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호 '커크' 함장과
'스팍', 그리고 '스코티'가
한국을 방문했다!

<스타트렉 비욘드>의 주인공 크리스 파인, 재커리 퀸토, 사이먼 페그, 그리고 연출을 맡은 저스틴 린 감독이 지난 14일과 15일,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새벽부터 공항에 나가 지구 최고의 환대를 베푼 팬들 짱!)
<스타트렉 다크니스> 개봉 때는 크리스 파인, 베네딕트 컴버배치, J.J.에이브럼스 감독이 이웃나라 일본만 다녀가서 아쉬움이 컸었는데 이번엔 드디어! 사이먼 페그까지 왔군요!

완전 "히뚜당히뚜"~(크리스와 재커리가 분명 이렇게 발음했음)
팬들의 요청에 경호원(?)과 셀카를 찍고 있는 크리스 파인...

두 번째 내한하는 크리스 파인을 제외하고 감독과 배우들 모두 처음 겪는 한국식 환대에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제 기자회견 때도 이들은 공항의 환대와 인상 깊었던 한국 쇼핑몰의 풍경 등을 이야기했죠. (인디펜던트 커피 의문의 1승...)

이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세상에 이런 날이...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후 크리스 파인과 재커리 퀸토를 직접 만나 영화에 관해 질문을 던질 짦은 시간의 인터뷰 기회가 에디터에게 주어졌습니다. (워낙 많은 매체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에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언감생심.)

그런데 일정상 사이먼 페그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누구보다도 그를 꼭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질문 5백 개는 준비할 수 있었는데...)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덕후로서 <스타워즈> 시리즈와 <스타트렉> 시리즈에 모두 등장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는 배우죠.
동시에 이번 <스타트렉 비욘드>에서는 그가 직접 각본도 썼기 때문에 여하튼 그와의 직접 만남을 진심 대박 기원했건만... 결국 이뤄지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장에 들어서니, 이런 게 저를 반기더군요.

사이먼 페그 앞으로 배달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과 음료. (가져오려다 꾹 참았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로 합니다. 이번 내한 행사의 통역을 맡아주신 모 교수님께서 인터뷰 전에 살짝 귀띔해주시더군요.
다른 방송 인터뷰에서는 사이먼 페그가 너무 웃겨서 진행이 안 될 정도였다고. 저는 더욱 억울했습니다. 나도 웃다가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데...

커크와 스팍을 만나다
카메라를 향한 저 두 배우의 턱 각도가 보이나요? 정말 예술입니다.

아무튼 위 사진의 복장 그대로 인터뷰룸에 걸어 들어온 두 사람은 쓸데없이 진지한 질문에도 성실하게 답변했습니다. 에디터가 입고 간 멜빵바지가 귀엽다고 인사를 건네는 재커리 퀀토, 이미 지칠 대로 지쳤는지 휘파람을 불며 기분을 조절하는 크리스 파인에게 물었습니다.

Q. "새로 리부트 된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J.J.에이브럼스 감독을 주축으로 많은 제작 키 스태프들이 똘똘 뭉쳐 여러 편을 함께 작업한다. 이제는 그들과 가족보다 더 가까울 정도일 텐데, 당신들은 이런 팀에 새롭게 합류한 저스틴 린 감독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크리스 파인 -
사실 감독님이 우리 제작팀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이미 친해져 있는 팀에 스스로 적응해야 했을 텐데 그걸 너무 잘해줬다. 어려운 결정도 단호하게 내리더라. 그는 액션 신을 너무나 잘 찍는 감독 아닌가? 인격적으로도 정말 훌륭한 분이더라.
재커리 퀸토 -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배우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배우들과 캐릭터를 존중해주는 사람이고 확실한 영화 방향성을 제시해준 사람이다.

Q. "새 감독 영입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새로운 각본가도 참여한다. 바로, 직접 출연도 하는 배우 사이먼 페그와 더그 정이 이번 영화의 각본가다. 동료 배우가 각본가로 참여하는 영화이다 보니, (본인 연기도 신경 쓰고 다른 배우들이 자기 각본대로 제대로 연기하는지 지켜봐야 했을 테니) 현장 분위기도 남달랐을 것 같다.

재커리 퀸토 -
함께 연기하는 배우 중 누군가가 작가로 참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특히 사이먼 페그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우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시리즈 출연자이기 때문에 본인 출연 분량이 없을 때에도 항상 촬영장에 상주하면서 우리를 지켜봐 줬다.

이제는 스타트렉 촬영장에 J.J.가 없다는 게 너무 큰 빈자리 아닌가. 그것을 뛰어난 창작자인 사이먼 페그가 메워주니 우리로서는 큰 도움을 받은 것이다.
크리스 파인이 말하는
커크 함장

<스타트렉 비욘드>는 1966년 첫선을 보인 <스타트렉> TV 시리즈를 리부트 한 새 극장판 시리즈의 3편에 해당하는 영화입니다. 전작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과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에 이어 우주를 탐험하는 엔터프라이즈호 대원들의 짜릿한 모험담을 다루고 있죠. (흥행과 비평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던 <스타트렉> 새 시리즈의 출항을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이 기사로.)

