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단다.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르니까."

한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요? 궁금하시다고요? 그럼 이 영화를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한 인생을 살아낸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바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최근 다시 재개봉을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특히 이 영화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풀어내기 위해 미국의 역사와 맞물리는 수많은 미국 대중음악 히트 넘버들을 삽입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의 줄거리와 함께 삽입된 영화음악도 소개해볼까 합니다.

오스카를 휩쓸다

영화적 상상이긴 하지만,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이 영화는 제67회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시각효과상, 편집상을 수상했고, 전년도 <필라델피아>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톰 행크스가 2년 연속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아예 오스카를 휩쓸었던 거죠.

달려라, 포레스트 검프

보통의 아이들보다 아이큐가 좀 떨어지는 포레스트는 다리도 불편해서 보조 장치를 끼우고 다녀야 했던 소년이죠. 이래저래 놀림당하기 쉬운 상황에서도 굉장히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진 아이입니다. 그런 그는 놀라운 재능을 한 가지 갖고 있죠. 바로 타고난 달리기 실력입니다.
포레스트가 좋아하는 제니의 말 때문에 시작된 그의 달리기 실력은 학교 운동장에서도, 그리고 심지어 전쟁터 한복판에서도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되죠.
자, 먼저 음악 소개로 영화를 시작해볼까요. 이 영화 초반에 엘비스 프레슬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레스트 집에 머물면서 춤을 개발하게 된다는 장면부터 그의 버라이어티한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로 추정되는 인물과 방에서 춤과 노래를 부르는 장면, 그리고 이어서 엄마와 길거리에서 TV에 그가 나오는 걸 보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그때 이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Hound dog'

그가 평생에 걸쳐 만나게 되는 수많은 미국 현대사의 산증인들, 예를 들면 인종차별로 유명했던 월러스 주지사, 케네디 대통령, 닉슨 대통령은 물론, 존 레논,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 미국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처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보통의 아이들보다 아이큐가 좀 떨어지는 포레스트를 정상적으로 키우고 싶어했던 엄마 곁에서 사랑받고 자란 그의 유년시절을 간단히 요약하면 ‘앞만 보고 달리기’라고 할 수 있겠죠. 자신이 좋아하던 제니가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해 뛰라고 한 것이 계기가 돼서 핸디캡을 극복하고 적성을 발견합니다. 심지어 달리기만으로 대학교에 진학해 미식축구팀에서 뛰게 되고요. 덕분에 육군에서 그를 스카우트하는데 재미있는 건 군대 시스템이 포레스트에게 안성맞춤이었다는 겁니다. 명령에만 따르면 되니까요.

그리고 베트남에 파병되기 전 어려서부터 단짝처럼 지내던 제니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불행하다면 불행하달 수 있는 삶을 살고 있죠. 둘이 만나는 장면에서 노래가 한 곡 흘러나옵니다.

존 바에즈(Joan Baez)의
'Blowin' in the wind'
Bob Dylan vs Joan Baez-Folks Hits (밥 딜런 vs 조안 바에즈 포크 힛 모음)

아티스트 Bob Dylan, Joan Baez

발매일 2016.06.06.

상세보기

이 노래는 밥 딜런의 대표곡이죠. 그 자신은 꼭 반전을 노래한 것은 아니라고 했음에도 반전가요의 상징이 된 데에는 피터폴앤메리를 포함해 조안 바에즈(1941년생)가 이 노래를 불러 널리 알린 덕분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노래만 부른 밥 딜런보다 실천의 현장에서 적극적 활동가로 참여도 한 사람은 존 바에즈였다고 하네요. 이런 가사의 노래입니다. "저 수많은 갈래길 중 얼마나 가야 우리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저 하얀 새는 얼마나 바다를 건너야 쉴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래 싸워야 영원히 평화로울 수 있을까? 바람 속에 그 해답이 흘러간다네. 바람만이 그 대답을 알고 있다네."
어려서부터 지닌 상처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 곳에 정착해서 살 수 없는 제니는 그의 곁을 다시 떠나면서 남기는 말이 있습니다.

위험할 땐 괜히 용감한 척 하지 말고 뛰어

그리고 포레스트 검프는 베트남 파병을 갑니다. 마침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의 'Fortunate Son'이 흘러나오는데 이 노래 제목처럼 그의 파병생활은 행운의 연속이랄 수 있겠습니다. 달리기 때문에 동료 병사들을 숱하게 구하고 훈장도 타게 되죠. 구하지 말았어야 할 댄 중위도 구하게 되는데 이들의 인연 역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시기에 흐르는 노래들이 다 명곡입니다. 포레스트 검프가 탁구를 처음 배울 때는 도어즈의 'Begining of the doors'가, 그가 닉슨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MRs Robinson'이, 얼떨결에 평화발언 무대에 올라갈 때는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Volunteer'가 흐르죠. 특히 닉슨 대통령을 만나 엉덩이 총상 자국을 보여주는 장면이 너무 웃긴데 다행스럽게도(?) 이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장면입니다.

