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시즌을 겨냥한 대작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했다. 선두로 베일을 벗은 <물괴>에 뒤이어 <안시성>, <명당>, <협상>이 동시에 출격했다. 대개 이런 대작 영화의 개봉 주엔 치킨게임에 밀린 작은 영화들이 개봉을 피하는 양상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만 충실한 관객의 취향을 저격할 어떤 영화들은 꿋꿋한 돌파를 시도한다. 추석 시즌, 대형 상업영화의 해일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해 놓치기 아까운 다양성 영화들을 소개한다.


이미 개봉!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있어요

<죄 많은 소녀>

감독 김의석 한국  드라마, 미스터리 출연 전여빈, 서영화, 고원희

올해의 강렬한 데뷔작.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리 공개된 뒤 입소문을 탔다. 전도유망한 신인감독에게 주어지는 뉴 커런츠 상을 수상했고, 주연 배우 전여빈도 올해의 배우상을 꿰찼다. 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10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나 배우의 연기가 극도의 몰입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파수꾼>, <한공주>의 뒤를 잇는 올해의 발견으로 충분하다. 같은 반 친구의 실종으로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영희(전여빈)가 가해자로 지목되고, 사건에 크고 작게 얽힌 사람들이 영희를 압박해 온다. 죄 많은 소녀가 된 영희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소녀의 심경을 표현한 배우 전여빈의 연기가 여운이 짙다.

죄 많은 소녀

감독 김의석

출연 전여빈, 서영화, 고원희, 이태경, 이봄, 전소니

개봉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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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감독 마츠타니 미츠에  일본 다큐멘터리 출연 타샤 튜더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저자극 처방 무비. <호박 달빛>, <코기빌 마을 축제>, <빛나는 계절> 등의 그림책을 펴낸 미국의 동화작가이자 삽화가 타샤 튜더(1915-2008). 그림 같았던 그녀의 실제 삶에는 언제나 자연과 동물이 함께했다. 어린 시절부터 농사를 짓고, 13마리의 강아지를 키우던 그녀는 30만 평의 대지에 사계절 푸른 정원을 일구기까지 했다. 자연주의와 슬로우 라이프를 실천한 타샤 튜더의 삶을 마츠타니 미츠에 감독이 10년간 취재해 다큐멘터리로 완성했다. 원하는 대로 행복한 인생을 살았던 그녀 삶의 한 단락을 대리 경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타샤 튜더

감독 마츠타니 미츠에

출연 타샤 튜더

개봉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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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과 마요네즈>

감독 도미나가 마사노리  일본 멜로/로맨스, 드라마  출연 우스다 아사미, 타이가, 오다기리 죠

귀여운 제목답지 않게 어른들의 현실적인 연애담을 담은 영화. 츠지다(우스다 아사미)는 가수를 꿈꾸는 애인 세이치(타이가)를 위해 돈벌이를 전담하지만 세이치는 백수처럼 지낼 뿐이다. 지지부진한 연애를 이어가던 츠지다 앞에 큰 상처를 주고 떠났던 하기오(오다기리 죠)가 나타나고, 야속한 운명은 다시 츠지다를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우여곡절 끝에 음반을 낸 세이치는 츠지다에게 갑작스런 이별을 고하고 마는데. 두 남자의 가학적인 연애 방식에 한없이 휘청이는 츠지다를 연기한 우스다 아사미의 섬세한 감정묘사가 뛰어나다.

호박과 마요네즈

감독 도미나가 마사노리

출연 오다기리 죠, 우스다 아사미, 타이가

개봉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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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감독 안나 브로이노스키  오스트레일리아 다큐멘터리  출연 수잔 프라이어, 피터 오브라이언

가깝고도 먼 그곳, ‘평양이라는 키워드가 눈길을 끈다. 호주의 영화감독 안나 브로이노스키는 영화를 배우기 위해 평양으로 떠났다. 도대체 왜? 이유인즉, 무분별한 가스 채굴로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호주 시드니를 지켜내기 위해 선전영화를 만들기로 한 안나가 가장 강력한 선전영화를 만드는 평양을 찾아간 것. 안나는 북한의 영화인들을 멘토 삼아 그들의 비법을 전수받고 단편 영화 제작에 돌입한다. 베일에 싸였던 북한의 영화 산업을 엿볼 수 있는 코믹 어드벤처 다큐멘터리.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감독 안나 브로이노스키

