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눈>(2012)으로 데뷔했던 김태균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암수살인>은 이 사건을 재구성한 이야기다. ‘암수살인’이라면 실제 사건은 발생했지만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살인사건을 뜻한다. 미제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라는 얘기다. 부산 자갈치시장, 마약수사대 형사 형민(김윤석)은 자신의 정보원인 ‘뽕쟁이’ 정봉의 소개로 강태오(주지훈)를 한 칼국숫집에서 만난다. 태오로부터 6, 7년 전 시체를 옮긴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슬리퍼 차림으로 나온 태오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 산에 시커먼 비닐봉지 하나를 묻은 적이 있는데 그게 사람의 발꿈치 같았고, 토막난 상태였다”고 형민에게 말한다. 형민이 시체를 옮기라고 시킨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하자 태오는 맨입으로 되겠냐며 웃돈을 요구한다. 하는 수 없이 돈을 꺼내려던 찰나에 다른 형사들이 급습해 태오를 허수진의 살해 및 사체 유기 혐의로 체포한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형민은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강태오다. 그는 자신이 죽인 사람이 총 7명이고, 암매장도 하고, 광안대교 위에서도 버렸다고 ‘셀프’ 제보한다. 형민은 태오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그가 복역하는 구치소로 향한다. 영화는 실화를 충실하게 끌어오되 사건들을 하나의 서사로 끈끈하게 연결하기 위해 순서를 조금 바꾸었고, 인물에 살을 풍성하게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