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뮤리엘은 사랑스러운 캐릭터일 수 있지만, 극 안에서 그는 철저한 미운오리 새끼다. 친구들은 뮤리엘을 따돌리고, 시의원 아버지는 그를 쓸모없는 인간 취급한다. 그는 머리 모양도 이상하고, 뚱뚱하고, 같이 있는 친구들을 깎아내리고 창피하게 만드는 존재다. 영화의 시작은 뮤리엘이 가정과 사회에서 얼마나 미움 받는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늘 주눅 들어있는 뮤리엘 앞에 고등학교 동창 론다가 등장한다. 론다는 독립된 자아를 갖고 있는 친구였고 뮤리엘을 따돌리는 친구들과 대거리할 수 있는 배짱의 소유자였다. 론다는 뮤리엘과 함께하며 뮤리엘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한다. 뮤리엘은 이제 일도 하고, 데이트 신청도 받는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무난히 흘러갈 것만 같았던 뮤리엘의 삶은 여러 사건을 겪으며 흔들린다. 이때부터 뮤리엘은 진짜 자신의 삶을 고민하게 된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지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기분 좋은 드라마로 만들어주는 건 음악이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흘러나오는 루베츠의 ‘Sugar Baby Love’는 정서적으로 이 영화의 기조가 밝을 거라는 걸 암시한다. 루베츠는 1970년대 활동했던 버블팝 그룹이다. 루베츠 말고도 <뮤리엘의 웨딩> 사운드트랙에는 카펜터스, 더스티 스프링필드, 터틀스, 블론디 같은 오래된 음악가의 노래가 실려 있다.

영화 안에서 친구들이 뮤리엘을 싫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뮤리엘이 “70년대 음악이나 듣는이상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개봉된 해는 1994, 극중 대사를 옮기자면 뮤리엘은 당시 젊은이의 음악이었던 너바나를 안 듣고 여전히 아바의 카세트테이프를 틀며 ‘Dancing Queen’이나 따라 부르는 촌스런 아이였다.
극중에서 아바의 존재는 뮤리엘에게 중요하지만 영화 전체에서도 중요하다. 뮤리엘의 방엔 아바의 포스터가 가득 붙어있고, 내셔널 카세트데크로 [Arrival] 카세트테이프를 듣는다. 늘 상처 입으며 살아가던 뮤리엘에게 아바의 음악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론다와 재회해 자신을 왕따시키던 친구들을 엿 먹인 후 아바의 복장으로 ‘Waterloo’를 부르는 장면은 모두를 미소 짓게 한다.

아바의 음악은 그렇게 모두를 미소 짓게 한다. 아바가 테니스 선수 비에른 보리, 자동차 볼보와 함께 스웨덴의 3대 자랑이라고 불렸던 건 결코 허명이 아니다. 1974‘Waterloo’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이후 아바는 팝 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만든 멜로디는 장소를 넘나들고 시간을 견디며 지금까지도 통용되고 있다. 1994년 뮤리엘의 마음을 울렸던 것처럼 2018년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아 있을 것이다.

<뮤리엘의 웨딩><맘마미아>보다 먼저 아바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영화다. 아바의 음악은 듣는 이를 기분 좋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앞서 말한 마법 같은 멜로디의 힘 때문이다. <뮤리엘의 웨딩>에 등장하는 노래는 다섯 곡, 하지만 하나 같이 큰 인기를 모은 결정판 같은 노래들이다. ‘Dancing Queen’,‘Waterloo’, ‘Fernando’, ‘Mamma Mia’, ‘I Do, I Do, I Do, I Do, I Do’, 제목을 적는 것만으로도 노래의 멜로디가 입에서 새어나오는 것만 같다. 20세기 가장 훌륭한 팝송을 만들던 그룹의 노래가 영화의 메시지와 영상을 더 빛나게 만들어준다.

다시금 아바의 이름이 자주 호명되고 있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흥행과 영화 <맘마미아 2>의 개봉 때문일 것이다. 그 이전에 <뮤리엘의 웨딩>이 있었다. 훌륭한 가족영화이기도 한 이 영화는 아바의 노래가 왜 위대한지를 알려준다. 영화에서 아바의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음엔 아바의 베스트 앨범 [Gold]를 듣자. 그것만으로도 아바의 음악을 만끽하기엔 충분하다. 고전은 이렇게 시대를 관통한다.

뮤리엘의 웨딩

감독 피 제이 호건

출연 토니 콜렛, 빌 헌터, 레이첼 그리피스

개봉 199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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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