출연 수잔 프라이어, 피터 오브라이언, 캐서린 벡, 맷 제레메스

개봉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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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시즌에 개봉할 베짱 두둑한 영화들

<린 온 피트> 9월 20일 개봉

감독 앤드류 헤이  영국 모험, 드라마  출연 찰리 플러머, 스티브 부세미, 클로에 세비니, 트래비스 핌멜

<45년 후>로 호평받았던 앤드류 헤이 감독의 신작이 조금 늦은 도착을 했다. 말과 소년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포스터의 아름다운 색감처럼 마냥 아름답기만한 말과 소년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소년과 한 필의 말 피트가 동행하는 먼 여정을, 척박하기 짝이 없는 황량한 몸과 마음을 건조하게 비춘다. 어린 나이에 감내하기 벅찬 밑바닥을 딛는 소년을 연기한 찰리 플러머는 <린 온 피트>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상을 받았다. 인디 영화 팬들에게 사랑받는 얼굴, 스티브 부세미와 클로에 세비니도 출연해 영화의 다양한 결을 살렸다.

린 온 피트

감독 앤드류 헤이

출연 트래비스 핌멜, 클로에 세비니, 스티브 부세미, 찰리 플러머

개봉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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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9월 20일 개봉

감독 도미닉 쿡  영국 멜로/로맨스, 드라마  출연 시얼샤 로넌, 빌리 하울

<레이디 버드>의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이 정극 멜로를 선보인다. <어톤먼트> 이후 10년 만에 다시 한번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 주인공을 연기했다.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매큐언의 소설 <체실 비치에서>를 이언 매큐언이 직접 각색해 스크린 위로 재탄생 시켰다. 사랑에 빠진 플로렌스(시얼샤 로넌)와 에드워드(빌리 하울)는 결혼한 지 6시간,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보수적인 1960년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체실 비치에서>는 이별의 근거를 성과 사랑에 관한 화두로 끌고 간다. 두려움과 서투름 사이에서 폭넓은 감정선을 표현해야 했던 두 배우의 호연이 빛나는 영화.

체실 비치에서

감독 도미닉 쿡

출연 시얼샤 로넌, 빌리 하울

개봉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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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춘천> 9월 26일 개봉

감독 장우진  한국 드라마  출연 우지현, 양흥주, 이세랑, 이상희

춘천을 향하는 중년과 청년이라는 두 세대의 서로 다른 여정. 중년 커플은 서울을 떠나 일탈을 바라며 춘천으로 향하고, 상경을 꿈꾸는 춘천 태생의 청년은 면접이 끝나고 난 뒤 다시 춘천으로 향한다. 제목에서 춘천을 두 번 말하고 있는 건 두 개의 이야기를 하려는 감독의 선택과도 겹쳐진다. 풍경 속에 인물을 놓아둔 채로 극 영화에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온 듯한 자연스러운 흐름의 <춘천, 춘천>은 춘천에서 나고 자란 장우진 감독의 고향에서 출발한 로드무비다. 전작 <새출발>로 전주국제영화제의 한국 장편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던 장우진의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

춘천, 춘천

감독 장우진

출연 우지현, 양흥주, 이세랑

개봉 2018.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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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포트레이트> 9월 27일 개봉

감독 스탠리 투치  영국 코미디, 드라마  출연 제프리 러쉬, 아미 해머, 클레멘스 포시, 토니 샬호브

피카소가 질투한 아티스트 알베르토 자코메티. 앙상한 뼈대로 걷고 있는 인체를 형상화한 청동 조각 걷는 사람’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마 많을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천재 예술가 자코메티의 이야기가 <파이널 포트레이트>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가장 독창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실존을 탐구한 작가 알베르토 자코메티를 관록의 배우 제프리 러시가, 그의 친구이자 마지막 초상화의 모델로 남은 제임스 로드를 아미 해머가 연기했다. 완벽주의 자코메티와 제임스 로드가 함께한 18일간의 기록을 유쾌한 코미디 장르에 녹여낸 작품으로 베를린영화제에 선공개돼 호평을 받았다.

파이널 포트레이트

감독 스탠리 투치

출연 제프리 러쉬, 아미 해머, 클레멘스 포시, 토니 샬호브

개봉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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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심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