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보헤미안 랩소디> 얘기다. 영화를 두 번 보는 건 부지기수고, 또다시 극장을 찾아 함께 노래 부른다. 각종 소셜 네트워크에는 퀸의 음악을 통해 경험한 간증이 넘쳐난다. 중년은 퀸의 음악을 통해 추억을 더듬고, 젊은 세대는 퀸의 음악에 새롭게 눈뜬다. “이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 뮤지션은 비틀스가 아니라 퀸인 것 같다 농담이 마냥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한편으론 지겹기도 하다. 온통 <보헤미안 랩소디>에 관한 이야기가 넘치고,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말한다. 이쯤에서 슬며시 <퀸 록 몬트리올>을 꺼낸다. <퀸 록 몬트리올>은 공연 실황이며 동시에 엄연한 영화이기도 하다. <퀸 록 몬트리올>2009년 한국 극장에서 개봉되었고,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배우가 연기한 가짜 라이브였다면 <퀸 록 몬트리올>은 전성기 시절 가진 그야말로 진짜배기 퀸의 라이브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라미 말렉, 루시 보인턴, 귈림 리, 벤 하디, 조셉 마젤로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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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락 몬트리올

감독 솔 스위머

출연 존 디콘, 브라이언 메이, 프레디 머큐리, 로저 테일러

개봉 2009.07.30. / 2011.11.24.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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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퀸은 평단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한 밴드다. 미국 매체나 평단에선 특히 그렇다. 앨범 단위로서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 매체 ‘롤링 스톤에서 선정한 ‘500대 앨범에 퀸의 앨범이 <어 나이트 앳 더 오페라>(A Night At The Opera딱 한 장, 그마저도 겨우 231위에 올라있다는 사실이 이런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틀스나 롤링 스톤즈 같은 다른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 앨범이 10장씩 올라있고, 한참 후배인 라디오헤드가 5개의 앨범을 순위에 올린 걸 생각하면 가히 수모라 할 만하다.

대신에 퀸은 앨범보다 각각의 싱글이 더 빛나는 밴드다. 그 어떤 정규 앨범보다 사랑받았던 퀸의 대표 앨범이 <그레이티스트 힛츠>(Greatest Hits)란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또 퀸의 음악을 아무리 폄하하는 이들도 퀸의 라이브만은 폄하하지 못한다. 프레디 머큐리의 놀라운 보컬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한 밴드의 라이브는 그 빛나는 싱글들과 함께하는 쇼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다시 <퀸 록 몬트리올>의 이야기다. <퀸 록 몬트리올>은 앞서 언급한 빛나는 싱글들과 함께하는 쇼의 최고봉이다. 프레디 머큐리 사후 2000년대부터 퀸의 라이브 앨범이 쏟아져 나왔다. 2004년 나온 <퀸 오 더 파이어: 라이브 앳 더 보울>(Queen On Fire: Live At The Bowl)을 시작으로 초기 라이브 앨범도 발굴됐고 BBC 방송 실황도 공개됐다. <퀸 록 몬트리올>은 그 다양한 라이브 앨범 가운데서도 최고다. 앨범에 담긴 생생한 열기가 그렇고 1만 8000명 앞에서 부른 노래 목록이 그렇다.

신통치 않았던 북미 지역에서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Another One Bites The Dust)‘크래이지 리틀 싱 콜드 러브’(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1981년 캐나다 몬트리올 쇼를 기록한 앨범이다. 또한 최고의 실패작이라 말하는(개인적으로 결코 동의하진 않지만) <핫 스페이스>(Hot Space)를 내기 전의 실황이다. 말하자면 선곡에서 모두가 선호할 수 있는 최선의 세트리스트로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 함께한다

실질적인 첫 곡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은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강력하며 뒤를 이어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 ‘킬러 퀸’(Killer Queen), ‘나우 아임 히어’(Now I'm Here),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크래이지 리틀 싱 콜드 러브’,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퀸의 모든 히트곡이 망라돼있다. ‘언더 프레셔’(Under Pressure)는 이 몬트리올 실황이 초연이었다는 의미도 있다. 퀸을 사랑하는 가장 분명한 이유 가운데 하나일 라이브 퍼포먼스가 <퀸 록 몬트리올>에 생생하게 담겨있다. 애초 라이브 음반과 영상으로 제작하기 위한 공연이었던 만큼 사운드나 영상 편집은 지금 봐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2009년 개봉과 함께 극장에서 <퀸 록 몬트리올>을 봤다. 당시는 관객도 그리 많지 않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도 거의 없었다. <보헤미안 랩소디> 흥행을 보며 <퀸 록 몬트리올>을 떠올린다. 지금 다시 개봉한다면 훨씬 더 좋은 반응과 흥행을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같은 퀸 신드롬 속에서 이처럼 좋은 라이브 영상과 앨범이 조금이라도 더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비록 대형 스크린은 아니지만 아쉬우나마 몬트리올 실황과 라이브 에이드 영상 합본이 판매 중이다. 더 손쉽게는 유튜브에서 이 영상을, 아니 이 영화를 볼 수 있다. 수없이 많은 훌륭한 싱글을 보유한 밴드, 한결같이 엄청난 라이브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밴드,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이 두 명제가 <퀸 록 몬트리올>을 통해 증명된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