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품의 실사화 소식이 들려오면, 우려와 기대감을 동반하게 되는 게 보통이다. 만화의 상상력을 살아 숨 쉬는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적이지만, 만화적인 요소와 영화적인 요소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기에.
히어로 무비에서 아무래도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히어로 수트의 디자인일 것이다. 배우 캐스팅 소식과 더불어 이 히어로의 비주얼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는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때문에 촬영장 스틸컷 등에서 공개되는 수트 착용 모습은 공개되자마자 화제거리가 되곤 한다.
히어로 무비의 원작 코믹스들은 대부분이 몇십 년 전 작품인 경우가 많아, 현재 관객의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중도를 잘 잡는 게 관건이다. 어쨌든 히어로 수트인 만큼 '멋지고' '폼 나야' 하지 않은가! 관객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끌 수 있는 요소인 히어로들의 비주얼, 양대 팀업 위주로 정리해 봤다.
어벤져스
마블
가장 유명해진 히어로 팀 '어벤져스'는 마블 코믹스의 1963년작이 원작이다. 마블의 간판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 팀업의 실사화는 모두가 알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원작 코믹스에서 역시 유명세를 떨치며 오랜 시간 동안 탑티어 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코믹스 어벤져스의 창립멤버는 아이언맨과 헐크, 토르, 앤트맨, 와스프까지 다섯 명이다. 이후 캡틴 아메리카가 들어와 리더가 되었고 스파이더맨, 울버린, 미즈 마블, 블랙 위도우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캐릭터들 다수가 어벤져스를 거쳐간 바 있다.
캡틴 아메리카
캡틴 아메리카의 코믹스판 수트는 비늘 느낌이 강조된 수트 재질과 날개 달린 헬멧이 특징인데, 이 수트는 <퍼스트 어벤져>에서 채권 팔러 전국을 유랑하던 그 시절의 캡틴이 입고 등장했던 적이 있다. 이후에는 메인 컬러인 파란색과 빨간색, 흰색을 중점으로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기본적인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헐크
헐크는 마블의 오래된 캐릭터 중 하나이자 어벤져스 원년 멤버이기도 하지만, 설정상 비주얼이 너무도 확고한 탓인지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녹색의 피부와 우람한 체격, 엄청난 신축성의 반바지가 포인트라면 포인트. 단,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헐크 역을 연기했던 에드워드 노튼이 MCU에서 하차하고 담당 배우가 마크 러팔로로 바뀌면서 그에 따른 외관 변화가 있었다.
토르
토르는 장발의 금발머리와 붉은 망토, 묠니르라는 주요 특징은 그대로 살리되 아스가르드라는 판타지풍의 배경에 맞는 독특한 디자인을 택했다. 바이킹 특유의 헬멧이 빠진 것 외에는 초반 디자인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담당 배우인 크리스 헴스워스의 큰 체격과 외모와 잘 어울려서일지도. 토르 실사 영화의 3편 <토르: 라그나로크>에서는 짧은 헤어스타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언맨
아이언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빨간색과 노란색, 아크 리액터 등 주요한 특징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억만장자이자 글로벌 기업의 총수인 토니 스타크의 기술력에 걸맞은 세련된 수트로 재탄생했다. 한 시리즈 내에서도 여러 번 수트가 바뀌는 등 현재까지 MCU에서 등장한 수트만 치더라도 50여 개에 이른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보여준 마지막 수트는 나노 기술을 접목해 별도의 형태 없이 자유로운 변환이 가능하기까지 하다.
호크아이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무래도 호크아이다. 초반에는 파워풀한 디자인의 보라색 수트를 입고 있었지만, 2012년 리런치 이후 디자인이 바뀌어 영화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는 고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 수트는 전반적으로 검은색인 반면 원작의 메인 컬러였던 보라색이 포인트로 조금씩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로닌으로 오랜만에 등장할 것으로 보이며 활 대신 칼을 쓰는 등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
블랙 위도우
원년 멤버 중 홍일점인 블랙 위도우는 코믹스 버전과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언맨 2>의 첫 등장 시점에는 붉은 머리카락에 웨이브를 준 헤어스타일이었지만,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 다양한 작품에 등장할 때마다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었다. 현재는 인피니티 워에서 보여주었던 짧은 금발머리였다가, 최근 공개된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는 원래의 붉은 머리카락으로 되돌아간 듯한 모습.
비전
크리스마스 색 조합의 안드로이드 히어로, 바로 비전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처음 실사화 버전이 등장했는데, 원작과 마찬가지로 울트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나 토니의 AI 비서였던 자비스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독특하다. 코믹스 디자인과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이지만, 강렬한 초록색을 톤다운시키는 대신 붉은 피부와 금빛 망토는 살려서 갔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는 인간형으로도 등장.
