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완성도와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는 제작진 측에서 파이널 시즌의 형태로 마지막을 선언하고, 그렇지 못한 작품은 방송국의 일방적인 캔슬 통보로 날벼락을 맞기도 한다. 2019년은 후자보다는 전자의 경우가 조금 더 많은 듯한데, 잘나가는 드라마의 경우 스핀오프, 프리퀄 등의 형태로 세계관을 넓히기도 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 <디 아메리칸즈>, <스캔들> 등이 끝난 작년에 이어 어떤 작품들이 기해년 새해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지 살펴봤다.


1. 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은 조지 R.R 마틴의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 얘기가 나왔던 때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지금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기 드라마가 됐지만, 시즌1 방영 당시에는 막대한 제작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로 다음 시즌행이 위태로웠다. 그러나 상상을 뛰어넘는 수위와 스케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덕에 시즌 중반부터 점점 상승세를 타며 시상식 트로피를 휩쓸었다. 시즌7에 이르러서는 회당 평균 1,000만 명이 넘는 시청자 수를 돌파하며 HBO의 위상을 드높였는데, 오는 4월 여덟 번째 시즌을 끝으로 종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 세계관과 관련된 5개의 프리퀄 시리즈가 확정된 터라 ‘왕겜 천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 빅뱅 이론

케이블 시청률 제왕이 <왕좌의 게임>, <워킹 데드>라면, 공중파에는 <빅뱅 이론>이 있다. 오합지졸 과학자 네 명과 금발의 이웃집 미녀라는 다소 진부한 설정에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만나 시즌1 방영 때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폭발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는 ‘국민 드라마’로 거듭났다. 시즌 중반부터 ‘노잼’이 되기 쉬운 시즌제 드라마의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시즌 중간마다 새로운 레귤러를 캐스팅하거나 캐릭터적인 면의 변화를 시도하기는 했으나 열 번째 시즌에 접어들며 위기가 찾아왔다. 방송국 측은 회당 100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출연진을 붙드는데 성공했다. 계약이 12번째 시즌까지였던 터라 시즌 13 확정을 기다리던 사람이 많았으나 지난 8월 종영이 공식 확정됐다. 현재 에피소드의 절반 정도가 방영됐다.


3. 부통령이 필요해

입 걸걸한 부통령 셀리나 마이어와 집무실 사람들의 해프닝을 그린 HBO 시트콤. 대단한 야심가에 능력까지 갖춘 셀리나가 허튼짓하는 주변 인물 때문에 언제나 일을 그르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며 인기를 끌었다. 정치 이야기를 다루는 동시에 비슷한 입장에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상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의 프랭크 언더우드와 대결을 붙이는 일이 왕왕 있는데, 프랭크가 권모술수에 능한 냉혈한이라면 셀리나는 ‘날것’ 느낌의 성격 파탄자에 가깝다. 주인공을 맡은 줄리아 루이 드레이퍼스는 셀리나 캐릭터에 빙의한 수준의 미친 연기를 선보이며 에미상에서 6연속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원래라면 작년에 마지막 시즌이 방영되어야 했으나 드레이퍼스의 유방암 치료를 위해 제작이 미뤄졌고, 올봄쯤 돌아올 예정이다.


4.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하우스 오브 카드>와 함께 넷플릭스 부흥기를 이끈 주역. 여성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죄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현재 시즌6까지 방영됐다. 로라 프레폰을 제외하고 시리즈 내 유명 배우가 전무한 상황에서 오직 입체적인 캐릭터와 막장스럽지만 짜임새 있는 각본으로 승부를 보며 극찬을 받았다. 무엇보다 한 인물에 국한되지 않고 시즌마다 다른 죄수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새로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도록 했다. 드라마의 인기를 보여 준 가장 단적인 예는 넷플릭스에서 이례적으로 세 시즌을 동시에 확정했던 사건일 것이다. 작년 7월에 공개된 여섯 번째 시즌은 장소를 옮겨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쇼의 대장정을 마무리할 마지막 시즌 공개일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패턴을 고려해 봤을 때 6-7월쯤에 출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5. 엘리멘트리

영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셜록>의 배경을 미국으로 옮겨 만든 드라마. 처음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떴을 당시 조수 왓슨 역을 여성으로 설정했다는 이유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인기 시리즈의 리메이크가 으레 그렇듯, 시즌1 방영 당시에는 원작과 비교를 당하며 이래저래 안 좋은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흥미로운 사건을 매 에피소드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녹여내며 시즌6까지 방영됐다. 특히 시즌을 거듭할수록 인간적으로나 일적인 면에서 성장하는 셜록과 왓슨의 케미가 팬덤을 끌어모으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총 13개 에피소드로 구성될 마지막 시즌은 작년 5월에 리뉴된 이후 12월 중순쯤 모든 촬영을 마무리했다.


