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아시는지? <글래스>를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전작 <23 아이덴티티>를 봤다면 눈여겨봤을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가 <더 위치>(2015)라는 공포영화를 통해 데뷔한 사실을. 공포영화는 적은 제작비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도 충분히 제작이 가능해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이 부각되는 특징이 있다. 바꿔 말해 공포영화를 통해 데뷔한 배우 가운데 그 재능이 빛나는 이들이 있다는 뜻. 안야 테일러 조이도 현재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여배우 로 성장했다. 그녀 이외에 공포영화를 통해 데뷔한 배우에는 누가 있을까. 7명을 추렸다. 단역, TV를 통해 데뷔한 경우에는 순위에서 제외했다.
제이미 리 커티스
<할로윈> / 1978 / 주연 /로리 스트로드 / 개봉 당시 20세
할리우드의 ‘스크림 퀸’(비명의 여왕), 제이미 리 커티스. 그의 별명은 데뷔작 <할로윈>(1978)에서 비롯됐다. 그녀는 로리 스트로드 역을 맡아 이목을 끌었다. 이후 스릴러,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 주연과 조연으로 고루 출연했다. 그러나 <할로윈>(1978)만큼 대단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다른 작품에도 출연했지만 <할로윈> 속 캐릭터에 최적화되어 <할로윈>에 기생할 수밖에 없었던 제이미 리 커티스. <싸이코>의 원조 스릴러 퀸. 자넷 리의 딸인 만큼 그녀에게 어쩌면 공포영화는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018년에 개봉한 <할로윈>에서 그녀는 40년을 시달리던 마이클 마이어스와 결판을 짓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터스 3> / 1991 / 주연 / 조쉬 / 개봉 당시 17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데뷔작은 B급 호러영화 <크리터스 3>였다. 조니 뎁과의 <길버트 그레이프>(1993) 이전의 그를 기억하는 관객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크리터스 3>는 폐쇄된 건물에서 사람을 해치는 괴물로부터 도망치려는 소동극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작품에서 건물주의 아들 조쉬를 연기했다. 개봉 당시 17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이 훨씬 어려보이는 것은 너무 잘생긴 외모 탓인지, 단순한 착각일 뿐인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꿈이 그리던 오스카 트로피를 갖게 된 디카프리오는 올해 개봉 예정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주연 릭 달튼 역을 맡았다.
존 트라볼타
<캐리> / 1976 / 조연 / 빌리 놀란 / 개봉 당시 22세
늑대같은 눈, 알프스 산맥처럼 우뚝 솟은 코, 저보다 더 각질 수 없는 턱까지. 그야말로 홀릴 수밖에 없는 배우. 승리, 디스코, 카리스마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던 존 트라볼타의 데뷔작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캐리>(1976)였다. 이 영화에서 존 트라볼타는 주인공 캐리 화이트(씨씨 스페이식)를 괴롭히는 크리스 하겐슨(낸시 알렌)의 남자친구 빌리 놀란을 연기했다. 이후 두 편의 음악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와 <그리스>에서 주연을 맡은 그는 단숨에 70년대 미국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트라볼타는 80년대 잠시 주춤했지만 90년대 들어 <펄프 픽션>과 <페이스오프>를 통해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다 2009년 첫째 아들 제트를 사고로 잃은 이후 과거처럼 뚜렷한 대표작을 내놓지는 못했으며, 영화작품보다는 종교문제와 성추행문제로 언론에 소개되는 일이 잦아졌다. 게다가 최근 자신이 주연을 맡은 <고티>가 감독과 배급사 교체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개봉했을 뿐 아니라,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0%를 받으며 ‘역대급 망작’이라는 평단의 혹평을 받는 등 곤혹을 치룬 바 있다.
시고니 위버
<에이리언> / 1979 / 주연 / 리플리 / 개봉당시 30세
스페이스 크리처물의 조상이자 <죠스>(Jaws)의 우주 버전. 당대 평단의 찬사와 흥행에 모두 성공했으며 영화를 벗어나 게임과 피규어 등 2차 판권시장의 영향력을 넓혀 전설이 된 영화. <에이리언>이 시고니 위버의 데뷔작이었다. 우디 앨런의 <애니 홀>에서 단역을 맡아 존재를 알렸지만, 18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신장 때문에 시고니 위버에게 들어오는 역할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6피트(182.88센티미터) 이상,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상을 찾던 리들리 스콧의 눈에 띄여 클래식 SF 호러 <에이리언>에 주인공 리플리 역으로 캐스팅된다.
<에이리언>을 통해 시고니 위버는 순식간에 할리우드의 흥행보증수표로 떠올랐다. 특히 <에이리언 2>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다. 이후 2009년 <아바타>의 그레이스 박사로 출연하며 다시 흥행에 성공한다. 시고니 위버는 2020년 개봉하는 <아바타 2>에서 다시 한번 그레이스 박사를 연기한다. 현재 <아바타 3>까지 촬영을 마쳤으며 기존의 이야기와 독립적인 스토리를 다루는 <아바타 4>와 <아바타 5>를 바쁘게 촬영하고 있다.
윤여정
<화녀> / 1971 / 주연 / 명자 / 개봉 당시 24세
윤여정? <윤식당>의 그 배우? 어쩌면 젊은 세대는 윤여정을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의 이미지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1970년대 윤여정은 달랐다. <화녀>(1971)에서 자신의 집착과 광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였다. 특히 “31층? 떨어져 죽기 편하겠다,” 이후 “꺄르르~” 웃던, 서울에서 갓 상경한 시골 여자 명자의 모습은 당시 유행한 ‘호스티스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순박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인물상이었다.
윤여정은 고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데뷔했다. 동식(남궁원)과 정숙(진계현)의 집에 들어가 집안일을 돕는 식모 명자 역할을 맡았는데, 영화에서 그녀의 첫 인상과 마지막 인상이 너무 정반대라 영화를 보고나면 자신의 정신분열증을 의심할 정도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를 리메이크한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에도 출연했다. 명자가 여태껏 살아왔다는 설정의 <화녀>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한다면 소름끼치지 않을까. 윤여정은 올해 전도연, 정우성과 함께 출연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공효진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 1999 / 주연 / 지원 / 개봉당시 19세
<여고괴담>은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부흥기를 이끈 시리즈였다. 당시 충무로에는 <여고괴담>으로 데뷔한 배우들은 모두 유명해진다는 말이 있었다. 많은 배우가 <여고괴담> 시리즈로 데뷔했지만 그 중 (사심을 담아) 공효진을 소개한다. ‘로코퀸’이자 ‘공블리’. 공효진은 패션잡지에서 모델로 활동하다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짧은 머리를 하고 나와 영화 내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보이시한 매력을 물씬 풍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효진은 지난해 12월 개봉한 <도어락>과 1월 30일 개봉하는 <뺑반>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다. 공효진 이외에 <여고괴담> 시리즈로 데뷔한 배우 가운데 송지효, 박한별, 김옥빈 등이 유명하다.
이준한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