스칼렛 위치
퀵실버의 여동생 완다 막시모프, ‘스칼렛 위치’는 원작 코믹스에선 뮤턴트로, 자비에 스쿨 출신의 엑스맨 계열 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폭격급 이벤트였던 <하우스 오브 엠>의 원흉이기도. 전반적으로 빨간색을 메인 컬러로 쓰고 있으며 파워풀한 의상을 입는데, 실사판에서도 빨간색의 긴 코트를 입고 나온다. 주요 능력인 염력을 사용할 때에도 붉은색 아우라가 손에 맴도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하고 있다.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의 수트 변천사는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심플하게 정리해 본다. 코믹스 첫 등장에서는 겨드랑이에 거미줄이 붙어 있는 수트를 입고 등장했고, 최근 MCU에서의 스파이더맨 디자인에 비해 거미 문양과 거미줄 패턴이 더 강렬하게 들어가 있는 편. 이후 수많은 이슈와 실사화를 거치며 다양한 수트를 선보였는데, 가장 최근에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등장한 기본 수트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아이언 스파이더 수트를 들 수 있다. 이 중 아이언 스파이더 수트는 등에 금색 거미 다리가 달려 있는 것이 특징. 홈메이드 수트를 제외한 MCU의 스파이더맨 수트는 모두 토니 스타크가 만들었다.
저스티스 리그
DC코믹스를 대표하는 팀업인 ‘저스티스 리그’.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셋의 고정 멤버를 중심으로 팀원 변화가 여러 번 있긴 했지만, 영화에서 등장한 6명 구성은 그린 랜턴을 제외하고는 리부트 이후인 The New 52 시점의 저스티스 리그라고 할 수 있다. 저스티스 리그 계열의 팀은 이외에도 다양한 구성이 있지만 최초의 등장은 이름이 약간 다른 JSA(저스티스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
코믹스 버전과의 가장 큰 차이는 그린 랜턴의 존재 여부일 것 같은데, 모두가 알다시피 실사화 프로젝트가 흥행에 실패한 이후 아직 리부트 되지 않았으므로 실사화에서는 멤버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그린 랜턴 리부트 계획이 202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 추후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최근 솔로 무비에 더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아직은 기다려 봐야 할 듯. 비주얼 면에서는 아쿠아맨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다. 원작 코스튬 재현도가 높은 DCEU의 특징.
슈퍼맨
슈퍼맨의 첫 등장은 1938년으로 80년이 넘은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DC의 시발점이 된 캐릭터임은 물론, 지금도 슈퍼히어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인지도와 명성도 높다. 저스티스 리그의 리더이기도 한 슈퍼맨은 1948년 최초의 실사화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의 헨리 카빌판 슈퍼맨까지 5명의 배우를 거쳐갔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1978년부터 4편이나 제작된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이다. 코스튬은 원작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으며, 최근 버전은 톤다운된 컬러가 특징.
배트맨
슈퍼맨이 DC를 시작했다면, 현재 탑티어는 배트맨이라고 할 수 있다. 1939년으로 배트맨과는 한 살 차이지만 분위기는 정반대인데, 다크 히어로의 대명사이자 범죄의 고향 격인 도시 고담의 수호자이기도 하다. 입과 턱만 드러나는 가면에, 박쥐를 모티브로 한 검은색 배트수트는 초창기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화가 없을 정도로 배트맨의 상징격인 디자인이다.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시대를 거치며 방탄 효과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었다.
원더우먼
1941년 첫 등장 이래 원더우먼의 코스튬은 수많은 바리에이션을 거치며 변화해 왔는데, 성조기를 모티브로 한 전체적인 디자인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노출도가 높은 편이지만 아마존의 공주이자 전사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설정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 듯. 갤 가돗이 입은 최근 버전에서는 치마를 갑옷 형태로 변화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플래시
1940년에 첫 등장한 플래시의 최초 코스튬은 익히 알려져 있는, 빨간 헬멧과 노란색 번개 심볼이 특징인 전신 수트로 자리 잡힌 것은 1950년대부터다. 최초의 플래시인 제이 개릭이 바로 이 파워풀한 헬멧의 원조 주인. 2대인 베리 앨런부터는 현재와 유사한 형태의 전신 레드수트를 착용했다. 실사화에 등장한 것도 베리 앨런판 플래시인데, 드라마가 천 재질의 느낌이 강한 데 비해 영화판은 딱딱한 금속 느낌이 더 강하고 디테일이 더 들어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린 랜턴
첫 등장은 1940년으로, 앨런 스콧이라는 캐릭터였다. 1대 그린 랜턴인 앨런은 그린 랜턴 군단 소속은 아니지만 최고참 히어로 중 하나로 대우받는 듯. 그 때문인지 익히 알려져 있는 그린 랜턴 군단의 코스튬과는 조금 다른, 좀 더 일상복에 가깝고 망토가 있는 점이 특징. 이후 2대인 할 조던으로 넘어오면서 녹색과 검은색이 특징인 전신 수트로 변경되었다. 가면이 녹색으로 바뀌어 좀 더 초록색이 강조되었다는 점이 포인트. 라이언 레이놀즈가 출연한 실사화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제작됐다.
