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씨네플레이의 체험 전문 에디터
문부장입니다.
네,
이렇게 운을 띄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번에도 뭔가를
체험하고 왔기 때문입죠.
V라이브 현장이나
무대인사 동행기 등
여배우가 있는 곳이라면
버선발로 달려나가는 저였지만,
이번엔 지난 8월 27일
여의도CGV에 열린
영화 마니아들의 전당대회
'영퀴왕'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혼자보단 둘,
두두 에디터가 함께 했죠.
기왕지사 참가하는 거
1등 한번 타보자는
호기도 다지면서요.
21:20
행사 시작 10분을 남긴 상태였지만
수많은 인파들의 대기열이
쭈욱 늘어서 있었습니다.
1인2조 100팀,
총 200명의 이상 인파가
몰려든 셈이죠.
오랜 기다림 끝에
참가 키트를 받아든 참가자분.
기분 탓일까요,
옆을 스쳐가기만 해도
"1등은 내꺼야!" 하는
불타는 의지가 느껴지더군요.
키트 안엔 이런 게 들어 있었습니다.
다른 팀과의 모의를 방지하는 마스크,
손전등, 노트, 수정테이프,
야간 강행군을 위한 식량까지.
대체 무슨 퀴즈가 기다리고 있길래?
아, 진짜 1등 되면 어떡하지?
맛밤 먹고 싶다 등등
오만 잡상이 떠오르다가
슬슬 긴장이 몰려오더군요.
그래서 취재 모드로 전환해
문부장과 두두 에디터는
각자 옆에 앉은 참가자들을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두 에디터가 인터뷰 한
신지선 씨 팀은
예선에서 45등을 기록하며
본선에 출전한 분들이었는데요.
1등 해서 싱가포르로
여행을 가겠다는 포부를 다졌습니다.
네이버 모바일 영화 구독자라는
언급도 잊지 않으셨죠.
제 옆의 박동수 씨 팀은
예선에서 170등을 했지만,
운좋게 본선까지 올라오셨다고요.
씨네플레이를 알고 있다고
하셔서 반가운 마음에
"아, 제가 문부장입니다^^"
했더니만 별 대꾸가 없으셔서
"이따가 1등 하셔서 또 인터뷰 해요^^"
화이팅을 던졌습니다.
신영일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역시 베테랑답게
멘트가 술술술술술~
퀴즈 진행 방식부터
참가자들이 지켜야 할 수칙까지
상세하게 안내하셨습니다.
MC 뒤에 '탈출'이라는
단어 보이시죠?
이번 영화퀴즈 콘셉트는
'방 탈출'입니다.
모두 3개의 스테이지를
90분 내에 탈출하되,
모든 스테이지를
가장 먼저 나오는 상위 3팀이
최종 결선에 오르는 시스템입니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번째 스테이지 문제는
바로 이것!
스크린에 뜨는 힌트들을 가지고
20개의 액션영화 제목을
맞추는 퀴즈였습니다.
스틸컷, 출연배우 이름, 감독
제작연도, 관객수 등
힌트가 번갈아 나타났죠.
제목을 십자말풀이 칸에 기입하고
그 낱말을 빈칸에 넣어
문장을 완성하는
아주 복잡한 게임이었죠.
"명색이 영화 기자인데
술술 맞춰줘야않겠숴~?"
호기롭게 문제를 풀기 시작했지만
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에
두 에디터는 금세
멘붕에 빠지고 말았죠.
취재를 명목으로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사기를 떨어트릴까
하는 노파심에 열심히 머리를 굴렸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타공인 영화박사
가로등거미 에디터를
그리워했습니다.
겨우겨우 퀴즈를 맞춘 후엔
감독관의 꼼꼼한 정답 검사까지.
다 맞췄다고 호기롭게 나가시다가
다시 돌아오는 분도 계시더군요.
22:30
두 번째 스테이지는
<싸이코>의 스코어 같은
기괴한 음악이 북적북적한
상영관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공포영화의 방입니다.
상영관 좌석에
공포영화와 그와 관련한 키워드가
적힌 팻말(?)이 놓인 방인데요.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총 40개의 문제가 배치됐습니다.
섹션마다 영화와 그 키워드가
일치하는 경우의 갯수를
각 참가자의 번호가 붙은
작은 금고에 비밀번호로
입력해야 하는 미션입니다.
스테이지 2는 섹션마다
힌트맨이 있었습니다.
방에 들어선 지 10분이 지날 때마다
비밀번호 한 자리를 알려줬죠.
이 방 역시 헷갈리는
문제 투성이였습니다.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을
슬쩍 '검은 손'으로 바꿔놓거나,
1977년인 <컨저링>의 배경을
1973년으로 기입해놓는 식.
이미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저와 두두 에디터는
주저앉아 소세지를 맛밤을 까먹으며
금고에 되도 않는 숫자를
계속 넣어봤습니다.
그러더니 철컥,
문이 열리더군요.
그리고 MP3 플레이어가 나왔습니다.
네, 스테이지 3으로 가라는 신호입니다.
이미 스테이지 2에는
많은 이들이 떠난 상태
....
23:00
세 번째 스테이지는
영화음악의 방입니다.
금고에서 얻은 MP3 플레이어를
적극 활용하는 스테이지입니다.
플레이어에 담긴
판타지 영화의 스코어의 트랙 번호와
스크린에 보이는
전국 영화관 이미지 속
보이는 포스터 속 영화와 일치시켜
이 종이에 기입한 후,
스테이지 바깥에서 돌려주는
자기 휴대폰으로 이 번호에
문자를 보내면
스테이지3는 클리어!
