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는 스파이 소설 매니아로 영국의 첩보기관 MI5에 근무한다. 어쩌면 꿈에 그리던 직장에 다니고 있으나, 정작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라는게 서류작업이나 업무조율같은 시시한 일들뿐이다. 마침 러시아인 거물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녀는 범인이 여성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한편, 빌라넬은 완벽한 킬러이지만 알 수 없는 공허함 속에 살아가는 독특한 성격의 여인이다. 그리고 우연과 필연이 반복되며 마주치는 ‘이브’의 존재에 흥미를 느낀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 그녀는 감정반응을 학습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응용한다. 때로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정신질환 때문이라며 전략적으로 동정심을 유도할 때도 있다. 대부분은 여기에 여지없이 놀아나지만, 이브는 그녀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얼핏 의욕만 넘쳐서 조직사회의 논리와 맞지 않아 보이는 이브는 이렇게 놀라운 직관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여기에 알 수 없는 타이밍에 터져 나오는 그녀의 개그가 드라마의 재미를 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