁

출연 제이슨 스타뎀, 레인 윌슨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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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트랙스 / 영화음악 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