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에서 빌런 캐릭터가 가장 많은 히어로는 단연 스파이더맨이다. 스파이더맨은 그저 가난하고 그저 좀 똑똑하고 그저 서민일 뿐인데… 어쩐지 고통받는 게 일이며 주변 인물들도 죽어나가기 십상이다. 그 배후에는 스파이더맨을 갖가지 이유로 싫어하는 이 악당들이 있다.
덕분에 ‘소니- 마블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잘 나가던 시절에는 이 스파이더맨 빌런들의 팀 ‘시니스터 식스’의 실사화 계획 얘기도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글쎄,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지만.
스파이더맨의 유명세만큼이나 그를 상대하는 빌런들도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과연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어떤 빌런이 등장할 것인가는 주인공의 행보만큼이나 높은 관심을 받는 부분이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제이크 질렌할이 미스테리오 역으로 캐스팅되었다고 했을 때 메인 빌런 은 미스테리오겠거니 했는데, 그는 조력자 역할이고 엘리멘탈스가 진짜 빌런이라는 등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아직 정확한 정보는 없는 상황이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MCU의 스파이더맨을 막아설 가능성이 있는 빌런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까지 실사화 영화에서 등장했던 스파이더맨의 빌런들을 포함해 앞으로 등장(해 줬으면 하는...)할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가 누가 있는지 돌아보기로 한다. 시니스터 식스 영화화에 대한 염원을 실어서.
⦁ 그린 고블린
스파이더맨의 빌런들 중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인 '그린 고블린'은 말 그대로 초록색 고블린 모습을 한 캐릭터다. 스파이더맨만큼이나 오래된 캐릭터라서 그린 고블린의 실체도 여러 번 바뀌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나 노먼 오스본과 그의 아들 해리다.
노먼 오스본은 오스코프(OSCORP)라는 회사의 CEO이자 피터의 친구인 해리 오스본의 아버지다. 사내 실험실에서 우연히 고블린 혈청에 감염되면서 그린 고블린이 되었으며, 사업가인 노먼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돌변한다. 그리고 아들 해리 오스본은 사업적 야망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노먼에겐 늘 부족하기만 한 존재다.
샘 레이미 감독의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는 노먼 오스본 역을 윌렘 대포가 맡아 그린 고블린이라는 새로운 인격에 잠식되어 사이코패스 악당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실감 나게 보여줬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는 노먼보다는 해리 쪽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해리 오스본이 고블린 혈청을 이어받아 그린 고블린이 되고 친구였던 스파이더맨과 대립하게 되는 구도를 갖고 있다.
시리즈의 역사가 긴 터라 여러 가지 베리에이션이 존재하는데, 코믹스에서는 노먼 오스본이 아들인 해리 오스본과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를 빼앗아 임신시키는 패악질도 저지르기도 한다.
⦁ 닥터 옥토퍼스
그린 고블린과 함께 스파이더맨 빌런계의 양대 산맥인 닥터 옥토퍼스는 이름처럼 네 개의 기계손(...촉수?)이 특징이다. 그리고 영 촌스러운 컬러 조합과 머리 스타일, 참으로 아저씨스러운 외모까지 다소 코믹한 데가 있는 비주얼의 소유자이기도.
원래는 연구 열심히 하는 과학자였지만, 실험 중 방사능 누출 사고로 뇌와 중추신경이 손상되게 된다. 이 사고로 인해 자신이 개발하던 기계 팔이 몸에 결합되어 버리고, 뇌 손상 때문에 악당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인데…
스파이더맨을 꾸준히 괴롭히는 빌런들의 팀인 시니스터 식스도 닥터 옥토퍼스가 결성했고, 그린 고블린과 마찬가지로 유독 스파이더맨에 집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불우한 어린 시절 때문에 갖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뇌 손상으로 인해 미치광이로 폭발해 버린다는 식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 캐릭터.
유명세만큼 다양한 작품에 등장하기도 했는데,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2> 메인 빌런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도 동일하게 실험 중 사고로 인해 기계 팔에 잠식되어 악당이 된다.
⦁ 베놈
스파이더맨에 대한 감정이 거의 사랑인 것 같은 심비오트 행성의 외계 생명체인 베놈이다. 최근 소니-마블 유니버스의 <베놈>이 흥행에서 무난하게 성공을 거두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진 캐릭터.
