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신작들을 소개하는 마스터즈 섹션.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그 가운데 가장 궁금증을 자극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초현실주의 애니메이션의 대가 얀 슈반크마이에르 감독의 <벌레>다. 이 작품 역시 실사에 콜라주 기법 등을 활용한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결합했다.
영화는 작은 마을에서 사람들이 <곤충 극장>이라는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인물들이 연극 배역인 벌레들에 점점 동화되어가는 이야기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등 체코의 부조리 문학에 기반을 둔 작품.(영화에 등장하는 <곤충 극장>도 실제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유명 희곡이다) 여기에 내면을 잠식하는 이기심, 공포 등을 통해 인간의 밑바닥을 가감 없이 비췄다. 얀 슈반크마이에르 감독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벌레들의 디자인을 직접 제작했다.
이외 마스터즈 섹션에는 다양한 장르로 철학적 의미를 담아내는 드루노 뒤몽 감독, 다큐멘터리 장인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 중국 독립영화계의 산증인 왕 샤오슈아이 감독 등 여러 거장들의 작품이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