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속 요리에 관한 주제로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강연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강연이 끝날 무렵 한 분이 질문을 하셨어요. “한 달간 외국으로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강연을 듣던 다른 분들은 그분께 환호를 보냈고 저 역시 부러웠던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모두의 로망인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라니여행을 자주 다닌다고 해도 한 달씩 시간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제가 주저 없이 추천한 장소는 이탈리아였어요.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사랑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나라는 드문 편이니까요. 물론 그다음 후보지를 선택하라면 스페인입니다이런 생각은 저뿐만이 아닌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의 추천 여행지이기도 하고 비슷한 생각을 한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있으니까요.

마이클 윈터바텀은 영국의 유명한 영화감독으로 <관타나모로 가는 길>, <코드 46>, <에브리데이>, <인 디스 월드등을 만든 감독입니다. 전 파키스탄 난민을 다룬 <인 디스 월드>를 무척 좋아하는 터라 제게 그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만드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가 푸드 트립 영화인 <트립 투 이탈리아>를 만들었다는 소식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먹고 마시고 떠나는 이야기라니. 그가 만들기엔 너무 말랑말랑한 주제처럼 느껴졌거든요. 실제로 보니 영화는 다큐멘터리 색채가 느껴지는 예상과는 다른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두 남자의 로드 무비로 진행됩니다. <트립 투 이탈리아><트립 투 잉글랜드>가 인기를 얻자 제작된 후속편입니다. 최근에는 <트립 투 스페인>이 개봉했죠배경이 된 나라는 다르지만 이 영화들의 줄거리는 같습니다. 이제 중년이 된 두 남자 스티브 쿠건브라이든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을 받습니다. 각 나라 도시들을 돌며 6일 동안 6개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리뷰를 쓰는 미식 투어를 하는 거죠. 영화를 채우는 건 큰 사건이 아니라 두 남자의 수다입니다. 그들은 인텔리전트 중년 남성답게 낭만파 시인의 흔적을 따라가며 예술과 사랑을 논하고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반영하듯 유명한 배우들의 성대모사를 따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영화에는 많은 음식들이 등장하지만 인물들은 요리에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들에겐 중년의 위기가 더 큰 문제처럼 보입니다.

이탈리아는 각 지방마다 자신만의 색깔이 강한 나라입니다. 이탈리아는 각 지방을 중심으로 왕국이나 공국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 지방 자치제가 강력하게 실시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이후 18세기의 이탈리아는 유럽 강대국들의 각축장이기도 해서 밀라노와 나폴리는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피에몬테와 토스카나 주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이런 역사는 요리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동북부 요리는 오스트리아의 영향으로 덜 짜고 덜 달며, 지중해 요리는 스페인의 영향이 강하고 북서부 요리는 프랑스의 요리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많습니다.

이탈리아는 남부와 북부의 요리 역시 다릅니다. 길쭉한 영토도 때문에 서로 다른 기후와 음식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북부는 대륙성 기후로 알프스 산자락과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며 쌀이 많이 생산되고 버터와 치즈 등 유제품도 풍부합니다. 쌀 재배지이니 이탈리아 쌀요리인 리소토가 발달했고요. 파스타의 경우도 생면을 즐겨 먹는 편입니다. 반면 나폴리와 시칠리아 중심의 이탈리아 남부는 지중해성 기후로 해산물이 풍부하고 올리브와 토마토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입니다. 산업화가 덜 된 탓에 농업 중심의 지역이 많죠. 우리에게 익숙한 이탈리아 요리인 피자, 파스타 등은 남부의 것들이 많습니다.

영화는 피에몬테를 시작으로 리구리아의 오징어 요리, 토스카나의 라비올리, 로마의 파스타 등이 각 지역의 유명한 레스토랑의 요리들이 등장합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요리들과 각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눈을 뗄 수 없죠. 두 중년 남자의 여행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이른바 아재 수다만 견딜 수 있다면 말이죠.

트립 투 이탈리아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롭 브라이든, 스티브 쿠건

개봉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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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메뉴 따라하기

<트립 투 이탈리아>의 영화의 마지막 여행지는 카프리 섬입니다. 제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낭만적으로 느낀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은 당연히 해산물 요리가 되겠죠. 카프리에 들린 이들은 지역 와인인 ‘푸로레’ 해산물 요리를 주문하는데, 그중 하나가 칼라마리라고 불리는 오징어튀김입니다. 집에서 만들기도 쉬운 메뉴이니, 칼라마리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먹으면서 <트립 투 이탈리아>의 기분을 느껴보세요.


칼라마리

재료
오징어 1마리, 케이준 파우더 1/2 작은 술, 화이트 와인 1 큰 술 달걀흰자 1개 소금 후추 약간
밀가루 1, 파마산 치즈 간 것 1 큰 술,
마늘 마요네즈 소스- 마요네즈 3 큰 술, 마늘 다진 것 1 작은 술, 소금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오징어는 내장과 껍질을 제거하고 0.7cm 정도의 두께의 링으로 썰어서 케이준 파우더, 화이트 와인, 달걀흰자, 소금 후추를 넣고 30분간 재운다.
2. 밀가루와 파마산 치즈 간 것은 잘 섞은 뒤, 1을 넣고 꼼꼼하게 밀가루 옷을 입힌다.
3. 냄비에 기름을 넉넉히 붓고, 170도에서 빠르게 튀겨낸다.
4. 마요네즈 소스의 재료들을 모두 잘 섞은 뒤 곁들여 낸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