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탑동 언저리, 술집+성남시청공원
‘술 마시기 좋은 곳’을 물색하던 그들이 안내한 곳은 야탑 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이자카야였다. 곽지훈과 남궁수가 술에 취약한 관계로 주문한 소주는 대부분 박정민과 기자의 몫이었다. 야탑동 양아치들과 밤 11시까지 이어진 대화는 대개 유머와 해학으로 점철됐는데, 그 사이에서 비집고 나오는 숨겨지지 않는 우정에 흐뭇해지는 순간이 여럿 있었다.
지훈: 저는 소화기 만드는 친구고요, 얘는 소화기 파는 친구입니다.
정민: 지훈이는 제 팬클럽 우수회원이기도 해요. 팬 미팅에도 매번 와요.
지훈: 제가 펜 카페 초창기 때부터 ‘1호 팬이다’ 자처하고 다녔거든요.
정민: 이제는 팬들도 많이 알아요. 제 친구인걸.
궁수: 정민이 시사회를 갔는데 정민이만큼 얘도 유명한 거예요. 팬들이 “지훈님이다~!”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시우: 팬 미팅은 자주 하나요?
정민: 1년에 한 번씩은 해요. 2011년도에 처음 했는데 그땐 테이블 두 개 정도 있는 조그마한 카페에서 했어요. 10명 정도의 팬이 와 주셨죠. 그다음 해에 30-40명, 다음 해에 70-80명…조금씩 커지더니 지금은 200명 정도 와 주세요. 제 팬 미팅은 굉장히 소소해요. 다른 배우 팬 미팅은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잖아요? 사회자도 있고, 게스트도 있고. 저는 그런 거 없어요. 그냥 팬 카페 운영자랑 앉아서 팬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는 정도에요. 올해에는 피아노 치고 노래하고 그랬어요.
시우: 무명 때부터 찾아 준 팬도 있나요?
정민: 감사하게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안 보이시는 분들도… (웃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테죠. 어느 순간 제가 실수를 했을 수도 있고, 시간이 없으실 수도 있고, 다른 배우분이 더 좋아졌을 수도 있고. (웃음)
시우: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나만 알던 스타가 모두의 스타가 됐을 때의 마음. 팬 입장에선 기쁘기도 하면서 아쉽고 그런 게 있거든요.
정민: 그래서 시간과 상황이 되는 한 계속 대면하고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사진도 찍어드리려고 하는데 그게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저도 마음 한 쪽이 무거워요.
시우: 아무래도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 한 명 한 명과 직접 대면하기 어렵죠. 그런 점에서 지훈 씨는 팬클럽의 산증인인 셈이네요. (웃음)
정민: 학창시절, 저희가 다 ‘찌질이’들이었어요.
궁수: 난, 아닌데.
정민: 왜 이래. 너도 ‘찌질이’.
궁수: 아니야. 나는 그래도 교복 바지통 줄여 입고 그랬어!
일동: ……?
궁수: 저희 때 바지 통 줄여서 입는 게 유행이었어요. 잘 나가는 애들은 다들 줄여서 입었는데, 저도 그중 하나.
정민: 으이구~ 이런 애들이에요. 이해해 주세요. 그래도 궁수 네가 우리 중 유일하게 여자 친구가 있긴 했다. 필통 주고 사귄 여자친구.
궁수: 야야~ 아직 아픈 손가락이다.
정민: 그 친구, 서울대 다닌다고 하지 않았냐?
궁수: 서울대 (강조한다) ‘의대’ 갔어.
지훈: (소리 지르며) 걔가, 서울대 의대를 갔어?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너, 첫사랑을 미화하는 거 아니야?
궁수: 아니야. 정민이 보다 걔가 공부 더 잘했어.
정민/지훈: (발끈) 야, 걔보다 내가/정민이가 더 잘했지!
지훈: 정민이가 공부를 정말 잘했거든요. 전교에서 놀았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도 공주에 있는 수재들이 모이는 곳에 가고.
시우: 멀리 떨어져 지내게 됐을 땐 서운하기도 했겠어요.
궁수: 그때 그래서 편지를 주고받았어요.
지훈: (설마 하며) 편지를 썼어?
정민: 왜 이래? 네가 나한테 쓴 편지도 있어.
지훈: (화들짝) 내가 너한테 편지를 썼다고? 뭐라고?
정민: 잘 지내고 있냐고.
지훈: 눈물 자국 있었냐?
정민: 잉크 번진 거 찾아봐? 있었던 것 같은데.
지훈: 와~ 편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시우: 남자들끼리 손편지를 쓰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죠?
정민: 네. 그런데 우린 그때가 처음 헤어져 본 거라. 붙어살다시피 했었거든요.
궁수: 방학 땐, 아침에 눈 뜨자마자 정민이 집에 모이곤 했어요.
정민: 그거 기억나냐? 하루는 분식집에 떡볶이 먹으러 갔는데, 주머니에 천원밖에 없는 거예요. 딱 1인분 먹을 수 있는 돈이었죠. 떡볶이랑 서비스로 나온 어묵 국물을 먹는데 양은 모자라고, 배는 고프고, 더 먹고 싶고…그런데 다들 소심해서 더 달라고는 말을 못 하니까 간장에 물 타서 먹고 그랬어요. 그런 추억들이 곳곳에 있는 동네에요.
지훈: 그땐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