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 출연한 덕분에 전 국민이 잘 알게 된 할리우드 배우 잭 블랙. (이미 유명한 배우셨지만...) 문득 그의 프로필을 보니 8월 28일 생이 아닌가!
얼마 전 괴상망측한 사망 루머에 얽힌 적 있던 터라, (트위터의 어떤 해외 관종께서 팔로워를 늘리고 싶어 잭 블랙 트위터를 해킹해 사망설을 유포한 사건.) 그의 47번째 생신(!)이 더욱 반갑고 괜히 고맙다. 그래서 오랜만에 그의 작품활동을 키워드별로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싶어졌다. 물로, 음악인으로서의 그의 면모도 빠짐없이 되짚어봤다.
인생캐릭터 '쿵푸팬더'
잭 블랙 하면 그가 성우 연기에 도전한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를 빼놓을 수 없다. 드림웍스의 흥행작 <쿵푸팬더>의 성우를 고를 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주인공 포의 성우로는 잭 블랙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으리라. 동서양을 아우를 수 있는 그의 뱃살 매력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응답했는지 아시는가?
<쿵푸팬더> 1편은 전세계에서 6억 3천만 달러를 벌었고 <쿵푸팬더2>는 그보다 많은 6억 6천만 달러, <쿵푸팬더3>는 다소 힘이 빠졌음에도 5억 1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슈렉> <마다가스카> 시리즈 역시 드림웍스의 저력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슈렉' 역의 마이크 마이어스나 '알렉스' 역의 벤 스틸러는 잭 블랙처럼 귀염 터지는 매력은 획득하지 못했다.
'음악영화' 머신
잭 블랙 하면 떠오르는 영화를 몇 편 나열해보면 공통점이 딱 나온다. 바로 음악영화다.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는 레코드 가게 직원으로 출연해 실제인지 연기인지 헷갈릴 만큼 자연스러운 '락덕후' 캐릭터를 연기했고 <스쿨 오브 락>에서는 가짜 음악 대리교사 역으로 등장해 락 밴드의 리더적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어디 그 뿐인가. 엉뚱하고 괴상한 발상으로 가득한 음악(?) 영화 <터네이셔스D>는 음악인이자 영화인으로서의 그의 면모를 과시한(?) 영화다. 이럴 게 아니라, 조금 더 음악인으로서의 그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락 밴드, '터네이셔스 D' 결성
잭 블랙이 무명 배우였던 시절, 배우 팀 로빈스가 주축이 되어 결성된 극단 ‘액터스 갱’의 일원이었다. 당시 그는 극단의 음악을 담당하고 있던 카일 개스와 음악적 견해로 말썽을 일으키곤 했는데 되려 둘의 사이가 돈독해져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자작곡도 없었고 팀명도 없었지만 두 사람은 기존 가수들의 노래를 커버하면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잭 블랙이 팀명을 공모한다. 그 중 누군가 농구 포지션 용어인 ‘테네이셔스 D’를 추천했는데 그게 그냥 별 뜻 없이 잭 블랙 마음에 들었다. 그리하여 '테네이셔스 D'라는 이름의 ‘락덕후’ 듀오 밴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1994년, 성공에의 열망으로 가득했던 예비 할리우드 스타는 그렇게 ‘뮤지션’으로서의 미래를 결탁하고 말았다.
악마 이긴 노래, 영화화
잭 블랙이 꾸준하게 개발하고 있던 시나리오가 있었다.
이야기인즉슨, 두 명의 뮤지션이 길을 걷다가 우연히 악마를 만나는데 악마가 “세계 최고의 노래를 연주하지 않으면 너희를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는 협박을 가한다. 그에 대항해 뮤지션들은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곡을 즉흥적으로 연주해낸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잭 블랙이 당시에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2005)에 캐스팅되면서 프로젝트가 잠시 연기됐었다.
그리고 '터네이셔스D'의 두 번째 정규 앨범도 녹음하고 이러저러한 활동을 하다가 드디어 2006년에 자신들의 발표곡 ‘Tribute’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리암 린치 감독과 함께 앨범 제작에 참여했던 뮤지션들을 대거 출연시키면서 희대의 컬트 음악(?) 영화, <터네이셔스디>를 세상에 내놓게 된다.
잭 블랙은 저 사진을 찍고 저 옷차림 그대로 몇 시간 뒤 무대에 올라 정말 미친 에너지를 발산해줬더랬다. 그의 털털하고 화끈하고 인간적인 매력은 여전한 것 같다. 엊그제 LA 공항에 나타난 그의 기사를 보는데 왠지 기분이 이상해 예전 사진을 비교해봤다. 그랬던 몇 년 전 국내 내한 당시 입었던 티셔츠를 (
웃기지마, 연기파
잭 블랙의 코미디는 개그맨 출신 배우들이 흔히 보여주는 슬랩스틱, 화장실 코미디의 영역 이상을 보여주는데 그 이유는 그가 무대에서 감정을 리드미컬하게 발산하는 뮤지션 활동을 겸비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자신만의 리듬에 실어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배우다. 특히 그가 얼마나 훌륭한 연기파 배우인지 알고 싶다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버니>를 추천한다.
마을 사람 모두가 사랑했던 한 남자가 마을 사람 모두가 싫어했던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그냥 드라마가 아니고 '범죄'드라마라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이 영화는 단역 출연작을 제외하고 그가 주연을 맡았던 잭 블랙 필모그래피에서 거의 유일하게 '범죄'란 단어가 붙는 영화이기도 하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