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세이버와 포스의 우주. 은하 제국의 지배에 맞선 저항군의 전쟁. 벌써부터 카일로 렌의 징징거리던 눈빛을 그리워하는 팬들 많을 것 같다. 드디어 또 한 편의 시리즈 신작이 나온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탄생시킨 SF <스타워즈> 시리즈를 잇는 신작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에 관한 소식이 서서히 공개되고 있는 중이다. 이미 북미에서는 여러 버전의 예고편을 통해 영화의 이야기, 등장인물, 안드로이드, 코스튬 등의 소식을 공개한 바 있다.
<로그 원>은 6부작의 기존 오리지널 시리즈 이후를 다루는 새로운 3부작 이야기와는 또 다른, 과거 오리지널 시리즈 때 벌어졌던 특정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 실사 영화다. (다른 설정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이미 만들어진 적 있다.) 오리지널 6편과 이어지는 시리즈 7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흥행 성공을 통해 시리즈의 화려한 부활을 축하한 전세계 스타워즈 팬들은 이번 신작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 같다.
그래서 준비했다. 특별히 한국을 위해 제작된 <로그 원>의 한국판 티저포스터를 보면서 <로그 원>에 관한 최신 소식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스타워즈와는 다르다,
스타워즈와는!
안심이다. <로그 원>의 국내 개봉은 12월 확정. 애초 알려졌던 2017년 1월 개봉에서 앞당겨졌다. (북미 개봉일은 12월 16일이다.) 혹시 스타워즈 시리즈 전편의 이야기를 모르는 관객들도 많을 듯 하다. 하지만 여기서 방대한 시리즈 줄거리 소개를 다 할 순 없으니 아주 간단하게만 요약하고 넘어가자.
우선 오리지널 시리즈 4편 <새로운 희망>의 첫 시작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내전이 시작되자 반란군은 비밀기지를 거점으로 사악한 은하제국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다. 반란군 첩보원은 제국군의 절대적 무기이자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손에 넣는다. 레아 공주는 제국군의 추격을 피해 은하계에 자유를 가져다 줄 설계도를 갖고 고향으로 향하는데..."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가 시작했던 걸 떠올려보자.
레아 공주가 설계도를 R2-D2에 숨기던 그 때 말이다. 바로 그 때에 새 영화 <로그 원>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즉, <로그 원>은 3편과 4편 사이에 존재했던 반란군의 첫 승리를 이끈 전투 당시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새로 공개한 국내판 포스터 전면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바로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녀의 이름은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로, 그녀를 포함한 포스터에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액션장면이 될 지상전 때 착용하는 전투복과 무기를 장착한 것이다.
물론 한국판 포스터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포스터 디자인을 해왔던 전설적인 디자이너 드류 스트루잔의 디자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등장해 이번 영화가 특히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영화라는 걸 짐작해볼 수 있다.
'데스 스타'를 파괴하라
제국군과 저항군이 극렬하게 대립하는 시기에 벌어지는 이번 영화는 행성을 파괴해버릴 수도 있는 무자비한 무기(이자 기지인) 데스 스타를 파괴하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설계도 탈취 작전을 벌이는 이야기다.
잘 알려져 있듯이, 조지 루카스 감독은 오래전부터 <스타워즈> 전체 시리즈를 9부작까지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사들이면서 사실상 그 의견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조지 루카스를 대신해 새롭게 대표에 오른 제작자 케슬린 케네디가 최종적으로 지금의 새로운 3부작과 스핀오프 시리즈 제작을 협의해 만들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루크 스카이워커를 포함한, 제다이가 등장하지 않는 제국군과 저항군 사이의 전쟁을 다루는 스핀오프 시리즈 또한 조지 루카스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그가 직접 각본 작업에 참여한 건 아니다.) <로그원>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전통의 계승과 혁신
연출을 맡은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전작 <몬스터즈>나 <고질라>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그가 어떤 스타일의 액션을 추구하는 감독인지 잘 알 것 같다. 그의 영화는 SF의 비현실적인 설정 자체를 실제 현실에서 벌어질법한 이야기로 꾸며내는데 능하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로그 원>을 보면서 지구 상에서 벌어지는 내전을 다루는 전쟁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될지도 모른다. 라이트세이버와 스톰트루퍼가 등장하는 가상의 우주 너머 어딘가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음습한 리얼리티가 가렛 에드워즈라는 감독의 이름이 갖고 있는 힘이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이, 루카스 필름의 수장인 캐슬린 케네디가 전폭적으로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지원했다고 하니, 이번 영화만의 독창적인 어두움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독창적인 시리즈 전통을 무시한 채 영화를 만들겠다는 뜻도 아니다. 이번 <로그 원>에 등장할 제국군의 군사라 할 수 있는 스톰트루퍼 디자인(위 사진)이 오리지널 디자인 그대로 등장한다고 해서 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예고편에 등장하는 원작의 대사, "포스가 함께 하길(May the force be with you)"을 "포스가 우리와 함께 하길(May the force be with us)"이라고 진 어소가 바꿔 말하는 것에서도 시리즈 전통의 계승과 이번 영화의 혁신적인 지향점 모두(제다이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을 읽어낼 수 있다.
