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이다. 추석엔 오랜만에 가족들이 고향집으로 모인다. 가족이라는 게 뭘까.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추석=가족’이라는 공식에 따라 제목에 ‘가족’이 들어간 영화를 찾아봤다. 따뜻한 가족영화만 있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 않았다. 의외로 다채로운 영화들이 있었다. 지금부터 소개할 영화는 추석에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는 아니지만 어쨌든 제목에 가족이 들어간 영화 다섯 편이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 N스토어 없는 건 좀 아쉽다.

<고령화 가족>

고령화 가족
감독 송해성 출연 박해일, 윤제문, 공효진, 윤여정, 진지희 상영시간 112분 제작연도 2013년
<고령화 가족>은 천명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처럼 영화도 못 나가는 영화 감독 인모(박해일)가 주인공이다. 그나마 둘째 인모가 좀 나은 편일까. 이 집안 가족들은 하나 같이 뭔가 문제가 많다. 첫째 한모(윤제문)는 방구석에서 만화책만 보는 백수고, 셋째 미연(공효진)은 결혼만 세번째다. 미연을 꼭 닮은 중학생 조카 민경(진지희)은 약간 개념이 없고 ‘싸가지’는 많이 없다. 이런 가족들이 자기 앞가림을 못해 다시 엄마(윤여정)집에 모여 살게 된다. 늘 치고받고 싸우는 막장 가족이지만 조개구이집에서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과 시비가 붙었을 때는 ‘감히 우리 가족을 건드냐’며 일심동체로 싸운다. 피가 섞인 가족이 아닌데도 그렇다. <고령화 가족>은 ‘가족’이 아니라 ‘식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같이 밥 먹으며 지지고 볶고 살면 그게 식구고 가족이다.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는 최강이다. ▶<고령화 가족> 바로보기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감독 존 웰스 출연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줄리엔 니콜슨, 줄리엣 루이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상영시간 121분 제작연도 2013년
사실 가족이 모이면 안 된다. 왜냐면 싸움이 일어나니까. 아닌가?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에서는 좀 크게 싸운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아니었다면 결코 보지 않았을 사람들이 모였다. 독설가 엄마(메릴 스트립), 이혼 위기에 놓인 큰 딸(줄리아 로버츠), 사촌(베네딕트 컴버배치) 오빠와 사랑에 빠진 둘째 딸(줄리엔 니콜슨), 언니의 딸에게 치근덕거리는 중년의 약혼자를 가진 셋째 딸(줄리엣 루이스)까지. 이들은 서로를 헐뜯고 상처를 후벼파며 출생의 비밀까지 들춰낸다. <고령화 가족>의 미국 버전이라고 해도 될까. 미국판 막장 가족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역시 배우들의 시너지는 최고다. 특히 메릴 스트립과 줄리아 로버츠.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바로보기

<바람난 가족>

바람난 가족
감독 임상수 출연 문소리, 황정민, 윤여정, 김인문, 봉태규 상영시간 104분 제작연도 2003
<바람난 가족>은 추석에 가족들이 같이 보면 절대 안 되는 영화다. 제목처럼 이 집안 식구들은 다 바람난다. 30대 변호사 영작(황정민)은 젊은 애인과, 전직 무용수였던 주부 호정(문소리)은 옆집 고등학생(봉태규)과 바람난다. <바람난 가족>은 ‘2003년 최고의 문제작’이라는 홍보 문구가 아깝지 않은 영화다. 홀딱 벗은 문소리가 등장하는 저 도발적인 포스터처럼 골때리는 영화다. 감독 이름을 다시 한번 보자. 임상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불편한 영화만 만들어왔다. <바람난 가족>에서도 불편한 모습만 골라서 보여준다. 다시 말하지만 <바람난 가족>은 가족과 절대 보면 안 된다. 특히 할아버지, 아버지의 심기가 몹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 가부장제 속 가족애? 그딴 건 ‘아웃’이라고 외치는 영화다. ▶<바람난 가족> 바로보기

<가족의 나라>

가족의 나라
감독 양영희 출연 안도 사쿠라, 아라타, 양익준 상영시간 100분 제작연도 2013년
<가족의 나라>는 보고 있기 힘든 영화다. 매우 아픈 가족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나라>는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을 만든 양영희 감독의 영화다. 감독은 늘 그랬듯이 재일동포 2세인 자신의 가족사를 담았다. ‘귀국사업’으로 북한에 거주중이던 리애(안도 사쿠라)의 오빠 성호(아라타)가 25년 만에 뇌종양 치료차 일본에 사는 가족들을 방문한다. 일본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다. 혼자 오지는 않는다. 북한의 감시원(양익준)과 함께 온다. <가족의 나라>는 카메라를 들고 북한과 일본을 오가며 촬영한 양영희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그나마 덜 정치적인 영화다. 대신 그 자리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의 답답함이 자리한다. 어째서 저 가족은 저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두가 생각해볼 문제다. ▶<가족의 나라> 바로보기

<잡식 가족의 딜레마>

잡식 가족의 딜레마
감독 황윤 출연 황윤 등 상영시간 106분 제작연도 2015년
‘가족’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영화를 찾다보니 가족이라는 주제와는 거리가 먼 영화도 리스트에 올라가게 됐다. 가족이 등장하긴 하지만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잡식 가족의 딜레마>는 가축과 육식에 대한 문제를 말한다. <작별> <어느 날 그 길에서> 등 늘 동물과 생태에 대한 고민을 영화로 풀어내던 황윤 감독은 구제역 뉴스를 보다가 문득 살아 있는 돼지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돼지를 찾아 나선다. 참혹한 돼지 사육 환경을 본 그녀는 더이상 육식을 하지 못하게 됐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육식파 남편과 번번이 대립하고 어린 아들에게 어떤 음식을 먹여야 할 지 딜레마에 빠진다. 육식에 대한 고민, 채식주의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영화다. 추석에 보기엔 좀 그런가. 죄송합니다. ▶<잡식 가족의 딜레마> 바로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