첫 편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엔터프라이즈호 대원들이 처음 항해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위기와 기대, 미래를 향한 의지를 다지는 영화였죠. (물론 액션을 동반합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본격적으로 우주의 안녕을 위해 활약하는 엔터프라이즈호 대원들이 서로 다른 종족 간의 이해관계 속에서 어떻게 우주인들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액션을 동반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3편은 어떤 스토리가 펼쳐지는 영화일까요? 미지의 우주를 찾아 모험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노력을 펼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커크' 함장은 오랜 항해의 피로를 호소합니다. 이제 그는 자신에게 함장 자리를 물려줬던 아버지의 당시 나이보다 한 살 더 먹게 됩니다.

아버지라면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했을지 그의 뒷모습만 좇으며 살았던 그에게는 남은 여생이 큰 짐입니다. 이제 정말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고 개척해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엔터프라이즈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합니다. 함선을 버릴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함장의 위치에 선 커크의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한 상황입니다.
이런 인물을 연기하는 크리스 파인의 마음가짐이랄까요, 그에게 커크 함장이란 캐릭터는 어떤 존재인지 물었습니다.

크리스 파인 -
커크 함장을 연기하면서 나는 아주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줬다.

또 배우로서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준 역할이기도 하고. 나는 과거에 커크 함장을 연기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캐릭터 탐구를 했고 연습도 많이 했다. 그런데 요새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 커크 함장과 정말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 보인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느낌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와 나 자신을 더욱 동일시하게 되고 또 한편으로는 공감도 되는 인물이다.

재커리 퀸토가 말하는
벌칸족 스팍

<스타트렉> 시리즈의 '스팍'이란 캐릭터는 정갈한 앞머리와 짙은 눈썹, 뾰족한 귀를 지닌 인물이죠. 지구인 어머니와 벌칸족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캐릭터로, 논리와 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벌칸족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인물입니다.
1편과 2편에서는 커크 함장을 보좌하며 엔터프라이즈호의 브레인 역할을 도맡습니다. 다혈질에 성격도 급하고 꼼꼼하지 못한 커크 함장에 비해 매사에 차갑도록 침착하며 냉정한 스팍은 엔터프라이즈호의 밸런스를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게 되죠. 그래서 재커리 퀸토에게 스팍을 3편째 연기하는 심경에 대해 물었습니다.

재커리 퀸토 -
스팍은 인간과 벌칸족이란 양면성을 줄타기하는 캐릭터다. 나로서는 늘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연기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가 어떤 부상을 당하면서 이중적인 면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니까 인간적인 측면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주목해 볼 지점이다.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연기하기 쉽지 않은데, 그 안에서도 조금씩 변화를 가져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재커리 퀸토 -
맞다. 이번 영화는 특히 이전에 스팍을 연기했던 배우 레너드 니모이를 떠나보내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는 2015년 2월 27일에 돌아가셨다.

우리가 작년 6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영화 촬영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가셨다. 촬영 내내 우리 모두가 그를 가슴에 안고 연기했다. 사이먼 페그와 더그 정 두 사람이 레너드 니모이를 추모하면서 대본을 잘 썼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일찍 곁을 떠난 배우 안톤 옐친도 기억합니다.
스타트렉의 시대정신

1960년대부터 인기리에 방영됐던 <스타트렉> TV 시리즈는 당시의 사회상, 그러니까 인권, 여성 운동과 같은 앞선 시대정신을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반영했고 이제는 시대 변화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 됐습니다.
심지어 이 시리즈는 방송 사상 백인과 흑인의 첫 키스신(커크와 우후라)이 등장하기도 했었죠.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과연 새로 리부트된 3편의 영화는 어떤 시대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말이죠.

재커리 퀸토 -
지금 이 지구에는 많은 분열이 존재한다. <스타트렉>은 모두가 단합하며 하나가 된다는 가치를 내걸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편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목적도 결국은 우리들의 연대를 깨려고 하는 인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 사회적으로 보수적이며 민족 중심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집단이 굉장히 많다. 이와는 반대로 개방하고 포용하려는 움직임과 끊임없이 대립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트렉>은 언제나 인류의 최고 버전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원작자인 진 로든베리의 의도도 그러했다. 우리가 담고자 하는 시대상과 이상을 이 시리즈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 파인 -
(한참을 고민하다가) 미국의 인종차별이 그렇게 심했던 시기에 첫 인종 간 키스를 끌어낸 게 바로 <스타트렉> 시리즈다.

<스타트렉 비욘드>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섬세한 뉘앙스와 그들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현대인들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미래에는 너무나 당연하고 정상적인 게 될 것이다.

예술의 의무라는 것은, 바로 그렇게 앞서나가는 인류의 진보한 모습을 지금 바로 캡처해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 대답을 들은 재커리 퀸토가 그를 쳐다보며, 한 마디 합니다. "Sounds gooooooood~!" 그러자 크리스 파인이 많이 쑥스러웠는지 바로 대꾸합니다. "OH, fxxx off~"
매우 짧지만 훈훈했던 인터뷰는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예전에 <스타트렉 다크니스> 때 만났던 크리스 파인은 정말 까칠함 그 자체였는데 이런 두근거리는 대답을 해주다니요.

그리고 에디터는 잽싸게 아트북을 들이밀어 싸인을 요청했죠. 아끼고 아꼈던 소장품, <스타트렉 더 비기닝> 아트북에 싸인받은 인증샷으로 훈훈했던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에는 꼭 사이먼 페그를 만날 날이 오기를 바라며.

두 배우의 실제 성격을 꼭 닮은 싸인을 머금은 아트북. 평생 소장 당첨.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