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인기인 게시글 '아빠에게 인싸용어 퀴즈를 냈더니'

2018 인싸 용어 총정리, 인싸 vs. 아싸 테스트 같은 게시글이 요즘 인기 있는 주제가 되면서 피곤한 사람들이 늘었다. 대부분 우스갯소리로 시작된 언어유희들이었지만, 다들 은연중에 아싸(아웃사이더)가 되는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인싸(인사이더, 아웃사이더의 반대말) 용어를 필사적으로 주워 모은다. 하지만 꼭 인싸 될 필요는 없다. 주류에 속하기 위한 무의미한 발버둥은 그 자체로 애처롭다. 변방의 개척자 아웃사이더는 어떤 면에서 인사이더보다 훨씬 위대하다. 적어도 아래의 영화들이 이 명제에 힘을 보탠다.


팀 버튼 <에드 우드>

<에드 우드>는 팀 버튼의 영화 중엔 덜 알려진 편이다. 그것조차 이 영화의 주인공 에드 우드(조니 뎁)의 아웃사이더 기질을 닮았다. 영화 사상 최악의 감독이라는 별칭의 에드 우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팀 버튼. 그러나 실패한 3류 감독의 전기영화를 그것도 흑백으로 찍겠다는데 누가 선뜻 투자하겠다 나설까. 우여곡절 끝에 디즈니의 계열사인 터치스톤 픽쳐스에서 팀 버튼의 명성에 도박을 걸어 영화가 탄생했다.

<에드 우드>는 눈물겨운, 그러나 아름다운 실패담에 관한 영화다. 에드 우드는 직접 연출한 연극의 객석이 텅텅 비어도, 저널리스트의 혹독한 악평을 들어도 우리는 훌륭했다며 탄복한 얼굴을 내보이는 사람이다. 늦은 밤 깜깜한 천장을 바라보며 26살에 <시민 케인>을 만든 오슨 웰즈의 천재성을 부러워하지만, 그의 열정이 통하는 곳에 두려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어느 날 우연히 에드는 한물간 배우 벨라 루고시(마틴 랜도)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왕년에 <드라큐라>로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생사도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다. 대스타를 만난 기쁨을 안고 돌아간 그에게 여자친구가 일자릴 얻었느냐고 묻지만 에드 우드의 대답은 아니, 그보다 좋은 일이야! 벨라 루고시를 만났어!”였다. 열정 충만 패기 충만한 이 남자가 벨라 루고시를 내세워 만든 영화는 혹평 세례를 받고. 영화를 향한 순수한 사랑 하나로 지칠 줄 모르는 에드 우드는 다시 달려 나가며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 역사를 써내려간다.

에드 우드

감독 팀 버튼

출연 조니 뎁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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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 <인사이드 르윈>

무일푼의 포크 싱어 르윈(오스카 아이삭)의 안 풀리는 일주일을 비춘 영화. <인사이드 르윈>의 르윈 데이비스는 미국의 포크 가수였던 데이브 반 롱크의 자서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다. <인사이드 르윈>은 뮤지션을 내세운 음악영화답게 많은 명곡이 배우 오스카 아이삭의 음색으로 커버됐는데, 생각지 못한 노래 실력에 깜짝 놀랄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줄리어드 음대 출신으로, 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은 적이 있다. 데이브 반 롱크의 ‘행 미 오 행 미’(Hang Me Oh Hang Me), 밥 딜런의 미공개 곡 ‘페어웰’(Farewell등이 오리지널사운드트랙으로 쓰였다.

추운 겨울의 뉴욕, 기타 하나가 재산인 무일푼 가수 르윈 데이비스는 친구네 소파를 전전하는 떠돌이다. 듀엣으로 노래하던 파트너는 자살을 하고, 앨범은 팔리지 않고 먼지만 쌓여간다. 제 한 몸 건사하기 버거운 르윈은 친구 진(캐리 멀리건)의 낙태 비용까지 마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고 삶에 필사적인 편도 아닌 르윈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건, 돈을 위해 한없이 가벼워지는 요즘 음악의 추세에 동조하지 않는 고고한 뮤지션의 자긍심이었다. 이 점이 르윈의 삶을 갈수록 어렵고 외롭게 만든다.

