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최악의 영화/영화인을 뽑는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이 부문별 후보를 발표했다. 그중 최악의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고티>, <더 해피타임 머더스>, <후드>, <홈즈 앤 왓슨>, <윈체스터> 이렇게 5편이다. 국내에 개봉한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어느 경로라도 굳이 감상하는 수고를 안 하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도 궁금한 분들은 아래 텍스트로만 만나보시기를 권장한다.


고티

<고티>

로튼 토마토 신선도지수 0%. 존 트라볼타의 야심작 <고티>는 언론 시사 후 전문가들의 폭격을 맞았다. 작품은 1970~80년대 뉴욕의 어둠을 지배했던 전설적인 보스 존 고티의 삶을 따른다. 그의 아들이 집필한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되어 오랜만에 선 굵은 범죄 물을 기대한 팬들이 많다. 그러나 기획단계에서 제작진이 수차례 바뀌면서 작품이 표류하더니, 결국 엉성한 범죄활극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페이스 오프>의 두 주연 존 트라볼타와 니콜라스 케이지는 같으면서도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화려한 90년대를 보낸 후, 그만그만한 영화를 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니콜라스 케이지는 최근 <맨디>, <맘&대드> 등의 장르물에서 특유의 광기를 보여주었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 누아르 역을 맡는 등 확실히 반등한 모습이다. 그러나 존 트라볼타의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고 <고티> 이후에 내놓은 영화 <스피드 킬스> 역시 못지않게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더 해피타임 머더스

<더 해피타임 머더스>

멜리사 맥카시가 <캔 유 에버 포기브 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동시에 골든라즈베리에서 최악의 작품상 후보에 오른 <더 해피타임 머더스>로 최악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인간과 인형이 공존하는 세계관, 인형들이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자, 인간 형사와 인형 형사가 사건을 파헤친다는 내용이었다.

보기 좋게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는데, 다소 실험적인 형식을 핑계 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감독의 아버지이자, <서세미 스트리트>의 크리에이터였던 짐 헨슨은 데이빗 보위 주연의 <라비린스> 등의 극영화에서 인간과 인형이 공존하는 세계관을 얼마든지 매력적으로 구현한 적이 있다. 그러고보면 인형극에서 걸쭉한 19금 농담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즐거워할리 없다. 아들 브라이언 헨슨 감독의 안일한 발상이 가장 큰 실패 원인이다.


홈즈 앤 왓슨

<홈즈 & 왓슨>

역대 수상작을 보면, 골든라즈베리는 실패한 코미디에 특히 가혹했다. 올해는 아마도 그 타겟이 <홈즈 앤 왓슨>인 듯하다. 사실 이 작품은 웃음장인들이 작정하고 모인 프로젝트였다. 윌 페럴과 존 C. 라일리 콤비는 <탈라데가 나이트: 리키 바비의 발라드>와 <스텝 브라더스>에서 이미 증명된 구성이었다. 감독은 <비비스 앤 벗헤드>, <이디오크러시>, <트로픽 썬더>, <마다가스카2> 등 많은 걸작 코미디를 썼던 에탄 코헨이다. 이 외 롭 브라이든, 스티븐 쿠간, 캘리 맥도널드 등 탄탄한 캐스팅이 함께했다. 그러나 ‘웃음 폭탄’, ‘배꼽주의’로 수사되던 구시대의 막장 개그는 이제 생명력을 잃은것이 분명하다.


후드

<후드>

태런 에저튼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독수리 에디>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과 호평을 견인해왔다. 현재 후반작업 중인 <로켓맨>에서는 팝스타 엘튼 존을 연기해서 또 하나의 인생작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자 계급 출신인 그가 <킹스맨> 시리즈에서 신분을 뛰어넘어 보여준 활약은 묘한 쾌감이 있었는데, 민중의 의적 로빈 후드 역시, 그의 독특한 아우라가 빙의되기 좋은 작품이었다. 거기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배우 제이미 폭스가 사이드 킥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후드>는 두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오점으로 남게 되었다. 몇몇 근사한 액션 시퀀스를 남기긴 했으나, 이외에는 어떤 매력도 찾기 힘든 영화였다. 감독은 영국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 <블랙미러> 등의 드라마에서 나쁘지 않은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오토 바서스트. 그러나 극장용 장편 영화는 이번이 첫 작품이라서 고전 로빈 후드가 품은 매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 했다.


윈체스터

<윈체스터>

윈체스터(Winchester Repeating Arms)는 미국의 유명한 무기회사다. 미국 서부시대를 지나 1, 2차 세계대전을 지나면서 회사는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러나 회사의 경영자와 그녀의 딸이 죽자, 혼자 남겨진 부인 사라 윈체스터는 그동안 총으로 죽은 영혼들이 집안에 저주를 내렸다고 믿었다. 그녀는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으로 저택을 끝없이 증축했으며, 여러개의 침실을 옮겨다니며 망령들을 피해다녔다. 마치 미로처럼 완성된 이 저택은 사라가 죽은 이후에도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관광명소로 존재하고 있다.

이런 매력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에미상을 모두 수상한 명배우 헬렌 미렌이 주연을 맡았지만, <윈체스터> 역시 혹평에 시달렸다. 액자에서 피가 흐르고 전등이 음산하게 깜빡거리는 등, 전혀 새로울 게 없는 클리셰들이 아무런 긴장감 없이 병렬적으로 열거하는 데 그친 태작이었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