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낌없이 주련다>

지난 11월 4일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큰 별 신성일이 영면했다. 암투병 사실이 전해졌던 지난해, 선생은 의학적 통계를 넘어선 희망을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보여주었으나, 결국 화려했던 삶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그는 5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각종 영화제에서 22번 수상한 대배우였다. 그러나 영화계에서의 큰 업적과는 달리 선생의 사생활은 여러가지 안 좋은 소문이 많았다. 엄앵란 여사는 종편 예능에 나올때마다 달관한 말투로 그의 복잡한 사생활 털어놓곤 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그의 곁을 든든하게 지킨 여장부였으며, 졸혼한 이후에도 신성일이 암선고를 받자 병원비를 책임졌다. 남편의 마지막길, 엄앵란은 신성일을 ‘동지’라고 불렀다. 

두 사람은 평생 54편의 영화에 같이 출연했다. 그리고 동반 주연으로 출연한 <맨발의 청춘>을 찍던 1964년에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된다.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두 사람의 1964년 당시 발표된 작품들을 돌아본다. 


맨발의 청춘
영화 <맨발의 청춘>

엄앵란이 1956년 <단종애사>로 데뷔한 선배였고, 신성일은 4년 후인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다. 두 사람은 2남 3녀가 사는 다복한 가정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빠빠>에서 막내딸 ‘이쁜이’와 둘째 아들 ‘바른이’로 처음 만났다. 

영화 <맨발의 청춘>

아직 신인티를 벗지 못했던 신성일은 이후 극동흥업과 계약하면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한다. <아낌없이 주련다>에서 멜로 배우로 자리잡았고 <가정교사>로 터프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두 출세작의 이미지를 합쳐놓은 듯한 <맨발의 청춘>(1964)에서 신성일이 연기한 서두수는 밀수업을 하는 불량배다. 우연히 대사의 딸 요한나(엄앵란)를 구해준 후, 두 사람은 신분의 벽을 넘어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밀수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에게 쫓기는 서두수와 아버지 몰래 가출한 요한나는 시골로 도망을 간다. 두 사람은 추운 겨울 어느 헛간에서 그렇게 사랑을 나누지만 결국 동반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맨발의 청춘

감독 김기덕

출연 강신성일, 엄앵란

개봉 196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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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영화 <배신>

<배신>(1964)에서는 신성일이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토건 회사의 사원으로, 엄앵란은 조직 보스의 여인으로 등장한다. 보스는 위력을 행사하며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지만, 두 사람은 위태로운 사랑을 이어간다. 당시 대부분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다른 멜로물들과 달리 결국 사랑을 이루어내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촬영 기간 중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훗날, 엄앵란은 방송에서 당시의 로맨틱한 상황을 추억한 적이 있다. 저 멀리 카메라가 있고 호수 한가운데에서 키스를 하는 장면, 보통은 하는 시늉만 하는게 정상인데, 두 사람은 여기에서 열정적으로 키스를 나누며 마음을 확인했다. 엄앵란은 신성일이 갑자기 프렌치키스를 해서 깜짝 놀랐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지 준비중
배신

감독 정진우

출연 강신성일, 엄앵란, 장동휘

개봉 196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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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아가씨
영화 <동백 아가씨>

서울에서 잠시 내려온 청년과 섬마을 여인이 불장난 같은 사랑을 나눈다. 여인은 임신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청년은 유학을 떠나버린다. 그를 찾아 서울에 온 그녀는 생계를 위해 ‘동백술집’에서 비참한 삶을 이어간다. 어느 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그를 만나게 되고 여인은 다시 섬으로 돌아간다. 

이 작품을 촬영하던 당시, 이미 영화계 내부에서 두 사람은 공인된 커플이었고 지방 촬영때는 숙소를 같이 썼다. 그리고 그해 10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결혼을 발표했을 때, 엄앵란은 신성일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11월 14일 두 사람은 워키힐 호텔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두 사람의 결혼식에는 전국에서 5,000여명이 몰려들었다.  

동백 아가씨

감독 김기

출연 강신성일, 엄앵란, 김승호, 석일우

개봉 196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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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 작품들
영화 <잃어버린 태양>

엄앵란과 신성일은 <맨발의 청춘>으로 당시로서 기록적인 25만명의 관객을 모은다. 이후 충무로에 두 사람을 주연으로 한 멜로물이 쏟아졌다. 

<맨발의 청춘>의 김기덕 감독과 다시 한번 합을 맞춘 <떠날 때는 말없이>, 시골에서 상경한 식모와 부잣집 대학생의 사랑 이야기 <이쁜이>, 대학을 나왔지만 술집 마담의 딸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자살하는 <여자 19세>, 술집 여인 옥희와 대학생 상철의 엇갈린 연애담 <잃어버린 태양> 등의 멜로물도 모두 위 작품들과 같이 1964년에 발표된 엄앵란, 신성일 콤비의 영화들이다. 

떠날 때는 말없이

감독 김기덕

출연 강신성일, 엄앵란

개봉 196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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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준비중
이쁜이

감독 강대진

출연 강신성일, 엄앵란, 김승호

개봉 196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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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준비중
여자 19세

감독 김수용

출연 강신성일, 엄앵란, 문정숙, 유재원

개봉 196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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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태양

감독 고영남

출연 엄앵란, 강신성일, 도금봉, 장동휘

개봉 196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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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