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추상미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연출 소식을 알려왔다. 해외 스타 배우들의 감독 변신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국내 배우들에겐 흔한 일은 아니었기에 이 소식이 더 반갑다. 본업인 연기에서 나아가 또 다른 야심을 보여주는 욕심 많은 배우들. 이들의 입봉작과 연출 비화를 모아 정리했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

감독 추상미

출연 이송, 추상미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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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하정우 감독

<롤러코스터> 촬영 현장

연기파 배우 하정우는 <롤러코스터>라는 코미디 영화로 첫 데뷔를 치렀다. 평소 재치 있는 입담으로 팬들을 웃게 만들던 그답게 <롤러코스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정우식 개그와 농담으로 채워졌다. 톱스타 마준규(정경호)가 탄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 롤러코스터처럼 위험한 비행을 하는 와중 벌어지는 각종 코믹한 상황을 담았다. 이 스토리는 실제로 하정우가 동료 배우 류승범에게서 들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떠올린 이야기라고.

<롤러코스터>

극중 일본인 승무원 미나미토 역을 맡았던 고성희는 TV 예능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연습이 좀 특이했다. 대학 공연 연습처럼 아침 7시에 다 같이 모여 뮤지컬, 외계어, 바보 등 여러 버전으로 연기를 했다며 하정우 감독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전했다. 이에 MC 차태현이 영화에 하정우가 출연하지 않는데 배우들이 다 하정우 연기를 하고 있어서 영화가 너무 재밌었다”고 말한 언급은 <롤러코스터>의 분위기를 단번에 설명하는 대목.

<허삼관>

이후로도 중국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각색한 가족 드라마 <허삼관>을 연출한 하정우는 향후 연출작을 부지런히 구상 중이다. 다음 작품은 언론사 기자를 다룬 케이퍼 무비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여전히 배우로서도 바쁜 그에게 <클로젯>, <백두산>, <보스턴 1957> 등의 일정이 남아 있어 '감독 하정우'의 작품을 보려면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롤러코스터

감독 하정우

출연 정경호, 한성천

개봉 20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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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감독

<여배우는 오늘도> 촬영 현장

또 한 명의 명배우 문소리의 연출작이다. <여배우는 오늘도> 3부작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 형태의 영화로, 데뷔 18년 차 배우의 생생한 경험담이 그대로 녹아든 작품이다. 1막은 소리(문소리)가 등산하러 갔다가 초면인 남자들과 술을 마시게 되면서 겪게 되는 난감한 상황들. 2막은 가정과 육아를 책임 지던 워킹맘 소리에게 달갑지 않았던 특별 출연 제안. 3막은 과거 함께 작업한 감독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우들과 벌이는 예술 논쟁을 담고 있다.

<여배우는 오늘도>

죽을 때까지 영화를 하고 싶다던 배우 문소리가 대학원에서 영화 공부를 하며 만든 작품 <여배우는 오늘도>. 그의 첫 영화에 쏟아진 반응은 굉장히 호의적이다. 연기자로서의 재능은 누구나 인정했던 사실이지만 감독으로서의 역량도 훌륭했다는 반응. <씨네21>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과거 문소리를 인터뷰했던 기자는 배급을, <박하사탕>을 좋아해서 알게 된 친구는 홍보를,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만난 친구는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며 남다른 인연을 전했다.

<여배우는 오늘도>

영화에선 남편이자 영화감독인 장준환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남편을 섭외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한 문소리는 겨우 얼굴이 나오지 않는 뒷모습을 촬영하기로 협의를 마친 채 촬영 현장에 도착했을 때, 풀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남편을 봤다는 재미있는 후일담까지 남겼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국내외에서 관심을 보였던 작품이었다.

여배우는 오늘도

감독 문소리

출연 문소리

개봉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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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박중훈 감독

<톱스타> 촬영 현장

중견배우 박중훈도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의 작품 <톱스타>는 박중훈이 수십 년간 몸담고 있던 익숙한 연예계를 무대로 펼쳐진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영화다.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인 원준(김민준)이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고, 그의 곁을 지키던 매니저 태식(엄태웅)이 대신 자수하게 된다. 배우를 꿈꾸던 태식은 그 보답으로 드라마의 작은 배역을 얻게 되는데. 원준의 자리를 위협할 만큼 성장한 태식은 갈수록 톱스타의 자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톱스타>

박중훈의 연출작 <톱스타>에도 호의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배우로서 박중훈이 듣고 경험한 연예계의 추악한 이면을 드러내면서 한 개인의 성공과 추락을 드라마로 잘 녹여냈다는 반응. 그는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 픽션이 아닌 팩션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팩트인지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겼다.

