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개봉하면 자연스럽게 관객수에 주목한다. 최근엔 달라지고 있다. <아수라>가 VOD 판매로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처럼 영화는 극장 상영이 끝난 후에도 2차 매체를 통해 부가수익을 남기기도 한다. 이번주 씨네플레이 ‘알쓸신잡’은 ‘몇 명이 봤냐’가 아닌 ‘몇 장 팔았냐’를 정리해봤다. 비디오테이프부터 블루레이까지, 총 4개 매체의 판매량 순위를 소개한다.


추억의 비디오 테이프, VHS
비디오 테이프 플레이어 내부 구동 방식
국내 비디오 테이프 경고 영상. 기자 역시 비디오에서 이 영상을 본 세대다.

VHS는 ‘가정의 극장화’에 일조한 매체다. 비디오테이프 규격 중 일본 JVC의 VHS가 보급화에 성공해 비디오테이프는 대부분 VHS를 이르는 단어로 정착했다. 비디오카메라의 등장과 플레이어의 보급화, 대여점의 확산 등이 맞물려 영상을 담는 매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다음 소개할 판매 순위는 영화 VHS 중 북미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다. 위키피디아를 참고했다.

<라이온 킹>
1위 <라이온 킹> / 1995년 발매 / 3000만 장
2위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 1994년 발매 / 2510만 장
3위 <알라딘> / 1993년 발매 / 2500만 장
4위 <타이타닉> / 1998년 발매 / 2500만 장
5위 <미녀와 야수> / 1992년 발매 / 2200만 장
6위 <인디펜던스 데이> / 1996년 발매 / 2200만 장
7위 <쥬라기 공원> / 1994년 발매 / 2100만 장
8위 <토이스토리> / 1996년 발매 / 1950만 장
9위 <포카혼타스> / 1996년 발매 / 1710만 장
10위 <신데렐라> / 1989·1995년 발매 / 1700만 장

보시다시피 디즈니 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매 순위에 오른 작품도 많고, 판매량 또한 상당하다. VHS가 단종된 지금, <라이온킹>은 앞으로도 ‘가장 많이 팔린 VHS’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판매량은 5500만 장으로 알려져 있다. 쟁쟁한 작품 속에서 눈에 띄는 건 <인디펜던스 데이>와 <포카혼타스>. 작품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시원시원한 액션물 <인디펜던스 데이>의 선전은 VHS 매체 구매자들의 취향을 알 수 있다.

<인디펜던트 데이>, <포카혼타스> VHS

다음에 소개할 순위는 시리즈별 VHS 판매량. <알라딘>과 <라이온킹>은 극장용 애니메이션 말고도 비디오용 속편 <알라딘 2 - 돌아온 자파>와 <알라딘 3 : 알라딘과 도적의 왕>, <라이온 킹 2>와 <라이온 킹 1과 1/2>를 발매했다. 이 디즈니 양대 산맥을 따라잡은 건 바로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 VHS. 역시 ‘미국 전통 영화’다운 판매량이다. 특히 CG 수정, 장면 추가를 하지 않은 극장 상영 버전이 수록돼 수요가 높았다고.

<알라딘> 시리즈 / 5030만 장
<라이온 킹> 시리즈 / 4500만 장
<스타워즈> 오리지널 삼부작 / 3500만 장
<스타워즈> 오리지널 삼부작 VHS

아날로그 말고 디지털 DVD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DVD 케이스

VHS의 다음 타자는 DVD. 일본의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과 네덜란드의 필립스가 공동 개발한 규격이다. CD랑 똑같은 광학 디스크(빛의 반사로 자료를 기록, 읽어내는 방식)지만 CD(700MB)보다 최소 6배 이상(4.7GB)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TV 화면비에 맞춰 영상을 억지로 늘렸던 비디오 매체와 달리 DVD는 원본 영상 비율을 훼손하지 않은 채 담을 수 있고, 화질도 훨씬 좋아져 마니아들을 열광케 했다. 보급화 속도는 비디오보다야 느렸지만 많은 분야에서 CD 대신 DVD를 채택하면서 지금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상황. 인사이더 몽키에서 2015년 9월 공개한 전세계 누적 판매량을 옮겨본다.

<니모를 찾아서>
1위 <니모를 찾아서> / 2003년 발매 / 4100만 장
2위 <라이온킹> / 2003년 발매 / 3100만장
3위 <매트릭스> / 1999년 발매 / 3000만장
4위 <캐리비안의 해적:블랙펄의 저주> / 2003년 발매 / 2800만장
5위 <슈렉 2> / 2004년 발매 / 2600만장
6위 <다크나이트> / 2008년 발매 / 2000만장
7위 <인크레더블> / 2005년 발매 / 1900만장
8위 <트랜스포머> / 2007년 발매 / 1800만장
9위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 2006년 발매 / 1750만장
10위 <카> / 2006년 발매 / 1700만장
11위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 2002년 발매 / 1650만장
12위 <스파이더맨> / 2002년 발매 / 1600만장

1위를 차지한 <니모를 찾아서>는 발매 당일 VHS와 DVD를 800만 장이나 판매한 대기록의 주인공이다. <라이온킹>,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 등 DVD 분야에서도 디즈니의 이름이 자주 보인다. 3위 <매트릭스>는 DVD가 ‘신생 매체’로 취급받던 시절에 놀라운 화질과 음질, 서플먼트 등으로 DVD의 매력을 보여줘 DVD의 보급화를 이끈 선두주자다. 11위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의 경우 극장판과 30분이 추가된 확장판이 따로 발매했다. 본편은 물론이고 서플먼트도 전혀 달라서 DVD라는 상품의 가능성을 대중들에게 어필했다. 참고로 최근 작품에선 <겨울왕국>이 발매 첫 주에 89만 장을 판매하며 기록을 세웠다.