이후 제니와 재회하기 직전에 그가 자유발언대에 올라가 연설하는 장면도 포레스트라는 캐릭터를 통해 당대 정치적인 상황이랄지, 그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잘 빗대어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운명처럼 제니와 재회하게 되지만, 야속하게도 둘은 다시 헤어집니다.

버드(Byrds)의 'Turn! Turn! Turn!'
Turn! Turn! Turn!

아티스트 Byrds

발매일 2005.10.07.

상세보기

1960년대 중반의 대중적인 포크밴드입니다. 버드는 포크와 록의 결합으로 당대 비틀스의 인기에 최초로 도전했던 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노래는 전성기 시절인 1966년에 발표한 3집 수록곡인데 <포레스트 검프>의 사운드트랙을 떠올릴 때 반드시 꼽는 대표곡 중 하나입니다. 이 노래는 제니와 헤어질 때 흘러 나옵니다. "모든 것은 돌고 돌고 돌아, 계절이 바뀌듯이 돌고 돌고 돌아, 하늘 아래 모든 게 변해요. 태어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도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거둘 때도 있고, 사랑할 때가 있으면 미워할 때도 있죠. 평화의 시간, 그건 늦지 않았어요"라고 노래합니다.

억만장자가 되다

포레스트의 삶이 얼마나 버라이어티하냐면, 아직 절반도 채 설명 못했다는 겁니다. 대단하죠? 그는 이후 탁구 국가대표로 경기에 출전해 훈장을 또 받는데요. 이때 워터게이트 사건을 지나오는 묘사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는 이어서 갑자기 탁구를 그만두더니, 이제는 군대 동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진 돈을 탈탈 털어 새우잡이 배의 선장이 됩니다. 다리를 잃은 댄 중위와 함께 말이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던 포레스트는 이 사업으로 초대박 성공을 하게 되어 돈방석에 올라앉게 되죠. 배 위에서 새우 잡을 때 흐르는 노래도 좋습니다. 바로 랜디 뉴먼(Randy newman)의 'Mr. president'입니다. 바로 그때 ‘버바 검프 새우’의 사장이 되는 거죠. 그러다가 포레스트는 엄마가 아프단 이야길 듣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죠.

그 동안 벌은 돈을 사이좋게 나눠주거나 애플사에 투자하는 장면은 지금 생각하면 아재 개그 같지만 이 정도면 정말 수준급입니다. 포레스트가 미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가는 느낌이죠. 그리고 그는 잠깐 돌아왔다 떠나버린 제니를 잊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기 위해 또 뛰기 시작합니다.

잭슨 브라운의 'Running On Empty'
Running On Empty

아티스트 Jackson Browne

발매일 1977.00.00.

상세보기

이 앨범은 1977년에 발표된 앨범입니다. 라이브 앨범인데 공연장 외에 투어 도중에 버스, 객실, 백스테이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녹음을 해서 앨범을 만든 것이 특징이라고 하는군요. 포레스트가 신나게 달려왔던 인생과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의 앨범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아마 이 노래가 삽입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재니와의 재회, 그리고...

무려 32개월하고 1416시간을 달렸던 포레스트는 이런 길고 긴 여정을 거치고 나서야 깨달은 바가 있어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겨우 겨우 제니와 다시 재회하게 됩니다. 아주 가슴 아픈 재회입니다. 이 순간만 따로 떨어뜨려놓고 보면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날>의 정서와도 닮아 있어요.
슬프지만 아름다운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우리는 이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했던 바로 이 음악을 듣게 됩니다.

'Forrest Gump Suite'
Forrest Gump - Original Motion Picture Score

아티스트 Alan Silvestri

발매일 2005.10.07.

상세보기

이 영화의 음악감독 앨런 실베스트리는 <로멘싱 스톤>, <백 투 더 퓨처 시리즈>, <캐스트 어웨이>, <베어울프>, <크리스마스 캐롤> 등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오랜 협업을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어벤져스>, <퍼스트어벤져>, <지아이조>, <반헬싱> 등의 SF 환타지 액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음악을 작업 중이지요.

정직한 걸까, 비겁한 걸까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미국의 현대사 한복판에서 포레스트 검프는 바보같지만 우직하게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그는 그냥 그렇게 살아가라는 엄마 말씀을 착실하게 들으며 살아간 것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그가 꿰뚫고 지나간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역사를 방관하게 된 건 아닐까 싶더군요. 제니와 같은 인물들의 삶을 무조건 의아하게 여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