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 찬바람이 불면 로맨스영화를 봐야 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선언과 비슷하다. 누가 그렇게 정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가을은 로맨스영화와 독서의 계절이다. 가을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개봉한 지 꽤 지난 영화들이 많다. 추억의 로맨스영화들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감독 롭 라이너 출연 빌리 크리스탈, 멕 라이언 상영시간 96분 제작연도 1989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로맨틱 코미디의 대모라 불렸던 노라 에프론의 대표작이다. 멕 라이언과 빌리 크리스탈이 각각 샐리와 해리를 연기했다. 남녀 사이에 우정이 가능하냐 불가능햐냐를 두고 둘은  갑론을박을 벌인다. 두 사람은 5년 뒤, 뉴욕 공항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고 다시 5년 뒤, 뉴욕의 책방에서 우연히 만난다. 우연히 겹치면 필연이던가. 노라 에프론은 이 우연을 가정한 필연으로 해피엔딩을 만들어낸다. 남녀 사이에 우정은 정말 가능했던 걸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뉴욕의 가을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뉴욕에 센트럴 파크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빌리 크리스탈, 멕 라이언

개봉 1989.11.18. / 2016.12.2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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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가을>

뉴욕의 가을
감독 조안 첸 출연 리처드 기어, 위노라 라이더 상영시간 105분 제작연도 2000년

내친 김에 뉴욕 배경의 영화를 한 편 더 소개한다. <뉴욕의 가을>은 제목부터가 이미 이 주제에 가장 적합한 영화임을 드러낸다. 주인공은 뉴욕의 레스토랑 주인 윌(리처드 기어)과 대학생 샬롯(위노라 라이더)이다. <뉴욕의 가을>은 18년 전임을 감안하면 캐스팅이 거의 다라고 할 수 있는 영화다. 그밖에 나머지는 아마도 뉴욕과 가을 풍광이 자리하고 있을 법하다. 가을하면 늘상 떠오르는 영화이기 때문에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영화를 보고 나면 뉴욕에 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뉴욕의 가을

감독 조안 첸

출연 리차드 기어, 위노나 라이더

개봉 200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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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동물원>

미술관 옆 동물원
감독 이정향 출연 심은하, 안성기, 이성재, 송선미 상영시간 108분 제작연도 1998년

“늦가을의 풍광도 현실과 영화를 넘나들며 분위기를 돋우는 데 일조한다.” 1998년 <미술관 옆 동물원>이 개봉할 당시 ‘씨네21’의 기사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늦가을의 풍광은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대공원에서 담았을 것이다. 춘희(심은하)는 미술관, 철수(이성재)는 동물원이 좋다고 했다. 우연히 한 집에 머물게 된 두 사람은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함께 쓴다. <미술관 옆 동물원>은 가을 풍광이 일조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사실은 심은하가 연기한 춘희의 매력에 빠지는 영화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미술관 옆 동물원>의 다림과 춘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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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동물원

감독 이정향

출연 심은하, 안성기, 이성재, 송선미

개봉 199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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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프롬 헤븐>

파 프롬 헤븐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줄리안 무어, 데니스 퀘이드 상영시간 107분 제작연도 2003년

<파 프롬 헤븐>은 언뜻 다른 영화들에 비해 가을 로맨스라는 키워드가 적극적으로 엮이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여기 소개하는 이유는 첫 장면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화면 가득 붉은 단풍이 보인다. 로맨틱한 음악이 흐르고 카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1950년대 미국 코네티컷의 가을 풍경이 펼쳐진다. 빨간 단풍으로 물든 그 풍광과 중산층이 모여사는 교외의 주택가. 차를 타고 등장하는 캐시(줄리안 무어). <파 프롬 헤븐>의 이 첫 장면은 더글러스 서크 감독의 <순정에 맺은 사랑>(1955)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2000년대에 1950년대의 영화를 재연해냈다. 여기에 토드 헤인즈 감독은 인종 문제, 동성애 문제를 담아냈다. <파 프롬 헤븐>은 가을에 다시 봐야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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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프롬 헤븐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줄리안 무어, 데니스 퀘이드, 데니스 헤이스버트

개봉 200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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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만추
감독 김태용 출연 현빈, 탕웨이 상영시간 115분 제작연도 2010년

<만추>는 <파 프롬 헤븐>과 유사한 영화다. <파 프롬 헤븐>이 <순정에 맺은 사랑>을 토대로 만들었듯이 <만추>는 이만희 감독의 <만추>(1966)를 재해석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모범수로 휴가를 얻은 여자(문정숙)와 형사에게 쫓기는 위조 지폐범(신성일)이 우연히 서울행 열차에 마주 앉는다. 원작의 이 장면은 지금 아무도 볼 수 없다. 필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라진 필름은 상상력이 대신했다. 김태용 감독은 현빈과 탕웨이를 기용했다. 배경은 안개가 자욱한 미국 시애틀이다. 애나를 연기한 탕웨이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만추>의 애나 혹은 탕웨이는 매혹적이라는 단어가 어떤 뜻인지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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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감독 김태용

출연 현빈, 탕웨이

개봉 20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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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