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포스터

전 세계 역대 흥행 1위에 빛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온 킹>이 국내에 상륙했다. 무려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이라니. 1997년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개국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라이온 킹>은 9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탄생 20주년을 맞아 인터내셔널 투어에 나선 뮤지컬 <라이온 킹>팀의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주말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나~주평야~~ 빠박이~치와와. 허공을 가르는 우렁찬 음성이 귓가에 또렷하게 꽂힌다. 주술사 개코원숭이 ‘라피키’가 부르는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는 <라이온 킹>을 본 사람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곡이다. 실제 노랫말은 ‘난찡꼰야(Nants ingonya) 마바기(ma baki) 티바바(thi baba)’로 ‘사자가 온다’는 뜻을 담은 아프리카 줄루족 언어다. 라피키의 압도적인 등장과 노랫가락에 매료된 관객들은 일제히 고요한 집중을 보낸다. 떠오르는 태양의 붉은 여명을 뒤로하고 기린, 치타, 영양, 코끼리, 얼룩말 등 각종 동물들이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공연장은 순식간에 아프리카 사바나의 기운으로 가득 메워진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라이온 킹>은 삼촌 스카의 계략에 휘말려 아버지 무파사를 잃은 사자 심바가 결국 ‘자연의 섭리(Circle of Life)’를 깨닫고 왕이 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 원작이 있는 뮤지컬이니만큼 사람이 얼만큼 동물 캐릭터의 표현에 근접할 수 있는지는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나 <라이온 킹>은 비틀기를 시도한다. 동물 탈 뒤에 인간의 모습을 열심히 숨기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얼굴을 가려 성량이 줄어드는 ‘가면’ 대신 배우들은 투구 모양의 탈을 머리에 쓰거나 '퍼펫'(팔과 다리에 연결해 배우가 직접 조종하며 연기하는 인형)을 적극 활용한 연기를 펼친다. 연출가 줄리 테이너는 이를 ‘휴매니멀 - 휴먼(Human)과 애니멀(Animal)의 합성어’ 이라는 단어로 소개했다. 휴매니멀을 통해 뮤지컬은 관객들을 동물들의 세계로 데려다 놓는 동시에 배우 개개인의 존재감까지 똑똑히 일러줬다. 탈과 퍼펫 이외의 드러난 부분은 동물의 움직임을 닮은 아름다운 몸짓으로 채워진다. 실제로 배우들은 동물의 관절 움직임, 몸의 율동을 포착해 고된 훈련을 거쳤다. 이렇게 사람인 동시에 동물인 캐릭터들이 정글을 수놓은 모습은 인간의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을 보여주겠다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뚝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 여성 캐릭터의 역할은 한층 강화됐다. 우선 심바의 친구인 암사자 '날라'의 비중이 꽤 커졌다. 실의에 빠진 채 고향을 떠나야 했던 심바에게 그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를 확인시켜 주는 중요한 캐릭터. '날라' 역을 연기한 배우 조슬린 시옌티는 이 점을 <라이온 킹> 뮤지컬의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또 원작에서 수컷으로 표현된 개코원숭이 '라피키'도 암컷으로 바뀌어 오프닝 신을 장악했다. 실제로 야생에서 암컷은 수컷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한국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바꾼 대사도 눈에 띈다. 요즘 유행하는 말 ‘인싸’와 ‘아싸’를 활용한다거나 서울 관객의 웃음을 유도할 ‘에버랜드’나 ‘동대문 시장’의 표현도 즐겁다. 원어로 진행되는 오리지널 뮤지컬에서 만난 익숙한 한국어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아프리카 출신의 배우들을 대거 영입한 <라이온 킹>은 스와힐리어, 줄루어 등 6개의 아프리카 토착 언어를 사용한 대사로 몰입감을 더한다. 절망에서 희망이, 죽음에서 삶이 시작된다는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여가는 심바의 스토리도 감동을 주지만, 한국어로 해석되지 않은 채 아프리카 토속 언어로 불러진 노랫말은 색다른 감흥의 경지로 관객을 이끈다. 야생 정글의 배경에서 오로지 배우들의 몸짓과 음성만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순간은 경이로움 그 자체. 다채롭게 빛나는 하늘과 자연의 색을 옮겨온 조명 디자인, 양 사이드에서 들려오는 민속 악기 라이브 연주는 사바나의 온기를 고스란히 더해주는 장치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서울 공연은 오는 3월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계속된다. 다음 부산 일정은 4월 11일부터 5월 19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제공_클립서비스


씨네플레이 심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