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스>의 배경은 감정이 통제된 미래사회입니다. 이곳에서 인간의 감정은 생산활동에 걸림돌이 된다 여겨지죠. 남녀 간의 사랑은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이라 말하고, 감정 통제가 안 되는 경우는 오류라고 판단하는 곳. 사일러스(니콜라스 홀트)와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감정 보균자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죠. 이는 곧 사랑으로 발전합니다. 두 사람은 사랑을 지키기 위한 탈출을 결심하죠.
절제되고 통제된 상황에서도 사랑은 계속된다! SF 로맨스 영화 속 커플들은 다 이렇게 위기를 맞이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위기가 있으면 그에 따른 다양한 유형도 있는 것! SF 로맨스 커플들을 유형별로 분류해보았습니다. 당신의 취향 저격 로맨스를 떠올리며 찬찬히 스크롤 내려보시길!
1. 로미오와 줄리엣 형
업사이드 다운
<업사이드 다운>에는 맞닿을 수 없는 두 세계가 공존합니다. 상부 세계와 하부 세계죠. 서로 반대의 중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세상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부 세계의 아담(짐 스터게스)과 상부 세계의 에덴(커스틴 던스트)은 두 세계가 가장 가까이 맞닿은 비밀의 숲에서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에덴을 만나기 위해 상부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특별한 물질을 개발한 아담. 문제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1시간뿐이라는 거죠. 상부 세계에서 체온이 높아져 몸이 타버리기 전에 빠져나와야 하는 그. 중력의 힘을 거스른 두 사람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공존할 수 없는 세계에서 목숨 걸고 사랑하는 두 남녀. 이들이 속한 '상부 세계'와 '하부 세계'라는 소재는 아름다운 영상미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다양한 의미를 생산합니다. 영화 속에서 '세계'는 단순히 아담과 에덴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치로만 기능하지 않아요. 양극화된 이미지는 우리 사회 내에서 이분법적인 잣대로 나눌 수 있는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죠. <업사이드 다운>의 상부 세계와 하부 세계가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나뉘는 것처럼요. 어쩌면 이들의 사랑은 두 세계의 조화를 말할 수도 있겠네요.
2. 지고지순 짝사랑 형
월-E
<월-E>의 배경은 700년 후 미래의 세계입니다. 인류는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생활하고, 홀로 남은 청소 로봇 '월-E'만이 지구를 지키고 있죠. 호기심과 탐구심, 외로움으로 똘똘 뭉쳐 생활하던 어느 날, 거대한 우주선에서 '이브'가 등장합니다.(자동음성 재생! 이--바---!) 월-E의 생각보다 파워풀한 그녀, 이브는 월-E를 통해 지구에 새 생명이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이를 보고하기 위해 서둘러 우주로 향하죠. 커다란 우주선이 이브를 삼키다니! 이 광경 하나로 어마어마한 위기감을 느낀 월-E는 무작정 이브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생전 처음 거대한 우주를 경험하죠.
'월-E'의 매력은 뚝심입니다. 그의 눈에는 이브밖에 없어요. 금방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월-E가 오직 이브를 위해 우주까지 나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그의 사랑을 응원하게 됩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대사가 없다는 거예요. '월-E', '이바-', 로봇들은 서로의 이름만 애타게 불러대죠. 이름만으로도 이렇게 꽉 찰 수 있는 영화가 있을까요? 두 단어만으로도 그들의 절절한 마음이 고대로 전해집니다. 픽사 애니메이션만이 지니고 있는 따끈따끈한 힘이겠죠!
3. 비주얼 폭발 형
(feat. 스타일100+액션100)
아일랜드
스틸만으로도 비주얼 폭발인 이 커플!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와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은 하루 종일 빈틈없는 통제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이들은 지구 종말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죠. 이들이 사회에서 벗어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밖은 죄다 오염되어 있거든요. 링컨과 조던을 비롯한 이곳의 주민들은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되어 뽑혀 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아일랜드가 진정한 아일랜드일까요? 반복되는 삶에 의심을 품은 링컨. 그는 아일랜드로 떠난 친구들이 장기를 추출당하거나 대리모로 아이를 낳고 바로 버림받는 충격적인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자신들이 인간들을 대체하기 위한 '클론'이었단 사실을 알게 된 링컨과 조던. 이들은 탈출을 시도합니다. 벙커를 벗어난 이들은 처음으로 '지구'에 발을 딛게 되죠. 영화 후반부에는 블록버스터에서 볼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액션신이 빰빰! 몰려있습니다. 이들이 진정한 '아일랜드'에 도달할 수 있을까,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영화죠.
4. 아련 넘치는 첫사랑 형
네버 렛 미 고
영국의 기숙학교 헤일셤. 이곳은 뭔가 이상합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너희는 특별하다'고 말하지만, 학생들은 기계처럼 생활하고 시키는 일만 할 뿐이죠. 그런 생활 패턴이 이상하다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이 가운데 세 명의 아이들이 있죠. 캐시(캐리 멀리건)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불안정해 보이는 토미(앤드류 가필드)를 챙겨주며 사랑을 키워갑니다. 토미 또한 어른스러운 캐시에게 많이 의지하게 되죠. 그를 질투한 루스(키이라 나이틀리)가 둘 사이에 끼어들면서 세 친구의 운명이 뒤엉키기 시작합니다.
이게 왜 SF 영화냐고요? <네버 렛 미 고>의 주인공들 또한 인간에게 장기 기증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클론들이거든요. <아일랜드>와 다른 점이라면, 이들은 자신이 누구고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여느 청춘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장기 기증을 진행하면서 '종료'될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유예'를 원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요. 질투심부터 사랑까지, 인간과 똑같은 정서를 느끼며 자랐는데 누구는 장기 기증을 받고, 누구는 장기 기증을 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회. 이들은 이런 문제를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 제 운명을 체념한듯한 이들의 태도는 인간의 잔인성을 더 부각시키죠. 따뜻한 색감 속 어떤 영화보다 서늘한 세계관을 지니고 있어 더 눈이 가는 영화입니다.
5. 의심 넘치는 밀당형
엑스 마키나
유능한 프로그래머 칼렙(돔놀 글리슨)은 인공지능 분야의 천재 개발자 네이든(오스카 아이삭)의 연구소로 초대받게 됩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그의 비밀 연구소, 그곳에는 그가 개발한 A.I.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있죠. 그녀의 지능과 인격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알고 싶었던 네이든은 칼렙에게 그녀를 시험하게 합니다. 여러 차례 에이바와 대화를 나누며 에이바에게도 하나의 인격이 있음을 느끼게 된 칼렙. 어느 날, 에이바는 칼렙에게 '네이든을 믿지 말라'는 말을 건네며, 그에게 탈출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둘 중에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칼렙에게 혼란이 오기 시작하죠.
칼렙에겐 이미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된 에이바. 칼렙에게 있어 인간다움은 무엇이었길래 그녀를 하나의 인간으로 인식하게 되었을까요? 영화는 우리가 막연히 떠올리는 '인간다움'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옳은 것인지 새삼 되짚어보게 합니다. 극 중에서 칼렙은 결국 네이든을 잠들게 한 다음 에이바를 탈출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죠. A.I. 에이바는 치밀한 계산 아래 칼렙을 속이는 걸까요? 혹은 진심으로 칼렙과의 탈출을 원하는 걸까요? 이들의 탈출은 성공하게 될까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끝없는 질문을 부르는 영화입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