어느 날 르윈은 짐(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소개로 ‘플리즈, 미스터 케네디’(Please, Mr. Kennedy)라는 노래의 객원 보컬로 참여하게 된다. 르윈의 눈에 이 음악은 그저 이해하기 힘든 우스꽝스러운 곡일 뿐이다. 저작권 포기 동의서를 쓰고 일시불로 몇 푼의 돈을 받아 떠난 르윈. 그러나 음악은 대박이 난다. 이해할 수 없지만 웃어넘기기엔 이 겨울의 추위가 아프다. 포크음악이 성행하던 1960년대 미국 동부, 술집 뒤편에선 낯선 이에게 얻어터지고 내 삶을 긍정하는 이 아무도 없었던, 그런 아웃사이더 음악가도 있었다.

인사이드 르윈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출연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오스카 아이삭, 존 굿맨

개봉 201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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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다이하치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교내만큼 인싸와 아싸의 구분선이 명료한 집단도 드물다. 요시다 다이하치의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는 갑자기 배구부를 그만둔 키리시마의 잠적이 불러일으킨 주변 학생들의 고민과 파장을 짚어가는 드라마다. 정작 키리시마는 영화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데, 많은 동급생의 입에서 키리시마의 이름이 언급되는 만큼 이 학교에서 그의 존재감을 안 보고도 알 것 같다때문에 이 영화가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로 채워질 수 있었다. 특히 교내의 가장 마이너 한 집단인 영화 동아리 친구들의 순수한 열정은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의 상징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외모, 학업, 운동, 빠지는 게 없는 키리시마는 중요한 경기가 있기 전날, 배구부를 그만뒀다. 그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도 후에도 이 세계의 질서는 키리시마를 중심으로 흐른다. 방과 후 키리시마의 여자친구와 친구들은 배구 연습이 끝날 때까지 키리시마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배구부 역시 키리시마의 부재가 곧 경기의 패인이 될 것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 권력 피라미드의 암묵적 최고 포식자인 키리시마. 그의 최측근인 친구들마저 키리시마의 존재감을 넘어서지 못한다.

한편, 마에다(카미키 류노스케)를 비롯한 영화부 멤버들은 학급에서 눈에 띄지 않는 학생들이다. 더구나 열정만큼 따라주지 않는 이들의 허접한 영화는 조롱당하기 일쑤인데. 오히려 이들은 키리시마의 영향권 밖에 있어 불행이기도, 다행이기도 한 존재들이다. 새 영화로 우주 좀비물을 찍기로 결심한 마에다와 영화 부원들은 반경 1m 이내에 있는 리얼리티를 담아내라는 교사의 조언은 무시하기로 하고 희대의 역작을 제작해간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출연 카미키 류노스케, 하시모토 아이, 오고 스즈카

개봉 201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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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레드 헤스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찐따. 찌질이. 너드. 루저.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의 주인공을 관객들은 이렇게 부른다. 축 처진 어깨에 배바지 차림. 미간에 구긴 인상과 영원히 다물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입. 주인공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는 이름만큼이나 범상찮은 비주얼로 흥미를 끈다. 여느 고등학교에 꼭 한 명쯤 있을 법한 너드계의 끝판왕이 배우 존 헤저의 메소드 연기로 탄생했다. 첫 극영화 데뷔작이었던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는 존 헤저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줬다.

학교에서 수시로 비웃음을 사는 왕따 나폴레옹. 그의 앞에 전학생 페드로(에프렌 라미레즈)가 나타난다. 같은 과인 두 사람은 금세 베스트 프렌드가 되고 아웃사이더들의 하루는 조금의 활기를 얻는다. 어느 날 페드로는 학생회장 출마에 관심을 보이지만 영 자신이 없다. 그의 자신감을 북돋우는 나폴레옹. “넌 멋진 자전거도 있고, 여자애들이랑 잘 어울리잖아. 게다가 학생 중에 콧수염은 너뿐이야.” / “맞아. 당선되면 비서 시켜줄게.” 나폴레옹과 그의 친구 다운 어리숙한 대화다.

완벽하게 주류에서 벗어난 외톨이들의 일상을 지켜보면 연민이 들다가도, 독특한 세계 속에서 그들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삶에 애정이 깃든다. 결말부, 무대 위의 나폴레옹이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장면은 단연코 이 영화의 백미. 영웅의 표상 나폴레옹과 폭탄 다이너마이트를 조합한 이 청년의 이름은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감독 자레드 헤스

출연 존 헤저, 존 그리스, 아론 러엘, 에프렌 라미레즈, 다이드리흐 바더, 티나 마조리노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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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심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