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들이 여름 극장가를 뒤덮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개성 강한 영화들이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에디터도 관심을 갖고 이 경쟁을 지켜보다가 이 영화들을 돋보이게 하는 제작 비하인드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죠.

<터널>을 보면서 저 많은 먼지와 콘크리트 잔해물이 진짜일지 가짜일지 의심부터 했고요, <국가대표2>를 보면서는 저 거친 아이스하키 경기 촬영 장면을 찍기 위해 스탭들도 함께 빙상장에 들어가 스케이트를 타며 이동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덕혜옹주>에서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이덕혜의 단단하면서도 기품 있는 의상들은 누가 다 준비했을까? 라는 궁금증이 영화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았죠.

그래서 최고의 스탭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했던 영화 현장의 뒷이야기들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국가대표2>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관객들에게 사실적으로 전달해야 했던 촬영에 관한 뒷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야만적이면서 기술적인 스포츠"

<국가대표2>의 제작진에게는 스포츠 영화로서 아이스하키 경기가 지닌 박진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특히 촬영감독의 역할이 중요했죠. <해무>나 <곡성>과 같은 거친 영화들을 연이어 작업했던 홍경표 촬영감독에게도 (과거 <챔피언> 같은 영화의 촬영을 맡긴 했지만) <국가대표2>처럼 본격적으로 두 팀이 승부를 겨루는 경기의 촬영은 처음이었습니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연출을 맡은 김종현 감독과 함께 아이스하키라는 특수한 경기의 박진감을 누구보다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어했습니다. 실제로 아이스 하키 경기를 관람하고 관련 영화와 영상 등을 찾아본 홍경표 감독은 "야만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이 결합된" 아이스하키 경기를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스하키의 특징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아이스하키는 다른 축구나 농구처럼 선수들의 맨 몸이 직접 액션을 만들어내는 경기와 달리 두꺼운 보호장구를 뒤집어쓰고 스틱으로 퍽을 때리는 경기입니다. 그래서 홍경표 촬영감독은 이 영화의 경기 장면을 찍을 때 마치 창과 칼을 휘두르는 액션영화 찍는 마음으로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합니다. 

<국가대표2>는 촬영감독이 4명?
<국가대표2> 촬영 현장

아이스하키 경기 촬영이 어려웠던 이유는 아이스하키의 성격상 경기 흐름, 즉 선수들 간의 스피드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움직임의 속도를 도저히 카메라가 모두 따라잡아 촬영하기 어려웠던 것이죠. 게다가 양 진영 선수들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며 찍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빙판의 특수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동선의 리허설이라는 게 불가능하다시피 한 상황이었죠.

해서 홍경표 촬영감독이 생각해낸 묘안은 현실적으로 많은 카메라가 동시에 찍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촬영은 숙련된 경험자들이 한 번에 포착해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영화의 촬영감독들이 A, B, C. D캠 까지 잡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오피스>, <반창꼬>의 박용수 촬영감독,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주성림 촬영감독 등 내노라하는 전문 스탭들이 홍경표 촬영감독 밑으로 모인 것이죠. 홍경포 감독은 "덕분에 좋은 컷을 많이 건졌다"고 흐뭇해합니다.

진짜 국가대표 선수들이 등장한다

<국가대표2>는 전편에 이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창단 과정을 다루고 있죠.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삶을 담아내고자 했던 제작진은 실제 선수들을 영화에 출연시킵니다.

극중 북한팀과 중국팀으로 등장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실제 전현직 아이스하키 선수들입니다. 다가올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는 고혜인 선수 등이 실제 영화에 출연한 국가대표 선수들입니다.

또 한 가지, 홍경표 촬영감독은 실제 촬영팀 오퍼레이팅을 선수들에게 맡겨 찍기도 했습니다. 스케이트를 능숙하게 타지 못하는 제작진이 빙판장 위에서 카메라 움직임을 컨트롤 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맨이라고도 불리는 오퍼레이터는 카메라의 위치와 앵글을 잡아주는 역할로 촬영 현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위치지요.

클로즈업이 많았던 이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이 실제 아이스하키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 영상과 다른 결정적 차이는 카메라가 빙상장 안으로 들어가서 인물을 가깝게 찍는다는 점입니다.

관객은 단지 경기의 흐름만 확인하기 위해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경기의 흐름을 통해서 드라마를 전달받습니다.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해주기 위해서는 카메라가 좀 더 인물에 가깝게 다가가서 표정도 보여주고 움직임도 상세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드라마틱한 경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클로즈업이 많았던 것입니다.

한편으로 홍경표 감독은 클로즈업 장면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드라마 뿐만 아니라 멀리서 경기를 지켜보면 퍽의 움직임이나 경기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메라가 들어가야 했다고도 설명합니다.

이번 영화에서 클로즈업 장면을 촬영할 때는 보호장구가 배우들의 얼굴을 전부 가리고 있어서 배우의 눈을 찾아 찍기가 너무 어려웠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선수들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다

실제 촬영의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국가대표2>를 준비했던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 배우를 포함한 제작진 모두가 가장 어려워했던 점은 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실존인물의 삶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함이었다는군요.

홍경표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서 실제 선수들의 경기도 많이 접했고 그들이 얼마나 피땀 흘려 노력하는지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찍은 컷이 얼마나 아마추어적인 움직임이었는지, 실제 국가대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절실하게 느꼈다고 이야기해주시더군요.

아마 국내에는 아이스하키
경기 자체를 본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겁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선수들이
진짜보다 더 진짜같다고
칭찬해주더군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는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너무 기특합니다.

이 선수들이 보기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촬영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국가대표2>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를 떠나
경기 장면만큼은
재미있게 찍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 홍경표 촬영감독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