...
말은 쉽지만
역시 정답을 맞추기란
만만치 않더군요.
음악에 대해선 나름 빠삭하다고
생각하던 저였지만
영화 테마곡도 아닌,
특정 장면에 몇 초 정도
흐르는 스코어를 알아채야 하는 문제라
전혀 맞출 엄두를 못 냈습니다.
ㅠ_ㅠ
이쯤 되니 저희가 스테이지2에서
헤매던 시각에
이미 모든 스테이지를 통과한
순위권 분들이
존경스러워지기까지...
23:30
1,2,3위에 오른 분들이
마지막 스테이지를 준비하는 사이,
다른 참가자들에겐
C, G, V가 찍힌
깃발이 하나씩 배포됐습니다.
최종 3팀이 각자
C, G, V 팀이 되어서
해당 팀의 깃발을 가진 팀에게
선물이 수여되는 설정 때문입니다.
00:00
최종 스테이지에 오른 세 팀.
그런데
선두로 스테이지 1,2,3을 통과한
V팀에 낯익은 분들이 계시더군요.
행사 시작 전
저와 인터뷰를 했던
바로 그 분들!
저와 두두 에디터는
얼결에 C 깃발을 받아들었지만,
인연이란 게 무서운지라
V팀을 응원하게 되더군요.
물론 문부장의 존재는 몰랐지만.(뒤끝...)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스테이지인 만큼
문제 역시 난이도가 보통이 아니었는데요.
그래서 셋 중 한 팀만 정답을
맞추는 경우도 솔찬히 나왔습니다.
이를테면,
Q. 영화 <시>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쓰는 시의 제목은 무엇인가?
Q. 하정우의 출연작과 거기서 그가 먹은
음식의 짝이 맞지 않은 것은?
같은 문제였죠.
씨네플레이에서 이 글을 읽은 독자라면
하정우 먹방 문제는
아주 가볍게 맞출 수 있었을 텐데요.
이 문제는 모든 참가자가
틀리고 말았죠.
이걸 맞췄다면 1등 급행열차를
타셨을 텐데 말이죠.
아무쪼록 애초 준비한 10개
문제가 모두 출제된 가운데에도
우승자를 가리지 못할 만큼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죠.
영화제목을 맞추긴 했지만
맞춤법이 틀려 오답이 되는
웃픈 일도 발생했습니다.
'아녜스의 노래'를
'아녜스의 편지'로 쓴 C팀.
주저앉아 머리를 싸매는 모습이
그 안타까움을 고스란히...
네,
마지막 문제의 정답이
울리는 순간입니다.
세 팀 500점을 획득한 상태에서
홀로 문제를 맞춘 G팀이
최종 우승자가 됐습니다.
기뻐한 건 두 참가자뿐이 아닙니다.
G 깃발을 들고 선물의 주인공이 된
참가자들도 세차게 쾌재를 불렀습니다.
기쁨의 표정을 그대로
게재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1등을 차지한
'한기일, 제이C' 팀의 인터뷰
Q. 지식이 대단하더라. 영화 쪽 종사자인가?
학부에서 영화 전공을 했다. 연출이나 연기가 아닌, 영화 제작을 공부했다. 그래서 지인과 팟캐스트 '명화 남녀'를 진행하고, 2014년엔 동명의 책도 발간했다. 오는 10월에 두 번째 책이 나올 예정이다.
Q. 예선부터 1등 하겠다는 각오가 있었나?
예년엔 생각날 때마다 문제 푸는 게 전부였는데, 이번엔 공지 뜨자마자 작정하고 해보자 생각했다. 첫날부터 매해 참여하고, 생전 안 가던 매점도 가서 '한번 더' 쿠폰까지 받아 참여했다.
Q. 예선에선 몇 등으로 올라왔는지?
21등 했다. 정답률 82.9% 기록하고. 그 이후에 뭘 따로 준비하진 않았다. 오늘도 행사장 오기 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1990)을 보고 왔다.
Q. 500만 포인트, 어떻게 쓸 예정인가?
CGV 상영관이 마스킹을 해주지 않아서 IMAX 빼곤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인데, 이제 자주 이용할 생각이다. 성수동에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어, 거기에 필요한 비품도 구입하려고 한다.
Q.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
(망설임 없이)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1999). 중3 때 봤는데, 가슴으로 남는 영화라고 해야 하나... 지금 보면 <마스터>나 <데어 윌 비 블러드>보다 좋은 영화라고 할 순 없지만. 18세 이상 관람가였던 <매그놀리아>를 그 당시에 몰래 들어가서 봤을 때, 인간 군상들이 치고박고 하는 그 3시간이 가슴을 정말 우쾅쾅쾅 때리더라. 머리로는 더 좋은 영화들은 계속 나오겠지만, 죽을 때까지 가슴에 남는 영화는 <매그놀리아>일 것 같다.
밤 9시 30분에 시작한 행사는
다음날 새벽 1시가 되어서 끝났습니다.
"행사가 은근 긴데?" 싶었는데
정신 없이 퀴즈를 풀다보니
시간이 훌러덩 지나있더군요.
1등은커녕,
G팀이 받은 화장품세트도 받지 못한 채
영화예매권 2장, 스테이지2의 금고와 함께
귀가했다는 비보를 알리며
오늘의 체험기는
이만 총총...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