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 크리스 프랫 주연의 <매그니피센트7>은 율 브린너와 스티브 매퀸 주연의 서부극 <황야의 7인>(1960)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황야의 7인> 또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리메이크한 작품.
영화사의 걸작을 두 번째로 리메이크하는 영화인 만큼 (그만큼 원작의 재미가 보장된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안톤 후쿠아 감독이 과연 어떤 색깔의 영화를 만들어냈을지도 궁금하지만, 동시에 국내 관객에게는 배우 이병헌이 어떤 역할로 출연했는지가 더 궁금할 것이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라스트 스탠드> 등을 평소 주의깊게 봤던 할리우드의 안톤 후쿠아 감독은 서부극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하는 액션영화 <매그니피센트7>을 만들겠다고 결정했을 때, 전설적인 칼잡이 킬러 '빌리 락스'의 역할로 그가 적역이라고 생각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김지운 감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병헌이 갖고 있는 배우로서의 생각을 존중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지.아이.조> 시리즈나 <레드> 시리즈 등의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 액션스타로서의 가능성과 재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게다가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도 권총과 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마적단 두목 창이를 멋지게 소화해냈기 때문에 서부 시대 총잡이들의 복수극을 다룬 액션영화 <매그니피센트7>의 멤버로 합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이병헌의 몸놀림이 "우아하다"고 칭찬했던 건 그런 이유에서다.
나쁜 놈들이 모였다
<매그니피센트7>은 19세기 미국 서부의 '로즈크릭'이란 한적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사람들을 노예 부리듯 지배하고 있는 못된 악당 보그(피터 사스가드)에 맞서 7명의 현상금 사냥꾼, 도박꾼, 킬러, 탈영병, 인디안 전사 등이 화끈하게 복수를 벌이는 이야기다.
모략질을 일삼는 악당 보그(피터 사스가드)의 횡포에, 마을 주민들은 극렬하게 저항하자는 편과 이대로 조용히 땅을 팔고 마을을 떠나자는 편으로 입장이 팽팽하게 갈린다. 그 와중에 보그의 만행으로 남편을 잃은 엠마(헤일리 베넷)가 보안관(인데 사실은 현상금 사냥꾼인) 치좀(덴젤 워싱턴)을 용병처럼 고용해 복수를 모의한다.
그런데 치좀이 고용하는 이들의 면면이 좀 이상하다. 그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종이를 꺼내 거기 기록된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팀을 꾸리는데 그 종이가 현상금 안내문이다. 그러니까 그가 찾아다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나쁜 놈들'이다. 자신을 카사노바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못난 도박꾼일 뿐인 조슈아 패러데이(크리스 프랫), 남북전쟁 때 끝내주는 명사수로 활약했지만 지금은 활력을 잃어버린 굿나잇 로비쇼(에단 호크), 그리고 그의 단짝인 킬러 빌리 락스(이병헌), 추격자 잭 혼(빈센트 도노프리오), 무법자 바스케스(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등이 악당 보그를 공략할 '어벤져스' 팀인 것이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 합류하게 된 인디언 전사 레드 하베스트(마틴 센스마이어) 정도를 제외하면 치좀이 섭외하는 이들 모두는 각 분야 최고의 살인자들이며, 또한 드러낼 수 없는 과거가 있는 무법자들이다. 도덕과 정의가 무너진 세상에서 거칠게 살아왔던 사나이들이 마을 사람들의 복수를 대신해준다는 설정, 그러니까 악이 악을 무찌르는 과정에서 전해지는 7명의 무법자들의 좌충우돌 팀워크가 영화 전체 절반의 재미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무슨 재미로 채워질까.
끝내주는 총격 액션
<매그니피센트7>은 오직 총에 의지해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던 무법자들이 활약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화끈한 복수극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재미는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 평원을 말을 타고 질주하는 사나이들의 총격 액션이다. 인종과 성격이 제각각인 7명의 무법자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권총을 다루고 액션을 펼치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원작인 <황야의 7인>, <7인의 사무라이> 두 영화에서 선량한 마을 사람들이 용병을 고용해 복수극을 벌인다는 기본 설정만 가져왔을 뿐, 원작에서 공들여 다뤘던 평범한 농부들의 삶의 애환이나 세상을 떠돌며 살아가는 사무라이 인생 등의 이야기는 과감하게 덜어냈다.
7명의 무법자들이 마을사람을 훈련시켜 마을을 전장터의 요새로 둔갑시킨 다음, 악당 보그 무리의 공격에 맞서는 영화 후반부 20여분의 액션 장면은 원작의 비장함과는 다른 짜릿한 액션을 보여준다. 심지어 거의 20여분 내내 쉬지 않고 발사되는 권총의 격발 소음이 음악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프랑코 네로 주연의 <장고>처럼 과거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에서 주로 봐왔던 현란한 총놀림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상상하면 되겠다. (<장고>에 등장하는 그의 무기도 상징처럼 등장한다.)
그런 와중에 특히 이병헌은 총과 칼을 동시에 쓰면서 마을 전체를 누비며 적을 제압한다. 심지어 카메라는 이병헌의 발 끝에서 시작해 머리 끝까지 권총을 쥔 비장한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덴젤 워싱턴 정도를 제외하면 크리스 프랫이나 에단 호크에 비해서도 그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복수라는 행위, 나아가 서부라는 시대배경에 관한 심오한 깊이를 다루는 영화는 아니기에 원작의 아우라를 계승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리메이크다. 하지만 <매그니피센트7>은 서부극이 담아낼 수 있는 총격 액션 쾌감의 최대치가 담겨 있는 영화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