'로그 원' 들의 등장?
이미 공개된 스틸컷에는 영화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포스터에 등장했던 베이즈 말버스(강문), 카시안 안도르(디에고 루나), 진 어소 (펠리시티 존스), 치루트 임웨(견자단), 보디 루크(리즈 아메드)가 보인다. 이들은 일종의 저항군 산하의 별도 작전팀인데, 정식 군인이 아니라 특별한 능력 정도를 지닌 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아마도 영화에서는 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 그리고 왜 군사 작전에 합류하게 되는지 각자의 사연을 상세하게 다룰 것 같다. 그럼 간단하게 캐릭터에 대해서도 정리해보자.
#영화 개봉 전에 캐릭터 소개조차도 알고 싶지 않은 팬들에게는 지금부터는 일독을 권하지 않는다.
<로그 원>에 등장하게 될 제국군 지휘관 크레닉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역사에서 엄청 중요한 인물이다. 왜냐하면 그가 은하 제국을 모두 벌벌 떨게 만든 제국군 '데스 스타'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번 영화에 다스 베이더가 등장한다고 공개된 상태인데 아마 크레닉은 다스 베이더와 함께 악의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로그 원>의 새로운 캐릭터 '진 어소'는 올곧은 저항 정신을 지닌 여성으로 예고편에서부터 여장부로서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이미 예상했겠지만, <스타워즈> 시리즈의 메인 테마 중 하나는 '가족 이야기'다. 당연히 진의 아버지도 등장한다. 바로 매즈 미켈슨이 연기하는 '가렌 어소'. 그는 제국군과 저항군 모두가 필요로 하는 중요한 과학자로 등장할 예정이다. 위 스틸컷에서 그녀 옆에 서 있는 '카시안 안도르'는 반란군의 유능한 정보 요원으로 등장할 예정.
<스타워즈>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처음 등장하는 드로이드 K-2SO도 주목하자. 이 드로이드는 원래 제국군의 경비병이었으나 저항군의 말을 따르도록 새롭게 프로그래밍됐다. 신장만 약 2.4미터에 이르는 K-2SO를 모션 캡처 촬영한 배우는 알란 터딕이다. 그는 코미디와 정극 연기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배우인데, 그를 캐스팅한 것을 보니 안드로이드 캐릭터의 입체적인 활약이 기대된다.
견자단이 연기하는 '치루트 임웨'는 앞을 못 보는 수도승이면서 탁월한 무술 실력을 자랑하는 실력자다. 예고편에서 이미 그의 액션을 일부 만나 볼 수 있다. 이어서 어려서부터 치루트와 함께 자랐던 친구 '베이즈 말버스'와 두 사람의 우정은 영화에서 중요하게 등장할 설정이다. 베이즈 말버스는 중국 배우 강문이 연기한다.
국내판 포스터 맨 오른쪽에 등장했던 '보디 루크'(리즈 아메드)는 제국군 화물기 조종사다. 그런데 어떤 계기를 통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자료에는 없지만 예고편에서는 중요하게 등장한 인물 중에는 포레스트 휘태커가 연기하는 '소우 게레라'도 있다. 그는 또 다른 스핀오프 애니메이션 시리즈 <스타워즈:클론 전쟁>에서 처음 소개된 캐릭터인데 저항군의 아이콘과도 같은 인물이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로그 원'의 활약을 도울 것 같다.
그런데 대체 '로그 원'이 무슨 뜻이기에 영화의 제목으로 달아놨는지 의아해 할 관객들이 있을 것 같다. '스타워즈'라는 단어가 제목 뒤에 있다니?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말에 따르면 '로그 원'이 가리키는 건 군사 비밀 신호가 아니라 제다이를 벗어난 첫 번째 영화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진 어소'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팀의 리더 정도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두고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젊은 여성이 세상과 싸워나가는 이야기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번 <로그 원> 역시 유사하면서도 또 분위기는 전혀 다른 여성 히어로에 관한 영화라고 상상해보면 어떨까. 12월까지 기다리느라 밤잠을 설칠 관객들에게는 <로그 원>이 올 한 해 최고의 순간이 될 것 같다.
또 다른 R2-D2 나오나?
이미 해외에서 공개된 자료 중에는 기존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안드로이드 R2-D2의 마치 블랙 에디션 같은 모습이 공개됐다. 이 안드로이드는 제국군의 아스트로메크 드로이드 C2-B5라고 한다. 저항군 소속의 드로이드 K-2SO와 공동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마블 코믹스에서 출간한 코믹스 버전 이야기에서는 이미 검은 색으로 뒤덮인 C2-B5와 흡사한 (거의 살상용) 안드로이드가 등장한 적 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