(왼쪽부터)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의 극장판, 확장판 DVD

21세기는 풀HD가 기본, Blu-ray
기록하는 레이저가 파란 색이라 ‘블루’레이라고 명명됐다.
그래서 블루레이 매체는 대체로 푸른 색의 케이스를 사용한다

DVD 뒤를 이은 블루레이는 일본 소니를 중심으로 블루레이디스크협회(BDA)가 규격화한 매체. DVD보다 5배(25GB)에서 10배(50GB)가량 큰 용량을 기록할 수 있고, 마침내 Full HD(1080p, 1920*1080 해상도) 영상을 담을 수 있다. 2008년부터 차세대 매체로 채택됐으나 국내에는 아직 보급화의 길이 멀기만 하다. 비주류 영화 같은 경우 1000장 판매도 소화하기 어려운 실정. 비디오게임 콘솔에서 블루레이를 기본 매체로 사용하면서 콘솔 게임 문화가 익숙한 북미 지역은 빠르게 보급화됐다. 통계 사이트 ‘스테이티스타’(statista)에서 제공한 2017년 북미 기준 판매량 순위를 보자.

1위 <겨울왕국> / 2014년 발매 / 758만장
2위 <아바타> / 2010년 발매 / 745만장
3위 <슈퍼배드 2> / 2013년 발매 / 595만장
4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 2016년 발매 / 593만장
5위 <어벤져스> / 2012년 발매 / 524만장
6위 <미녀와 야수>(1991) / 2014년 발매 / 450만장
7위 <쥬라기 월드> / 2015년 발매 / 422만장
8위 <다크 나이트 라이즈> / 2012년 발매 / 398만장
9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2014년 발매 / 396만장
10위 <데드풀> / 2016년 발매 / 382만장
<겨울왕국>

누군가 “<겨울왕국>은 한국에서만 성공했다” 말하면 보여줄 만한 지표다. <겨울왕국>은 자그마치 758만 장이 판매돼 현재 역대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위 영화 <아바타>마저 제쳤다. <아바타>는 극장판과 확장판을 발매했고, <겨울 왕국>은 극장판 외의 버전이 없으니 압도적인 승리라 봐도 무방한 셈. 미국에서의 <슈퍼 배드 2> 인기가 의외로 상당한 것도 놀랍다. 마블 스튜디오 영화 중 단독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유일하단 사실도 눈여겨볼만하다. 물론 2018년 판매량을 더하면 <블랙 팬서>도 합류할 듯하지만.

블루레이 총 판매량 상위권 중 그나마 오래된 영화는 1991년 <미녀와 야수>와 1994년 <라이온 킹>. <라이온 킹>은 367만 장을 판매해 14위에 이름을 올려 비디오 최다 판매 영화다운 저력을 보여줬다. 또 <인어공주>가 253만 장, <주토피아>가 248만 장으로 <인어공주>가 더 팔렸다. ‘디즈니 르네상스’(월트 디즈니의 1990년대 전성기) 세 작품의 선전이 독보적이다. <어벤져스>가 당당하게 5위에 등극한 것에 비해 속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프론>은 245만 장 판매로 50위에 턱걸이했다. 

블루레이 판매량 2위 <아바타>의 극장판과 확장판 블루레이.

마니아들이 많이 찾은 LD는 무엇?
LD와 CD 크기 비교.

LP 아니다. LD다. LP만 한 CD를 생각하면 쉽다. 풀네임은 레이저디스크(LaserDisc)로 1978년 최초로 상용화된 광학식 영상 매체다. VHS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으나 이토록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보급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비디오테이프에 비해 크기도 크고 비싼 탓에 웬만한 가정에선 LD 대신 VHS를 선택하는 게 당연했다. CD, DVD처럼 표면이 훤히 드러난 광학식 디스크라 대여 시스템도 쉽지 않았고. 비주류인 탓에 다른 매체들과 달리 뚜렷한 판매량 자료는 전무하다.

다만 LD 판에서도 독보적인 판매량을 보여준 건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 <스타워즈: 디피니티브 콜렉션>(Star Wars: The definitive collection)이란 이름으로 발매됐다. 번역하면 최종판 정도가 되겠다. VHS처럼 오리지널 극장 상영본이 수록되고 16페이지 가이드북, 조지 루카스에 대한 책이 동봉돼 10만 장 이상 판매됐다고. 다른 매체에 비하면 무척 낮은 수치지만 LD임을 고려하면 역시 ‘미국 전래 영화구나’ 싶다.

<스타워즈: 디피니티브 콜렉션>(Star Wars:The definitive collection)
라이온 킹

감독 로저 알러스, 롭 민코프

출연 조나단 테일러 토마스, 매튜 브로데릭, 제임스 얼 존스, 제레미 아이언스, 모이라 켈리, 니케타 캘레임

개봉 1994.07.02. / 2011.12.29. 재개봉

상세보기
니모를 찾아서 3D

감독 앤드류 스탠튼

출연 앨버트 브룩스, 엘런 드제너러스, 알렉산더 굴드, 윌렘 대포, 브래드 거렛, 앨리슨 제니, 오스틴 펜들튼

개봉 2003.06.05. / 2013.05.01. 재개봉

상세보기
겨울왕국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출연 크리스틴 벨, 이디나 멘젤

개봉 2014.01.16.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