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이즈 본>
<스타 이즈 본>

무대에 오르기 전 약을 먹는 록스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 자세히 묘사되진 않았지만 이미 몇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톱스타의 자리에서 반복하듯 투어를 돌고 있을 터였다. 반복되는 일상으로 매너리즘에 빠졌을 수도 있고 투어의 고단함이나 사생활이 거의 없는 톱스타의 어려움을 술과 약물로 달래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런 그의 앞에 반짝이는 재능으로 가득한 앨리(레이디 가가)가 나타난다.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앞에 나서길 망설이는 앨리. 잭슨을 만났을 때 앨리는 직접 쓴 훌륭한 노래들이 있지만 무대에선 얼굴을 잔뜩 꾸미고 남의 노래만 부르는 아마추어 가수일 뿐이었다. 잭슨은 그런 앨리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라며 독려하고 그와 그의 음악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잭슨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과 상황 안에서 앨리가 노래할 수 있게 이끌고 도와준다. 둘은 사랑하고, 또 함께 노래한다. 잭슨이 먼저 알아본 앨리의 재능은 점점 많은 사람에게도 알려진다.

<스타 이즈 본>

리메이크 포인트
영화 제목 <스타 이즈 본>에 더없이 충실한 내용이다. 앨리가 스타로 탄생하는 과정이 영화에선 자세하게 묘사된다. 신파적인 부분도 많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연출까지 맡은 브래들리 쿠퍼는 굳이 신파를 배제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이미 세 번이나 만들어진 영화를 다시 연출하면서 브래들리 쿠퍼는 다른 방향으로 영화에 접근하다. 자신의 도움으로 성공한 여주인공을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주인공이 이전 영화들에 존재했다면, <스타 이즈 본>에선 음악이 갈등의 이유로 등장한다.

잭슨이 처음 듣고 반했던 앨리의 음악. 하지만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하고 가수 준비를 하는 앨리에게 그 음악은 없다. 진솔하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던 앨리의 노래 대신 백댄서와 맞춰야 하는 춤과 민망한 가사, 그리고 화려한 전자음이 있을 뿐이다. 잭슨은 블루스와 컨트리, 루츠 록을 들려주는 고전적인 아티스트다. 어릴 때부터 닐 영의 음악을 좋아했다는 브래들리 쿠퍼의 개인 취향이 반영됐을 것이다. 브래들리 쿠퍼는 구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음악들과 앨리가 메이저 시장에서 들려주는 음악을 대비시킨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가?’가 감독 브래들리 쿠퍼의 의도였을 것이다.

주 5일, 6개월의 노래 연습
영화의 시작, 잭슨이 부르는 ‘블랙 아이즈’(Black Eyes)가 울려 퍼진다. 무대에서 객석을 잡는 카메라 앵글도 일품이지만 음악은 더 훌륭하다. 미국 남부의 흙냄새가 풀풀 풍기는 컨트리나 블루스 록은 한국에서 그리 인기 있는 장르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잭슨이 부르는 노래들은 장르 고유의 스타일을 잘 지키면서도 듣기에도 좋다.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는 ‘블랙 아이즈’를 비롯해 영화의 모든 노래를 실제 라이브로 담았다. 영화를 위해 기타를 배우고 일주일에 5일씩 6개월 동안 노래 연습을 했다는 브래들리 쿠퍼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타 이즈 본>
<스타 이즈 본>

<스타 이즈 본>으로 레이디 가가는 자신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새롭게 각인시킬 것이다. 과한 의상과 화장에 가려져있던 가가의 재능이 영화에서 자연스레 드러난다. 영화를 위해 직접 쓴 노래를 부르는 레이디 가가의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열창하는 ‘아윌 네버 러브 어게인’(I'll Never Love Again)이나 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부르는 ‘샐로우’(Shallow)는 개봉과 함께 유력한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가 되었다.

<스타 이즈 본>

이들의 노래는 코첼라나 글래스톤베리 같은 페스티벌 무대를 배경으로 직접 연주됐다. 이럴 수 있었던 데는 프로미스 오브 더 리얼(Promise Of The Real) 같은 밴드가 뒤에서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미국 컨트리의 전설 같은 존재인 윌리 넬슨의 아들 루카스 넬슨이 이끄는 이 밴드는 닐 영과 함께 앨범을 내고 투어도 도는 실제 밴드이다. 이런 든든한 지원 아래 훌륭한 사운드트랙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영화의 진행을 사운드트랙도 함께 따른다. 레이디 가가의 팝적 재능과 멋진 미국식 록 음악이 한 장의 앨범 안에 담겨있다. 멋진 음악영화이고, 멋진 영화음악이다.

스타 이즈 본

감독 브래들리 쿠퍼

출연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개봉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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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