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은 연 평균 영화 4편을 본다. 그래서 영화를 가지고 놀 줄 안다. 얼마 전 ‘달에 남겨진 우주인’을 그릴 모 SF 영화를 두고 한 누리꾼이 장난삼아 쓴 ‘시나리오 유출본’은, 그 영화가 제작을 연기하면서 장난이 진짜처럼 되기도 했다(물론 진짜 그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5월 9일 개봉한 <걸캅스>도 개봉 한 달 전부터 ‘시나리오 유출’이란 제목으로 누리꾼들의 궁예질이 이어졌다. 과연 누리꾼들은 얼마나 정답을 맞혔을까. 기자가 직접 가서 보고 채점을 해보았다.
※ 아래 소개할 누리꾼 예측은 게시물 시간순이 아닌, 영화의 전개 순서에 맞춰 재배열했다.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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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메인 포스터 카피, 혹은 평론가 한줄평을 예상한 것 같다. 그러나 둘 다 핵심 단어 ‘유쾌한 반란’은 사용되지 않았다. 포스터 카피는 예고편에서도 등장한 “일망, 타진”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 포스터 카피는 두 캐릭터가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경찰도 포기한 사건”이란 표현으로 놀림감이 됐다.
밥 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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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걸캅스>에선 밥, 쌀 등을 통한 코미디는 거의 없다. 특히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는데, 윤상현이 연기한 남편 조지철 역은 만년 고시생이라 기도 못 펴고 사는 인물이다. 여성이라 차별받는 인물은 조지혜에 가깝고, 박민영은 단지 민원실과 적합한 기술이 없어서 감시를 받곤 한다.
쌀사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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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유머와 비슷한 맥락이다. 조폭이 던지는 “밥이나 할 것이지”는 사실 실생활에서도 종종 사용되는(특히 도로 위에서) 멘트고, 라미란이 받아치는 말이 현실에서 듣기 힘든 사이다 겸 코믹 멘트다. 앞쪽 밥 운운하는 장면은 등장하긴 하지만, 그 와중에 라미란이 받아치는 대사는 저렇지 않았다. 물론 저 대사 못지않은 사이다가 이어지긴 한다.
고등학생과의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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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고등학생이 안 등장하는 형사물을 찾기가 더 힘들 것이다. 특히 겁 없는 고등학생에게 공권력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건 <공공의 적> 이후 빈번하게 등장했다. <걸캅스>도 다르지 않다. 다만 누리꾼들이 예측한 것과는 다르다. 박민영이 고등학생을 제압하는 건 맞지만 오해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있고, 급소를 걷어차는 극악무도(!)한 응징은 없다. 그리고 된통 당한 고등학생이 “누님!”이라며 설설 기는 장면도 없다. 다만 ‘누님’이란 호칭이 등장하긴 한다.
서장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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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걸캅스>에는 서장이 등장하지 않는다. 일단 <걸캅스>는 잠복 수사 중 사고 쳐서 민원실로 좌천 당한 조지혜와, 이미 민원실에서 근무 중인 새언니 박민영의 버디 무비다. 일반적인 형사와는 입장이 다르다. 때문에 서장급 인물은 등장하지 않고, 그나마 조지혜의 팀원들이 이런 역할을 맡는다.
성동일 같은 팀장의 갈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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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언은 대부분 틀리지만 진짜 중요한 한 가지를 맞췄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박민영, 조지혜, 양장미의 수사로 돌아가기 때문에 선배 경찰이 후배 경찰을 갈구는 장면은 없다. 특히 뒤통수를 후려치는, 너무나도 ‘강철중’스러운 액션은 없다. 그럼 뭘 맞춘 거냐고? 영화를 보면 안다.
이걸 둘이서 다 하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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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종료 후 뒤늦게 도착하는 경찰들…. 이건 형사물의 표준과도 같은 엔딩이다. 주인공들끼리 범죄자들을 타파하는 전개가 영화를 더 극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걸캅스>도 마찬가지. 두 인물이 최종적으로 수사를 마무리 짓는 건 맞다. 하지만 형사물에서 흔히 나오는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투입한다’는 전개는 아니다. 또한 “이걸 둘이서 다 하셨다고요?” 같은 마무리 대사는 없다.
결말과 타이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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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를 노리는 영화라면 이런 식의 에필로그를 주로 사용한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조만간 다시 돌아와 관객들을 만날 걸 암시하는 느낌으로. 하지만 이번 예언도 엇나갔다. <걸캅스>에는 간단한 쿠키가 있긴 하지만, 분위기를 빼면 해당 예언과 사뭇 거리가 있다. ‘걸캅스’란 타이틀도 초반에 나오고, 후반에 재등장하지 않는다.
번외!
총집편은 얼마나 맞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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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형사물을 제법 본 관객이 쓴 듯한 글. 둘이서 모든 걸 해결하는 전개나 형사라는 직업의 페이소스 등 기존 형사물의 특징을 잘 포착하고 있다. 하지만 <걸캅스>를 제대로 맞히진 못했다. 설명했듯 이 영화는 민원실에서 근무하게 된 두 인물이 주인공이라 형사로서 부딪히는 난관보다 공무원으로서 압박받는 전개가 많다. 등장인물을 보면 알 수 있다. 박미영, 조지혜, 조지철, 양장미 이후 이어지는 크레딧은 민원실장 염혜란이다.
이상 누리꾼들의 궁예질을 모아 확인해봤다. 마지막 요약을 제외하면 8개의 예측 중 5개는 완전히 빗나갔고, 3개는 절반 가량 맞췄다. 정확하게 맞췄다 가정해도 37.5%다. 누리꾼들의 위트에 한껏 웃었지만, <걸캅스>와는 다소 다른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