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일 막을 올린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그 시작을 알린 작품은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의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이하 <나폴리>)다. <고모라>로 잘 알려진 로베르토 사비아노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전주에 앞서 2019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다. 기자회견에서 밝힌 클라우디오 감독기의 제작기와 함께 전주영화제 개막작 <나폴리>를 만나보자.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SYNOPSIS

이제 겨우 15살이 된 나폴리의 소년들. 혈기왕성한 그들은 클럽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갱단에 입단, 마약 판매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조직의 보스가 경찰에 잡혀가게 되고, 대담한 성격의 니콜라는 그 틈을 타 구역을 장악한다. 그는 상인들에게 수금을 멈추는 등 나름의 양심을 지키며 조직을 운영한다. 그러나 소년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니콜라의 상황은 점점 위태로워진다. 설상가상으로 니콜라의 어린 동생은 형의 총에 손을 대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야기한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허구와 현실 사이

영화 내부를 살펴보기 전에, <나폴리>의 제작 과정부터 짚고 넘어가자. <나폴리>의 원작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것이다. 실제 나폴리에서 어린 소년들이 지역을 점령, 분쟁과 재판으로까지 이어진 사건을 로베르토 사비아노가 픽션으로 재구성했다. 이후 직접 조반네시 감독에게 자신의 소설 중 하나를 영화화하자고 제안, 조반네시 감독이 <나폴리>를 선택했다. 범죄 행각 등 디테일한 요소는 허구가 가미됐지만, 나폴리에서 범죄조직이 운영되는 시스템 등은 철저히 사실에 기반을 두었다.

거기에 현실성을 더한 것이 조반네시 감독의 캐스팅 과정이다. 극중 등장하는 8명의 니콜라 패거리는 모두 비전문 배우들이다. 무려 4000명의 지원자들과 오디션을 진행, 그중 8명을 최종 선발했다. 또한 오디션 과정에서 수많은 소년들의 실제 삶을 듣고, 이를 각본에도 투영시켰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범죄 누아르보다 성장담

조반네시 감독이 <나폴리>를 선택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10대가 중심이 됐기 때문. 전작 <플로라>에서도 소년원을 소재로 삼았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미숙한 청춘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소개한 줄거리만 보자면 <나폴리>는 명백한 범죄 누아르지만 조반네시 감독은 이를 성장담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여타의 범죄영화와 달리, 극중 인물들은 지나칠 정도로 정직하다. 친구를 버리고 배신을 하는 경우에도 굳이 “어쩔 수 없다”며 먼저 통보한다. 심지어 조직을 장악하고 세력을 넓히는 과정도 허점투성이. 허둥대는 그들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점이 철두철미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벗어나 <나폴리>를 성장영화로 만들어줬다. 쫀득한 스릴감을 원하는 이들에게 <나폴리>는 다소 맥 빠지는 영화일 수 있지만, 불안정한 청춘의 세심한 심리를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적격인 작품이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청춘에 사랑이 빠질 수 있나

거기에 한 술 더 뜬 것이 로맨스. 사랑은 청춘에게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극 초반부터 등장한 레티지아는 단번에 니콜라의 마음을 앗아간다. 이후 둘은 아름다운 나폴리의 전경과 함께 풍선 이벤트, 무계획 여행 등 멜로영화에 등장할 법한 장면들을 연출한다.

조반네시 감독은 전작에 이어 10대들을 조명한 이유에 대해 “아이들에게 사랑과 우정은 매우 강렬한 감정이다. 어른이 된 후 이성적으로 변한 뒤 느끼는 것과 매우 다르다. 그것이 매우 영화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그대로 증명하듯 <나폴리>에서 보여주는 두 인물의 사랑은 미숙하기에 가능한 풋풋함과 무모함이 엿보였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선과 악이 공존하는

<나폴리>가 소년을 내세워 가질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장점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완성시킨 것이다. 폭력과 범죄를 일삼는 니콜라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도 아이 같은 순수함을 한껏 발산하는 그는 나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의 전형이다. 영화는 그 양극을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로 구현했다.

게다가 <나폴리>에는 제대로 된 어른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으려는 어른은 아무도 없다. “교육이 부재했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될 수 있는가를 담았다”고 전한 조반네시 감독. 그의 말대로라면 니콜라를 악인으로 만든 것은 스스로일까 사회일까. 실화를 모티브로 했기에 더욱 무게를 가지는 의구심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은 누구도 쉽게 내리지 못할 듯하다.


※ 아래 문단은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

순수의 상실, 그리고 결말

마지막은 결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폴리>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복수를 위해 모두를 이끌고 전쟁을 하러 가는 니콜라의 결연한 모습으로 화면은 꺼진다. 이후 니콜라가 어떻게 됐을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조반네시 감독은 “이 영화는 열린 결말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단 하나는 순수의 상실이다”고 말했다. 순수함이 사라진 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시점이 가장 적절한 결말이었다는 것. 맞는 말이다. <나폴리>는 굳이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아도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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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