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

쿵푸마스터 샹치

‘데드라인’에 따르면, 중국계 마블 슈퍼히어로 샹치(Shang-Chi)가 영화로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샹치는 세계정복을 노리는 국제 범죄조직보스 푸 만추의 아들이다. 그러나 자신의 아버지가 악당인지도 모른 채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무술을 단련하며 자랐다.19살이 된 그는 모든 종류의 무술과 무기에 능한 마스터가 된다. 샹치는 아버지의 명을 받고 페트리 박사를 암살하러 가지만,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악당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반기를 든다.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와 합동 작전 중인 샹치

그는 다른 슈퍼히어로들처럼 초능력은 없지만, 총알도 피할 수 있는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다. 초기엔 첩보기관 MI6에서 활동했으며, 스파이더맨에게 무술을 가르치거나 어벤져스에 합류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의미있으면서도 위험한 도전

샹치의 영화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해외 언론들은 마블이 <블랙팬서>처럼 특정 문화권의 지지를 받는 작품을 전략적으로 양산하려는 움직임이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샹치야 말로 미국 문화에 뿌리박혀 있는 오리엔탈리즘을 그대로 보여주는 캐릭터일 수 있어, 그 해석이 조심스럽다.

샹치의 아버지로 설정된 푸 만추는 마블의 고유 캐릭터가 아니고 영국 작가 색스 로머의 소설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찢어진 눈에 긴 수염을 기르고 청나라 관료같은 복장을 한 그는, 오랜기간 서구의 대중문화에서 교활하고 욕심많은 중국인 악당을 대표했다.

샹치의 초창기 모습

사실 샹치는 미국의 인기 드라마 <쿵푸>의 주인공 콰이 창 케인의 대체품이었다. 콰이 창 케인 역시 일본식 전통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티벳승 같은 복장으로 소림사 주방장 같은 발차기를 하는 등 고증이 엉망인 ‘짬뽕’ 캐릭터였다.(참고로 콰이 창 케인을 연기한 데이비드 캐리던은 훗날 <킬빌>의 빌을 연기한다.)

코믹스에 그를 출연시키고 싶었던 마블은 결국 드라마 <쿵푸>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워너브러더스와 DC코믹스의 승인을 받지 못한다. 마블은 그 대안으로 샹치라는 캐릭터를 고안하여 푸 만추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코믹스 <스페셜 마블 에디션 #15>(Special Marvel Edition #15, 1973)에 데뷔시켰다. 마침 <용쟁호투>가 미국에 개봉하면서 이소룡이 미국에 알려지던 해였다. 샹치는 그렇게 이소룡의 이미지를 흡수하며 캐릭터를 완성해갔다.


제 2의 아이언 피스트?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한 마블 슈퍼히어로 드라마 <아이언 피스트>

또한, 샹치(上氣)는 이름에서도 알 수있듯이 ‘기’를 다루는 캐릭터이다.마블이 영상화한 작품 중 기에 대한 개념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 넷플릭스의 <아이언 피스트>였다. 기를 다루는 쿵푸 마스터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캐릭터는 코믹스 상에서도 진한 형제애를 나눈다. <아이언 피스트> 시즌 1편이 한참 만들어지던 지난 2016년에는 이 작품에 샹치가 합류할 것이라는 루머가 있을 정도였다.

코믹스에서 함께 활동했던 아이언 피스트(왼쪽)와 샹치

그러나 <아이언 피스트>는 동양 철학에 대한 어떤 고찰도 보여주지 못 한채, 기에 대한 개념을 남용했다. 시리즈가 종영 때까지 혹평을 피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고 보면 비슷한 세계관을 담고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에인션트 원 역할에 틸다 스윈튼을 캐스팅해 화이트 워싱 논란이 있었다. 아직은 마블이 동양 문화권에 있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구현하지 못 하고 있는 듯 하다.


데이브 캘러햄

Dave Callaham

우선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중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진 데이브 캘러햄에게 샹치의 각본을 맡겼다는 소식이다. 감독 역시 아시아계 인물을 물색 중이라고. 데이브 캘러햄은 3편의 <익스펜더블> 시리즈, <고질라>(2014)등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두루 활동해왔다. 쿵푸와 관련된 작품으로는 액션배우 장 클로드 반담을 희화한 TV시리즈 <장 클로드 반 존슨>, 얼마 전 제작이 발표된 <모탈 컴뱃> 리메이크 등이 있다. 최근엔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후반작업 중인 DC의 <원더우먼 1984>에 참여했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2편 작가로 발탁되었다. 한편에서는 샹치 역으로 이기홍, 스티븐 연 같은 한국계 배우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