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는 관객이 놀라고 무서워해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무섭지 않은 공포 영화는 관객의 외면을 받는 법. 지금 극장가에 소리 소문 없이 흥행 중인 공포 영화 <라이트 아웃>은 공포감을 조성하게 하는 영화의 설정이 독특하다.

이 영화의 관객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걸 보니 공포 영화의 효과라는 것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 번 골라봤다. 그 동안 관객에게 인기를 끌었던 공포 영화는 어떤 게 있었으며, 그 영화들은 어떤 창의적인 방법으로 관객을 사로잡았을까.


공포의 기본,
깜깜함을
잘 이용한
<라이트 아웃>
<라이트 아웃>

공포는 주로 밤에 찾아온다. 요새는 악령, 괴물, 뱀파이어, 좀비들이 낮에도 창궐하지만 전통적으로 이들은 밤에 움직여왔다. <라이트 아웃>은 유령인지 괴물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깜깜할 때만 실체를 드러낸다는 아주 기본적인 설정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불을 껐다 켜면 어둠 속의 위협이 덮쳐 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계속 컴컴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말이지만) 어둠 속이 갑자기 밝아졌을 때 실체를 보게 된다. 칠흑같은 암흑이 거치는 그 순간에 공포가 기습하는 것이다. 화면 밖에서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와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효과랑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한핏줄 태그 영화 - <디센트>

몇 명의 젊은이들이 어두운 동굴 탐사를 떠난다. 그런데 그 동굴은 무언가 사연이 깊은 곳이라서 괴생물체들이 산다. 젊은이들은 완벽한 어둠 속에서 피칠갑을 한 채로 동굴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어두컴컴한 화면을 다루는 연출이 뛰어나다.
<디센트>

쳐다만봐도
무서운
시선의 공포
<V/H/S : 죽음을 부르는 비디오>
<V/H/S : 죽음을 부르는 비디오>

사람은 감각이 통제됐을 때 겁을 먹는다. 안 들리는 것도 무섭지만 안 보이는 공포가 끔찍하다. 영화 속에서 어떤 사건을 다룬 영상을 마치 실재 다큐멘터리처럼 꾸며서 사실성을 극대화하는 파운드 푸티지형식은 안 보이는 공포를 적절히 이용한 공포 영화 기법이다. 왜냐하면 누군가 영상을 찍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시점을 벗어난 화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1인칭 시점의 영상은 생생한 사실감을 주면서 시선이란 감각을 극도로 제한하기 때문에 더 무섭다.

<블레어 윗치> 같은 영화가 이 형식과 장르의 선구자 같은 작품인데 지금은 너무 흔해져서 원전을 따지기도 민망하다. 아무튼 영화 <V/H/S>는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진화를 가져온 작품이다. 정체 모를 뱀파이어 같은 괴물이 사람들을 덮치는 광경이 카메라에 찍히는데 정말 보는 관객이 공경을 당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아마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저 위의 스틸컷의 섬뜩함을 잘 알 것이다.

한핏줄 태그 영화 - <알.이.씨(REC)>

영화 <REC>는 좀비 바이러스가 덮친 공포스러운 상황을 1인칭 시점에서 담아내어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영화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달려드는 좀비로부터 도망을 치는데 관객은 그 도망치는 사람이 들고 있는 카메라로 찍고 있는 영상만 보고 있어야 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끔찍하다. 속편도, 리메이크 영화도 나왔지만 스페인판 1편이 제일 재미있다.
<알.이.씨(REC)>

끔찍한 반전으로
끝장 공포를
선사한
<더 비지트>
<더 비지트>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반전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최신작 <더 비지트>는 위에서 언급한 공포 영화의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영리하게 도입한 영화임과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반전으로 관객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영화다. 어린 남매가 단 둘이서 외갓집을 찾아갔다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취향에 따라 사건의 정체가 싱거울 수도 있지만 결말까지 다다르는 과정에서 공포 영화의 온갖 기법이 영리하게 쓰인다. 시골 마을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의 공간적인 미덕은 물론, 집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미스터리한 사건을 종합한 영화인 것.

한핏줄 태그영화 - <오펀: 천사의 비밀>

가족 관계를 소재로 한 공포 영화는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 그 중에서 이 영화는 반전 효과에 일정 부분 기대고 있는 영화다. 이제는 호러퀸으로 자리잡은 베라 파미가가 <컨저링> 시리즈나 드라마 <베이츠 모텔> 한참 이전에 등장해 초석을 다진 영화이기도 하다.
<오펀: 천사의 비밀>

가장 잔인한
인형 공포
<애나벨>
<애나벨>

캐릭터 디자인만으로 섬뜩한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영화는 많다. 대표적으로 <나이트 메어> 시리즈나 <사탄의 인형> 시리즈 속 캐릭터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시디어스> 시리즈와 <컨저링> 시리즈를 연달아 성공시킨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애나벨>은 영화 자체는 솔직이 완성도가 떨어지고 그리 무섭지도 않지만 저 '애나벨' 인형만큼은 정말 무섭게 디자인 잘 했다.

한핏줄 태그영화 - <악마의 씨>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이 영화가 <애나벨>의 한핏줄 영화로 언급되는 게 수준 떨어진다고 여길 사람들 많을 것 같다. 그만큼 공포영화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인데 뭔가 악한 새싹(?)을 만들어내는 영화로는 또 이만큼 무서운 연관 영화가 없을 듯 하다.

오직 소리만으로
공포를 극대화한
<써스페리아>
<써스페리아>

공포 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걸작 <써스페리아>는 총천연색 드레스와 싸구려 원색 느낌의 건물 벽지, 과할 정도로 화려한 장식 등 그로테스크한 미술과 의상만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감독 특유의 작품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는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의 진짜 장점은 이야기가 어떻든 듣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음악이 아주 훌륭하게 쓰인 공포 영화인 것이다.

사실 그로테스크한 스타일은 같은 감독의 <딥 레드> 같은 영화에서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고, <써스페리아>에서는 음악을 좀 더 중점적으로 즐기면 좋다. <아이엠러브><비거 스플래시>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다코타 존슨, 틸다 스윈튼과 함께 리메이크하니 기대해도 좋겠다.

한핏줄 태그영화 - <컨저링>

이 영화 개봉 당시, 영화를 보고 나온 대부분의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나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만큼 특정 소리가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중요한 작용을 한 요소로 활용됐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 또한 음악으로 한 마을의 폐쇄성과 위기감, 반전에 대한 경고 등을 효과적으로 살려낸 영화 중 하나다.
<컨저링>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