<톱스타>

그간 연기해온 많은 액션 영화로 빚은 이미지 때문이었는지, 배우들은 감독으로서의 박중훈이 무서울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반대로 박중훈은 <톱스타> 촬영 당시 스탭들에게 절대 소리 지르지 말 것, 화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실제로 현장에서 화내는 감독들이 그렇게 싫었다던 그는 리더가 팀원들과 가장 소통하기 쉬운 방법이 화내는 거지만 가장 효과가 없는 방법도 화내는 것이라고 남다른 고민을 들려줬다.

톱스타

감독 박중훈

출연 엄태웅, 김민준, 소이현, 김수로

개봉 201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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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라띠마>
유지태 감독

<마이 라띠마> 촬영 현장

유지태는 배우로 처음 출연한 작품 <바이 준>을 촬영하던 당시에도 현장에서 장비를 가지고 다니며 자신만의 단편 영화를 찍었다. 그만큼 연기자와 감독을 병행하고 싶었던 그의 소망이 드러나는데. 오랫동안 품어온 연출 욕심을 입봉작 <마이 라띠마>를 통해 실현했다. 가진 것 없는 남자 수영(배수빈)과 태국 이주 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와의 고독한 러브스토리를 담아낸 영화다.

<마이 라띠마>

유지태가 15년간 준비해 온 영화라고 밝힌 <마이 라띠마>는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마이 라띠마 역을 맡은 배우에게도 관심이 쏟아졌는데, <마이 라띠마>는 신인 감독 유지태의 첫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신인 배우 박지수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녀는 첫 작품으로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배워나갈 수 있었다. 외국어는 물론 노숙자, 임산부, 베드신까지 소화해야 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이 라띠마>로 그 해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마이 라띠마>

영화는 태국인의 코리안 드림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하며 찬사를 받기도 했으나 얕은 접근또는 신파 멜로라는 평가도 따랐다. 주목할만한 점은 유지태 감독이 제작비의 60%를 스탭 개런티로 책정하며 영화계의 드문 훈훈한 선례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마이 라띠마

감독 유지태

출연 배수빈, 박지수, 소유진

개봉 201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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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방은진 감독

<오로라 공주> 촬영 현장

감독 데뷔를 한 배우를 거론하면서 방은진을 빼놓을 순 없다. 이제 배우 방은진보다는 감독 방은진이 어울리는 그의 첫 작품은 엄정화 주연의 <오로라 공주>. 밝고 사랑스러운 여자 순정(엄정화)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고 다닌다는 내용의 범죄 스릴러다.

<오로라 공주>

감독 방은진에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을 안겨준 영화 <오로라 공주>가 나오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화 연출을 결심하면서 <떨림>, <첼로> 등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한 그는 촬영을 하기도 전에 무산되기 일쑤였다. 방은진의 연출 데뷔작에 엄정화가 캐스팅됐다는 소문 이후로도 한동안 소식이 없었다. “지칠 만하면 등 떠밀어 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미련함 반, 오기 반으로 버텼다는 방은진의 말이 순탄치 않았던 과정을 짐작게 한다.

<오로라 공주>

배우로서 얼굴을 알린 대표작 중 하나인 <301 302>에서 함께한 박철수 감독은 그녀의 연출가적 재능을 미리 알아챘다. “감독의 디렉션을 그대로 수용하는 배우가 있고, 적극적으로 재해석하는 배우가 있는데 방은진은 후자였다. 제안도 많이 하면서 자극을 주기도 했다”는데. 방은진 감독은 <오로라 공주>로 성공적인 안착을 한 이후로도 지금까지 꾸준히 영화 연출을 해오고 있다. <용의자 X>, <집으로 가는 길>을 지나 지난해 발표한 <메소드>까지.배우로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다거나 여배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건 아니다.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에 관심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는 그녀의 언급에서 감독의 자리에 다가갈 수 있었던 뚝심이 읽힌다.

오로라 공주

감독 방은진

출연 엄정화, 문성근

개봉 200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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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연출에 욕심을 낸 배우들의 행보들이 있다. 독립영화계에서 배우로 활약하던 양익준의 <똥파리>, 남연우의 <분장>은 독립영화계에서도 주목 받던 작품. 배우 류현경은 <광태의 기초>와 <날강도> 두 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고, 류덕환도 <장준환을 기다리며>, <비공식 개강총회>를 연출했다. 단편 영화로 첫발을 내딛은 이희준의 <병훈의 하루>, 윤은혜의 <레드 아이>도 있다.

한편,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작품들이 있다. 배우 김윤석이 연출하는 염정아 주연의 장편 <미성년>은 편집 단계에 있으며, 정진영도 장편 영화 <클로즈 투 유>(가제)의 조진웅, 배수빈 등의 배우와 캐스팅을 마무리 짓고 촬영에 돌입했다.


씨네플레이 심미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