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첫 방송한 tvN 예능 <내 귀에 캔디>에서 누군지 모르는 익명의 '캔디'와 오직 전화로만 소통하는 걸 보니,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그녀>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PC 통신과 함께 시작된 '랜선연애'를 다룬 영화들! 시대별로 변하는 통신 방법을 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나만 재밌고 낄낄)


PC 통신
<접속>(1997)

떠나버린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사는 라디오 PD 동현(한석규)과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하는 홈쇼핑 가이드 수현(전도연). 둘은 수현이 유니텔(PC 통신)을 통해 라디오에 음악 신청을 하며 알게 됩니다. 통신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아픔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어느새 스르르 폴링인럽~ 하게 되고, 가상 공간을 벗어나 같이 영화를 보기로 약속합니다!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고 들었어요."


메일
<유브 갓 메일>(1998)

조 폭스(톰 행크스)와 캐슬린 켈리(멕 라이언)는 둘 다 뉴욕에 살고 있지만 당연히 서로를 알지 못 합니다. (뉴욕이 보통 넓은 게 아닌 것). 그런 둘의 매개체가 되어준 것은 바로 이메일. 캐슬린은 우연히 조와 채팅을 하게 되고, 이메일도 주고받게 되죠. 하지만 알고 보니!  캐슬린은 동네의 작은 아동 전문 서점의 주인이고, 조는 바로 그 근처에서 맨해튼의 대형 체인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 뚜든! 한마디로 캐슬린을 망치러 온 그녀의 구원자, 조. 게다가 조는 우연히 캐슬린의 모습을 실제로 보면서 점점 그녀에게 빠져드는데..!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당신이길 바랬어요.
당신이길 정말 간절히 바랬어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노라 에프론 감독+톰 행크스+멕 라이언 조합에 <유브 갓 메일>과 비슷한 소재를 가진 영화가 또 있었죠. 메일 대신 라디오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되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


무전기
<동감>(2000)

1979년의 여자 소은(김하늘)과 2000년의 남자 인(유지태)이 얘기를 나눕니다. 어떻게요? 무전기를 통해서 합니다. 그냥 무전기도 아니고, 고물 무전기. 신기하게 코드도 안 꽂았는데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죠. 그리고 두 사람은 다음날 학교 시계탑 앞에서 만나기로 하는데! 만날 수 있을 리가 없는 것. 그날 밤 무전을 통해 둘은 '말도 안 되지만'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두 사람의 사이가 가깝다는 것도 알게 되구요. 21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인연이란 말은 시작할 때 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 일이 끝날 때 하는 말이에요."


편지
<시월애>(2000)

<동감>과 비슷합니다. 무전기가 우체통으로 바뀌었을 뿐. (우체통이니 '랜선'은 아니네요..ㅋㅋㅋ) 1998년의 남자 성현(이정재)과 2000년의 여자 은주(전지현).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일마레'라는 집의 우체통을 통해 시간을 넘어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은주는 편지를 통해 성현에게 자신이 예전에 잃어버린 녹음기를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성현은 은주가 얘기한 시각에 그 장소로 가 은주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 은주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과거에서 온 성현을 알아보지 못하죠. 과연 두 사람은 우체통 너머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할 텐데,
믿어줄 수 있어요?"


온라인 게임
<후아유>(2002)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자동 음성지원ㅋㅋㅋㅋ) 제목은 몰라도 이 노래는 다 아시죠? 델리스파이스가 부른 <차우차우>! 이 노래가 OST로 나왔던 영화입니다. 63빌딩에서 게임 기획자로 일하는 형태(조승우)와 수족관에서 다이버로 일하는 인주(이나영)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게 됩니다. 게임 속 형태의 닉네임은 '멜로', 인주의 닉네임은 '별이'. 형태는 '별이'가 인주라는 걸 알고 의도적으로 인주에게 접근합니다. 하지만 인주는 '멜로'가 형태인 걸 모른 채 '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죠. 그녀의 얘기를 듣고 인주에게 연민을 느끼던 형태는 어느 순간!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주는 현실 속 형태가 아닌 게임 속 '멜로'를 좋아하게 되구요. 그걸 알고 조바심이 생긴 형태는 인주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합니다!

"만나자.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인공지능 운영체제
<그녀>(2014)

이번엔 끝판왕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영화 속에선 주인공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만났다면,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납니다.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대필 작가로, 아내(루니 마라)와 별거 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광고에 이끌려 OS를 구입하게 되죠. 그 OS가 바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그녀와 매일같이 대화를 하다 깊은 속내까지 털어놓게 되고 결국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사만다도 테오도르를 사랑하게 되죠. 과연 이 둘은 나이, 국적, 인종 초월도 아닌.. 뭐죠? 뭘 초월한 거죠? 아무튼 그래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요?

"사랑에 빠지면 다 미치게 돼.
사랑은 사회가 인정하는 미친 짓이거든."


씨네플레이 에디터 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