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70회 에미상에서는 <그레이 아나토미>로 우리에게 친숙한 산드라 오가 <킬링 이브>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같이 후보에 오른 배우로는 <The Americans>에서 냉전시대 고정 간첩을 연기한 케리 러셀, 작년 에미상을 싹쓸이했던 <핸드 메이즈>의 엘리자베스 모스 등이 있었다. 

수상은 <The Crown>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역을 맡은 클레어 포이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산드라 오는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시상식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와 참석하는 등 다양한 화제를 낳았다. 


인생 캐릭터 ‘크리스티나 양’

한국계라서 호감이 가는거야 어쩔 수 없지만, 그런게 아니더라도 산드라 오는 충분히 매력적인 배우다. 그녀가 연기했던 <그레이 아나토미>의 크리스티나 양은 욕심 많고 씨니컬한 캐릭터였다. 그러나 주인공 그레이가 길을 잃을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가 위로하던 좋은 친구였다. 산드라 오는 <그레이 아나토미>의 ‘크리스티나 양’ 역할로 2006년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역할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5년 연속 에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연속으로 올랐었다. 크리스티나 양은 시즌 10에서 산드라 오가 자진하차 할 때까지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였다.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10

출연 저스틴 챔버스, 사라 드류, 제시카 캡쇼, 사라 라미레스, 산드라 오, 패트릭 뎀시, 제시 윌리엄스, 엘렌 폼페오, 챈드라 윌슨, 케빈 맥키드, 제임스 픽켄스 주니어, 마구에리트 모로

방송 2013, 미국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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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인생 캐릭터가 될 <킬링 이브>의 이브

<킬링 이브>의 ‘이브’ 역시 산드라 오의 또 다른 ‘인생 캐릭터’라고 할 만하다. 

BBC 아메리카의 드라마 <킬링 이브>는 루크 젠닝스의 소설 빌라넬(Codename Villanelle)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전문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과 그를 추적하는 요원 이브(산드라 오)가 맞서는 스릴러다. 싸이코 연쇄살인마와 수사요원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둘 다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두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방법이 보통의 범죄스릴러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브’는 스파이 소설 매니아로 영국의 첩보기관 MI5에 근무한다. 어쩌면 꿈에 그리던 직장에 다니고 있으나, 정작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라는게 서류작업이나 업무조율같은 시시한 일들뿐이다. 마침 러시아인 거물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녀는 범인이 여성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한편, 빌라넬은 완벽한 킬러이지만 알 수 없는 공허함 속에 살아가는 독특한 성격의 여인이다. 그리고 우연과 필연이 반복되며 마주치는 ‘이브’의 존재에 흥미를 느낀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 그녀는 감정반응을 학습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응용한다. 때로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정신질환 때문이라며 전략적으로 동정심을 유도할 때도 있다. 대부분은 여기에 여지없이 놀아나지만, 이브는 그녀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얼핏 의욕만 넘쳐서 조직사회의 논리와 맞지 않아 보이는 이브는 이렇게 놀라운 직관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여기에 알 수 없는 타이밍에 터져 나오는 그녀의 개그가 드라마의 재미를 더 한다. 

<킬링 이브>는 시즌 1의 첫 에피소드가 방영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바로 시즌 2 제작이 확정되었다. 두 사람의 이 묘한 연대가 여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트위터에서 관련태그 #killingeve 를 넣으면 자동으로 이모티콘이 완성될 정도다. 촬영 중인 시즌 2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킬링 이브

출연 산드라 오, 조디 코머, 피오나 쇼우, 킴 보드니아, 션 델라니, 커비 하웰 밥티스트, 오웬 맥도넬, 데이빗 헤이그

방송 2018, 미국 BBC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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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