베놈은 심비오트가 누구를 숙주로 삼느냐에 따라 실체가 계속 달라지는데, 1대와 4대 베놈인 에디 브록이 가장 유명하며 최근 영화에서도 에디 브록이 베놈의 숙주로 등장한다.
베놈의 숙주가 되면 스파이더맨의 능력 대부분을 쓸 수 있고, 스파이더 센스에 감지되지도 않으며 육체 능력 역시 매우 강력해진다. 스파이더맨과 닮은 듯 안 닮은 모습이 특징이며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그대로 사용하는가 하면 무효화하기도 해서 피터 파커에겐 꽤나 상대하기 힘든 적 중 하나다.
<스파이더맨 3>의 메인 빌런으로 활약한 이력이 있긴 하지만 시리즈를 끝장낸 주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반응은 별로였다. 대신 톰 하디가 연기한 베놈은 배우의 호연 때문인지 영화와는 별개로 반응은 좋은 편이다. 일단 베놈 하면 떠오르는 그 야성적인 모습도 잘 나왔고!
⦁ 미스테리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처음으로 실사화 버전이 등장하는 미스테리오는 독특한 설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인데, 원래 직업이 특수효과 제작자라는 사실.
비주얼은 머리에 우주인 같은 유리 구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옥토퍼스 만만찮게 코믹한데 특수효과 제작자답게 환영술을 사용하는 캐릭터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예고편에서는 물정령 같은 적에 맞서 녹색의 연기 같은 힘을 손에서 뿜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MCU 세계관 내에서 이런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능력을 쓰는 쪽은 마법의 범주에 들어가기에, 닥터 스트레인지가 에인션트 원을 만난 곳인 카마르 타지에서 비롯된 능력 '미스틱 아츠'가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캐릭터 자체는 시니스터 식스의 초대 멤버로 인지도도 꽤 높은 편이지만 실사화로는 한 번도 제작되지 못했는데, 이게 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후속작 기획이 백지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제이크 질렌할이라는 명배우가 맡게 됐으니 한 번 쓰고 버리지 말고 몇 번 더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을 남겨본다.
⦁ 벌처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메인 빌런이었던 벌처도 시니스터 식스의 일원 중 하나다. MCU의 악당인데도 죽지 않은 몇 안 되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일단 피터가 마지막 순간에 살려준 것도 있고 피터의 첫사랑 리즈의 부친이기도 했기 때문에...
어쨌든 벌처도 상당히 역사가 깊은 빌런 캐릭터 중 하나다. 벌처가 악당이 된 계기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굉장히 현실적이다.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토퍼스가 실험 중 사고로 인해 악당이 되었고 미스테리오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악당이 되었다면 벌처는 먹고살려고 범죄를 선택한 케이스다(히어로판 장발장...은 아니다).
날개가 달려 있는 윙 수트를 입고 날아다니는 게 특징이고 이 수트는 직접 만든 수제다. 은근히 스파이더맨 시리즈에는 다른 캐릭터보다 좀 더 많은 엔지니어가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벌처라고 할 수 있겠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백지화되면서 피해를 본 케이스 두 번째이기도 하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나름 합리적인 선택을 한 악당으로 등장했다. 수감되었지만 죽지 않았으므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 샌드맨
이름답게 모래 인간인 샌드맨은 DC 쪽에도 같은 이름이 있지만, 이쪽은 스파이더맨 빌런이니까 마블 소속이다. 신체를 모래로 만들거나 주변의 모래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이웃나라 만화를 즐겨 본다면 해적 크로커다일을 떠올리면 된다.
원래는 범죄자였고 연구소에 숨어들었다가 실험의 여파로 상기한 모래능력(모래모래열매!)을 얻게 되는 캐릭터인데, 시니스터 식스의 멤버 중 하나이기도 하며 코믹스에서는 가족을 사랑하는 면모도 많이 보여줬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3편에서 빌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꽤 진지한 모습으로 나왔고 토머스 헤이든 처치가 연기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등장할 거라는 루머가 있는데... 아무래도 자연물을 매개로 한 엘리멘탈스가 나온다면 샌드맨도 나오지 않겠느냐며 제기된 의견이다.
⦁ 하이드로맨
샌드맨이 모래모래라면 하이드로맨은 물물, 워터워터라 할 수 있다. 물로 변신할 수 있고 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연계 능력자가 흔히 그렇듯이(!!) 스파이더맨을 고전시키기도 했다.