사이보그
비교적 최근 캐릭터인 사이보그는 1980년에 처음 등장한, 반은 인간이고 반은 기계인 독특한 히어로다. 당시만 해도 많지 않았던 흑인 캐릭터 중 하나이며 몸의 반절이 기계인지라 흡사 로봇과 비슷한 모습이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은색의 금속 재질로 된 몸이 특징이며, 붉은색으로 빛나는 눈도 포인트. 사이보그 역시 실사화에서도 거의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쿠아맨
1941년에 첫선을 보인 아쿠아맨은 저스티스 리그의 창립 멤버이자 바다 왕국 아틀란티스의 왕이며 메라의 남편(!!!)이다. 초반에는 오렌지색 상의 초록색 비늘이 달린 하의, 비늘처럼 생긴 장갑과 신발 등이 특징이었으나 설정 변화 등을 거치며 디테일이 추가되는 등의 변경점이 있었다. 금발의 백인 남성 캐릭터가 기본형이지만, 실사화 버전에서는 제이슨 모모아를 기용하면서 파워풀한 변화를 거쳤다.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지면 관계상 엑스맨은 제외하였으나, 근래 실사화 전력이 있는 캐릭터 몇 명을 더 소개해 본다.
로키
<어벤져스>의 빌런으로 등장해 초유의 인기를 얻은 캐릭터 로키는 토르의 동생으로, 첫 선을 보인 것은 1962년이다. 흑발에 골드와 그린이 강조된 코스튬이 특징이다. 초반에는 망토가 따로 없고 좀 더 장난의 신 컨셉에 맞는 고약한 이미지였다. 독특한 점은 여성 버전도 존재한다는 것. 실사화 버전은 톰 히들스턴이 맡아 열연을 펼쳤는데, 왕족답게 기품 있는 긴 코트 등을 착용한다. 메인 컬러인 녹색과 골드, 흑발은 그대로 가져왔다.
데드풀
X-men 계열 히어로 중 흥행 성적이 가장 좋은 캐릭터이자 가장 시끄러운 캐릭터, 자기가 만화 캐릭터라는 점을 아는 유일한 캐릭터. 라이언 레이놀즈의 오랜 한을 드디어 해소시켜 준 데드풀이다. <울버린: 엑스맨의 탄생>에서 데드풀은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이 말 많은 캐릭터의 입을 꿰매 놓은 데다 무기도 바꾸는 바람에 악평을 엄청나게 들었다. 최근 시리즈에서는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으로 출연했다. 머리 부분이 약간 변경되었고, 수트 재질이 탄탄해진 것 외에는 거의 비슷하다.
샤잠
슬픈 역사를 거쳐서 이름이 좀 바뀌긴 했지만, 어린 소년이 ‘샤잠!’ 한 마디만 외치면 완벽한 슈퍼히어로로 변신할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을 지닌 캐릭터 샤잠. 국내 개봉이 그야말로 개봉 박두인 이 시점에서 샤잠을 빼놓기 아쉬워 소개해 본다. 허리선을 약간 넘는 독특한 흰색 망토부터 가슴의 번개 마크, 금색 장식 등 원작 코믹스의 디자인을 똑같이 재현했다고 할 수 있다.
조커
배트맨의 가장 유명한 아치 에너미이자, 실사화 이력이 매우 많은 빌런 캐릭터 조커다. 광대처럼 얼굴을 하얗게 칠한 것이 특징이며, 초록색 머리와 빨간 입술, 광기 어린 표정은 공통적인 특징. 과도한 느낌의 정장은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데, 때문에 조커의 상징격인 메이크업 외에도 의상은 작품마다 다양하게 선봬 왔다. 세자르 로메로, 잭 니콜슨, 히스 레저, 자레드 레토 등 다양한 배우가 연기했다. 이 중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전설이 되었을 정도.
할리퀸
시작은 배트맨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조커의 사이드킥이었지만, 팬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설정이 추가된 할리퀸. 초반에는 광대를 의미하는 닉네임의 어원에 걸맞은, 레드와 블랙을 주요 컬러로 하는 광대 디자인이었지만 리부트 이후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마고 로비가 연기한 할리퀸의 모습과 흡사한 느낌으로 변경되었다. 마고 로비의 할리퀸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어, 할리퀸 스핀 오프 <버즈 오브 프레이>가 확정되기도 했다.
로빈
로빈은 배트맨 시리즈에서 배트맨의 옆자리를 지키는 조수이자 사이드킥으로 다수 출연한 바 있는데 최근에는 실사화되지 않다가 드라마 <DC 타이탄>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보통 로빈이라고 하면 1대 로빈인 딕 그레이슨을 의미한다. 오렌지색과 녹색이 들어간 코스튬이 특징인데, 초반에는 어린 소년이어서인지 바지가 아닌 팬티만 입고 활동했다. 실사화 버전에서는 다행히(?) 전신 수트를 입고 등장했다.
희재 / PNN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