6. 홈랜드

<쉐임리스>와 더불어 유료 케이블 채널 쇼타임의 대표작. 조울증을 앓는 CIA 공작관 캐리 매티슨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테러를 막는 과정을 다룬다. 내용이나 배우들의 열연으로 가장 큰 호평을 받은 초반 시즌은 포로 생활을 마친 니콜라스 브로디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고, 시즌4부터는 각기 다른 주요 인물을 설정하여 이야기를 전개했다. 시즌4처럼 잘 나간다 싶다가 피날레에 똥을 뿌린 일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다. 이 호평에는 거의 실제 조울증 환자인 듯한 미친 연기로 현실 짜증을 유발했던 클레어 데인즈의 공이 컸다. 데인즈는 이 작품으로 골든 글로브, 에미상 트로피를 각각 두 개씩 거머쥐었다. 마지막 시즌의 자세한 줄거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쇼러너 알렉스 갠사에 따르면 스케일이 컸던 시즌7과는 달리 마지막 시즌은 규모를 줄일 예정이고, 전 시즌과 시간 차이가 꽤 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7.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

미국 방송가에서 벌어지는 ‘어른들의 사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풍자한 <30 Rock> 사단의 로버트 칼락, 티나 페이가 만든 드라마로 <오피스>의 엘리 켐퍼가 주연을 맡았다.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는 사이비 교주에게 납치되어 지하 벙커에 갇혀 있던 여성이 구출되며 바깥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을 그린다. SNL 수석 작가 티나 페이가 쓴 시트콤답게 전반적으로 유쾌하기는 하지만, 미국인이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개그가 끊임없이 쏟아지기에 진입 장벽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긍정왕 키미, 드라마 퀸 타이투스, 집주인 릴리안 등 제정신 아닌 캐릭터들의 향연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들의 기행이 사랑스러워지는 묘한 순간이 찾아온다. 쇼 중간마다 유명한 게스트들이 출연하며 반가움을 선사하는데, <메이즈 러너>로 익숙한 이기홍이 키미의 상대역으로 캐스팅 되어 출연하기도 했다. 마지막 시즌의 절반이 작년 5월에 공개됐고, 나머지 반은 오는 1월 25일에 공개된다.


8. 미스터 로봇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역 라미 말렉이 메이저로 진출하도록 발판을 마련한 드라마. 시즌1이 방영하기도 전에 다음 시즌을 확정하며 작품 완성도에 대한 방송국의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프리미어 이후 시청자 및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전형적인 해커물의 클리셰를 여기저기 뿌리기보다는 주인공의 심리를 굉장히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엘리엇’이라는 입체적 캐릭터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더불어 탁월한 연출과 반전이 있는 충격적인 전개로 완성도와 재미를 동시에 높였다. 시즌2는 잦은 시점 전환 및 복잡한 전개 등으로 완급 조절에 실패한 탓인지 시즌1의 좋은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시즌3 중반부의 극적 전개 및 훌륭한 원테이크 기법 등으로 다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마지막 시즌행을 밟게 되었다.


9. 트랜스페어런트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아들딸의 아버지인 남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이 여자라는 걸 깨닫고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온갖 막장 요소를 다 넣었음에도 크리에이터 질 솔로웨이의 유려한 글솜씨, 주조연 할 것 없이 빛나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덕에 시상식 트로피를 휩쓸며 아마존 방송국의 명품 오리지널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주인공이자 드라마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제프리 탬버가 전 어시스턴트와 출연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혐의가 드러나며 존속 위기에 처했다. 방송국 측에서 탬버를 해고한 이후 이대로 드라마까지 끝나는가 싶었는데, 몇 달 후 솔로웨이가 탬버 없이 한 시즌을 더 만든다고 밝히며 쇼의 마지막을 공표했다. 파이널 시즌은 내년 가을 공개되며 보도에 따르면 피날레 에피소드는 두 시간 분량의 뮤지컬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10. 섀도우 헌터스: 더 모탈 인스트루먼트

카산드라 클레어의 베스트셀러 원작에 릴리 콜린스, 제이미 캠벨 바우어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한 적 있는 작품을 드라마로 옮긴 작품. 섀도우 헌터, 뱀파이어, 웨어 울프, 요정 등 젊은 여성층이 좋아할 만한 요소와 다인종 캐스팅, 성소수자 캐릭터 출연으로 시즌 초반부터 두터운 팬덤을 쌓았다. 하지만 배우들의 화려한 비주얼로도 극복 불가능한 발연기, 갈수록 허술해지는 CG 및 분장, 산으로 가는 스토리로 많은 시청자의 원성을 샀고, 결국 시즌3의 절반인 3A 방영이 끝난 후에 캔슬 결정이 떨어졌다. 소식이 전해진 후 SNS가 한바탕 뒤집히며 드라마의 부활을 위한 일종의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아직 다른 방송사에서 픽업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미 모든 촬영이 끝난 3B는 2월부터 다시 방영될 예정이며, 마지막 에피소드의 러닝타임은 2시간이라고 한다.


에그테일 에디터 Tomato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