하이드로맨은 아직 한번도 실사화에 등장한 적이 없으며 인지도도 낮은 편이지만,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미스테리오와 맞서는 물로 된 정체불명의 거대한 형체가 하이드로맨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중.
만약 샌드맨과 함께 나온다면 하이드로맨과 맞붙는 장면이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 옆나라 만화의 크로커다일 전투가 그러하였듯이 샌드맨의 단점이 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너무 초반부터 상대가 안 되지 않을까.
⦁ 크레이븐 더 헌터
크레이븐 더 헌터는 이름 뒤에 붙은 별칭처럼 사냥꾼 캐릭터다. 크레이븐 역시 실사화된 적은 없어 영화팬들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지만 시니스터 식스의 초대 멤버이기도 하고, 코믹스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강렬한 매력의 소유자.
상류층 출신으로, 처음에는 닉 퓨리가 결성한 어벤져스에서 나치를 잡아 족치는 사냥꾼 역할을 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을 사냥 목표로 설정하고 나서부터는 스파이더맨을 노리기 시작하면서 시니스터 식스에 합류하는 등 인간사냥꾼으로 돌변.
사냥꾼답게 사자 가죽을 어깨에 걸치고 있는데, 슬프게도 이 사자 가죽에서 광선빔을 발사하는 능력이 있어 마치 젖꼭지에서 빔이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스파이더맨 스토리 중 명작으로 꼽히는 이슈인 '크레이븐의 마지막 사냥(Kraven's Last Hunt)'의 메인 빌런이기도 하다. 하지만 히어로 무비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는지 실사화된 적은 없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신 소니의 근래 발표에 따르면 솔로 무비로 제작될 가능성은 있는 듯.
⦁ 일렉트로
마지막으로, 초대 시니스터 식스 멤버 중 하나인 일렉트로다. 전기를 사용하는 능력자로, 전기 조종 능력과 더불어 자기장을 만들어 공중을 누빌 수 있다. 오리지널 코스튬은 사실 이 중에서 가장 웃기다. 별 풍선같이 생겼다.
슬픈 원작 취급과는 달리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는 무려 제이미 폭스가 일렉트로 역을 맡아 메인 빌런으로 활약했다. ‘아싸 오브 아싸’였던 맥스는 오스코프의 전기 기술자였지만 감전 사고로 전기뱀장어가 가득한 수조에 빠져 사고를 당하고 이 일로 일렉트로로서의 능력을 갖게 된다.
사고로 갑자기 생긴 능력이었던지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맥스는 뉴욕 타임스퀘어 일대에 분란을 일으킨다. 훌륭한 범죄자가 된 일렉트로를 막기 위해 스파이더맨이 나타나자마자 사람들은 야유를 시작했고... 맥스는 슈퍼아싸에서 삐뚤어진 범죄자 맥스가 돼 버린다.
타임스퀘어의 이 장면과 더불어 발전소 전투 등은 지금까지 그다지 주목받는 일이 없었던 캐릭터인 일렉트로가 강렬한 이미지로 남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시니스터 식스 스핀오프에 대한 기대를 더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만큼 복잡한 어른의 사정을 가진 경우도 드물다. 스파이더맨의 영화화 판권은 소니에 귀속되어 있는 상태이며, MCU에서 제작된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소니와 마블의 협약을 통해 나온 것이지 마블 자체 제작이 아니다. 실례로 최근 톰 하디 주연의 영화 <베놈>은 소니- 마블 유니버스에 포함되는 작품.
소니-마블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두 편이지만, 다들 알다시피 2편이 흥행에 실패하고 마블과 협약을 맺으면서 소니의 자체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무산되었다.
물론 MCU 팀업 무비에서 스파이더맨을 볼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시니스터 식스의 영화화 계획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 기대를 걸어볼 여지는 있다. 일단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이 빌런들 중 복수의 캐릭터들이 등장할 예정이기도 하고, 이미 등장했던 벌처 등도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은 이른 일일지도 모르지만, 소니 측에서는 지속적으로 당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스핀 오프였던 <시니스터 식스>를 포함한 작품들이 완전히 백지화된 것은 아니며 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베놈>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시니스터 식스'의 영화를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조금 더 힘내서 MCU의 현 스파이더맨과 이들이 조우해 벌이는 이야기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희재 / PNN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