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음악가 미셸 르그랑이 지난 1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1950년대 중반 영화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작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무수한 영화들에 자신만의 아름다운 소리를 새겼다. 르그랑의 전설 같은 행보를 아주 단출하게 돌아보며, 그의 명복을 빈다.
롤라
(Lola, 1960)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Cléo de 5 à 7, 1962)
비브르 사 비
(Vivre sa vie, 1962)
르그랑은 자크 드미, 아녜스 바르다와 함께 1960년대 초 프랑스 누벨바그의 일원으로 회자되는 장 뤽 고다르의 초기작 4편을 함께 했다. <여자는 여자다>(1961)에 이어 작업한 <비브르 사 비>의 음악은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쉽게 잊기 힘든 방식으로 배치됐다. 안나 카리나의 옆모습과 얼굴 그리고 다시 옆모습을 크게 비추는 숏이 교차되고, 르그랑의 음울한 음악이 흐르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주인공 나나의 희망이 멎고 뛰기를 반복하며 헐떡이는 것처럼 들린다.
셸부르의 우산
(Les Parapluies de Cherbourg, 1964)
미셸 르그랑과 자크 드미의 협업은 뮤지컬 영화에서 빛을 발했다. 제작사의 거센 반대(<롤라> 역시 본래 뮤지컬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에도 불구하고 드미와 르그랑은 영화 전반을 뮤지컬로 채우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들이 옳았다. 아름다운 연인이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애달픈 로맨스를 그린 <셸부르의 우산>의 모든 대사는 샹송으로 대체된다. 르그랑이 세공한 멜로디 안에 녹아든 인물들의 커다란 감정들이 영화 내내 펄떡인다. 프레임을 채운 화려한 컬러만큼이나 다채롭다.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The Thomas Crown Affair, 1968)
앨런/마릴린 버그만과 작업한 이 곡은 아카데미 1968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받았다. 더스티 스프링필드, 닐 다이아몬드, 호세 펠리치아노, 스팅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커버한 바 있다.
해피 엔딩
(The Happy Ending, 1969)
스트라이샌드, 프랭크 시나트라, 자니 마티스, 페기 리, 스콧 워커 같은 명 보컬리스트도 커버했고, 사라 본이 부른 버전이 1972년 그래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42년의 여름
(Summer of '42, 1971)
<42년의 여름>의 음악은 <꿈의 조각들>(1970), <사랑의 메신저>(1971) 등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르그랑의 대표작 중 하나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여름, 외딴 섬에 사는 16살 소년이 전장에 남편을 보낸 여자를 짝사랑 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르그랑의 솜씨가, 전쟁의 위협 따윈 느껴지지 않는 평화로운 섬마을의 분위기와 사춘기 소년의 격정적인 사랑이 뒤섞이는 정경을 선율로서 제시한다. <42년의 여름>의 스코어 전체가 17분밖에 안 되는 까닭에 르그랑이 작업한 <피카소 썸머>(1969)의 음악과 묶여 음반으로 발매됐다. 르그랑은 <42년의 여름>으로 드디어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게 된다.
옌틀
(Yentl, 1983)
불세출의 가수/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평소 미셸 르그랑이 만든 노래를 커버해왔다. 그리고 처음 영화 연출에 도전한 <옌틀>의 음악을 미셸 르그랑에게 청했다. 연출뿐만 제작, 각본, 연기까지 겸한 스트라이샌드는 르그랑과 그의 오랜 작사 파트너
문동명 /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