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말할 것 없다. 방탄소년단은 2019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거대한 아이돌이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비롯, 무수한 기록들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예상할 수조차 없다.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은 작년 11월 개봉해 31만 관객을 동원한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를 잇는 방탄소년단의 두 번째 실황 영화다. <번 더 스테이지>가 2017년 투어를 기록했다면,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거머쥐고 난 후인 2018년 8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콘서트 현장을 담았다. 같은 주에 개봉한 <극한직업>의 1/5에도 미치지 않는 280여개 관에서 개봉함에도 불구하고, 예매로만 18만 관객을 확보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을 보러 가기 전 예습/복습용으로, 유튜브 조회수 상위를 기록한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10개를 정리했다.


"상남자"

2014년 2월 공개

2.7억 뷰

(2019년 1월 25일 기준)

조회수 상위 10위 가운데 가장 오래된 노래. 10대의 꿈, 행복, 사랑을 테마로 한 '학교'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두 번째 미니앨범 <SKOOL LUV AFFAIR>의 타이틀곡이다. 뮤직비디오 배경이 학교고, 의상도 교복이다. 풋풋하다기보단 제목처럼 호기로 가득찬 태도로 사랑을 노래 한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대부분이 그들의 퍼포먼스로 채워졌던 것과 달리, 룸펜스와 처음 작업한 "상남자"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 나름의 드라마를 곁들였다. 다만, 여성을 향해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는 건 남성성의 반전을 보여준다는 명목으로는 설득되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설정이다.


"쩔어"

2015년 6월 공개

4.2억 뷰

'학교'에 이어 청춘을 테마로 한 '화양연화' 시리즈부터 방탄소년단은 엄연한 대세 아이돌로 자리매김 했다. 청춘의 지친 기색을 보여주려 했던 타이틀곡 "I NEED U" 뮤직비디오보다는 거세고 된 소리들이 삑삑 울려대는 후속곡 "쩔어"의 비디오 조회수가 훨씬 높았다. 글로벌 팬들의 주목이 여기서 시작됐다는 평이 많다. 다양한 화면 트릭으로 마치 한 테이크로 찍은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뮤직비디오는 회사원, 경찰, 카레이서, 의사 등을 코스프레 한 방탄소년단의 안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불타오르네"

2016년 5월 공개

4.8억 뷰

박력 있는 사운드 아래, 잘 노는 우리가 너희를 미치게 만들겠다고 외친다는 점에서 "쩔어"의 연장선이라 할 만하다. 키오니 마드리드가 안무를 짰다는 공통점도 있다. 핑크 플로이드의 저 유명한 <Wish You Were Here> 커버를 오마쥬 하는 등 불을 두드러지게 활용해 노래의 콘셉트와 이미지의 강렬함을 한껏 살려, 해외 팬들이 유독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로 손꼽힌다.


"Save ME"

2016월 5월 공개

3.3억 뷰

"Save ME" 뮤직비디오는 "불타오르네" 이후 보름 만에 공개됐다. 곡의 정서는 물론 비주얼 자체도 완전 딴판이었다. 여타 뮤직비디오가 다양한 곁가지들을 배치해 세트 촬영의 단조로움을 보완했다면, 황량한 부안 새만금을 배경으로 한 "Save ME"는 온전히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만을 담는 데에 집중했다. "쩔어"에서 원 테이크의 맛을 살렸던 GDW의 연출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멤버들의 얼굴이 확연히 보이지 않더라도 BTS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피 땀 눈물"

2016년 10월 공개

4억 뷰

정규 2집 <Wings>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모티브로 삼았다. 한 달여 간 단편 영상과 예고편을 내놓은 후에야 공개된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 역시 6분이 넘는 러닝타임에 <데미안>에 담긴 상징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피터르 브뤼헐과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의 회화, '피에타' 같은 조각들이 놓인 공간에서 추상적인 이미지가 넘실댄다. 한껏 관능적인 보컬과 안무가 소년의 성장이라는 모티브와 맞물려 BTS의 정체성을 확장했다.


"Not Today'

2017년 2월 공개

2.8억 뷰

메시지에 치중한 "피 땀 눈물"과 "봄날"에 이어 공개된 "Not Today" 뮤직비디오는 다시 퍼포먼스 위주다. 주차장 - 건물 옥상 - 채석장 등 점점 확장되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군무가 인상적이다. 40명의 댄서와 CG를 활용해 만든 몹신이 백미.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돋보이는 곡은 아니지만, BTS의 전매특허인 파워풀 한 퍼포먼스를 유감 없이 보여준 뮤직비디오의 인기가 특히 좋다.


"DNA"

2017년 9월 공개

6.2억 뷰

휘파람과 어쿠스틱 기타로 문을 열기 때문일까. "DNA"의 첫맛은 가볍다. 분위기가 쾌활하든 컴컴하든 '격정'만큼 꾸준히 유지해왔던 BTS의 여느 타이틀곡과는 분명 달랐다. 뮤직비디오 전반을 채운 파스텔 컬러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비트에 무게가 실리고 사운드도 둔탁해지면서, 그 색채들도 점점 변한다. 원색과 블랙이 뒤섞여 우주의 이미지에 가까워져, '영원'와 '숙명' 같은 거대한 단어를 끌고온 (하지만 더부룩한 뒷맛은 남기지 않는) BTS의 세레나데를 수식한다. BTS는 물론 한국 아이돌 뮤직비디오 사상 최초로 6억 뷰를 돌파했다.


"MIC Drop

(Steve Aoki Remix)"

2017년 11월 공개

4.2억 뷰

"노래를 처음 듣자마자 방탄소년단을 취조실에 가둬 시청자들이 그들을 음악으로써 자유롭게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GDW 김성욱 감독의 말. 리믹스를 작업한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가 직접 출연한 비디오에는 마치 힙합 그룹을 표방하던 초창기를 떠올리게 하는 BTS를 만날 수 있다. "쩔어"와 "Not Today"처럼, 강력한 비트와 퍼포먼스를 내세운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타이틀곡이 아님에도 국제적인 인기에 유리하다는 걸 조회수 기록이 증명한다.


"Fake Love"

2018년 5월 공개

4.3억 뷰

올 것이 왔다. 2015년 12월 <화양연화 pt.2>로 빌보드 앨범 차트에 진입하기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2018년 5월 내놓은 세 번째 정규앨범 <LOVE YOURSELF 轉 'Tear'>로 드디어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 뮤지션 최초의 기록. 단체 퍼포먼스의 변주로 채워졌던 지난 뮤직비디오와 달리, 이별을 마주한 이의 심연을 대변하듯, 멤버 각자가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신들이 드문드문 배치됐다.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방탄소년단이 지금까지 구축한 세계관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뜯어보면 더 많은 게 보인다고 한다.


"IDOL"

2018년 8월

3.4억 뷰

"IDOL" 뮤직비디오는 방탄소년단의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빌보드 1위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후 처음 내놓는 뮤직비디오인 만큼, '한국의 아이돌'이라는 제 정체성을 보다 확실히 드러냈다. "덩더럭쿵더러러~ 얼쑤!" "지화자 좋다" 같은 추임새, 탈춤에서 차용한 안무를 강조하듯 누각, 달토끼, 백호, 한글 같은 한국의 것이 속속 등장한다. CG로 만든 거인 캐릭터나 얼굴로 뒤덮인 공간 등이 싸이키델릭 하게 펼쳐지는 풍경이 정신을 쏙 빼놓는다. 끝내준다.


문동명 /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