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11년의 피날레,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다들 보셨을 거라 믿으며 쓰는 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부탁드려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신규 트레일러는
무려 톰 홀랜드가 직접 엔드게임 스포일러 주의를 줄 정도랍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이 전세계 흥행매출 24억 달러를 돌파했다.(5월 14일 기준) 역대 흥행순위 1위는 2009년에 27억 달러를 기록한 영화 <아바타>인데, 개봉 1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만큼 조만간 기네스 1위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신규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2019년 MCU 라인업의 마지막 작품이자, MCU의 페이즈 3를 마무리할 영화이기도 한 스파이더맨의 솔로무비 트레일러를 통해, 영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한편 MCU의 향후 전개도 조금이나마 예측해 본다.
작중 시점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핑거스냅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시점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많았지만, 이전의 공식 발언을 통해 작중 시점은 엔드 게임 직후로 확인된 바 있다.
트레일러에서는 <엔드게임> 결말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던 아이언맨을 그리워하는 피터의 모습을 가장 먼저 보여준다. 더불어 토니의 보디가드이자 친구로 오랫동안 그의 곁을 지켰던 해피 호건이 피터와 대화를 나눈다.
"토니가 그렇게 떠난 건, 네가 돌아올 걸 알았기 때문일 거야"
시간여행의 결정적 수단을 제공한데다 <엔드게임>에서 그랬듯 피터의 실종에 책임감을 느꼈던 토니. 누구보다 원했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도 대의를 위해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토니를 그리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화의 시점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역할 외에도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다.
더불어 아직 미성년자이며 학생인 피터 파커의 캐릭터 설정상 궁금한 부분도 하나 있는데, 핑거스냅 사태 이후 <엔드게임>에 이르기까지 5년이란 시간이 지난 만큼 그간 핑거 스냅으로 실종되지 않았던 학생들은 모두 성인이 되었을 텐데… 이들과의 격차에 대해서도 다뤄질지, 혹은 학생들 모두가 실종되었다고 할 것인지(이건 가능성이 낮은 선택지가 아닐까)도 확인해 볼 만한 포인트가 될 듯.
집 떠나면 고생할 텐데…
뉴욕의 친절한 이웃인 스파이더맨, 이번 무대는 유럽이다. 몇 개월 전 공개되었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피터가 재학중인 퀸즈 과학고등학교에서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보다 글로벌해진 피터는 유럽에서 새로운 문제와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예고편에 이어 이번 트레일러에서도 베니스 등 유럽 현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절친인 네드와 히로인일 것으로 보이는 MJ 역시 함께할 예정이다.
미스테리오는 빌런인가 조력자인가
제이크 길렌할이 '미스테리오' 역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부터, 스파이더맨의 이번 빌런은 미스테리오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빌런과 히어로의 대치구도와는 조금 다른 스토리라인을 가져갈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 공개되었던 트레일러에서는 미스테리오와 스파이더맨이 대치하는 모습 대신, 제이크 길렌할이 초록색 에너지 파동 같은 것을 손에서 뿜어내며 거대한 정령 따위와 싸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땅, 물, 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이 거대한 적들은 샌드맨, 하이드로맨, 몰튼맨인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셋은 엘리멘탈즈의 일원이고, 코믹스에서도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으로 등장한 이력이 있다. 엘리멘탈즈는 물(하이드로맨), 모래(샌드맨), 불(몰튼맨), 번개(일렉트로)의 네 명 구성인데, 이 중 샌드맨과 일렉트로는 이전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지만 몰튼맨과 하이드로맨은 첫 실사화다.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트레일러에서는, 퓨리 국장이 직접 미스테리오를 소개한다. 영화 공식 정보에 따르면 미스테리오의 이름은 ‘퀜틴 벡’으로, 본명 쪽으로 소개를 시켜 준 셈. 말하자면 퓨리 쪽과 먼저 컨택이 되었고 그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터를 영입했다는 게 된다. 퓨리가 지금까지 보여준 바에 의하면 굉장히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니 어지간한 속임수에 넘어가진 않을 것 같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혹은 ‘퀜틴 벡’, 즉 미스테리오가 예상을 뛰어넘는 전략가로 나올지도.
어쨌든 트레일러 두 편만 놓고 본다면 미스테리오와 스파이더맨이 협력해 엘리멘탈즈를 막아내는 스토리라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미스테리오가 유구한 스파이더맨의 빌런이자 시니스터 식스의 일원인 점을 보면 거하게 뒷통수를 때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MCU의 예고편은 100% 신뢰하면 안 된다…
우리 피터, 드디어 연애하나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등장한 피터 파커의 첫사랑은 말 그대로 추억으로 끝나버렸지만, 전편에서도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냈던 MJ가 드디어 영화 전면에 등장할 예정이다. 피터 파커와 MJ의 관계는 수많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엄청나게 많이 등장한 바 있기에 더욱 기대가 되는 부분인데.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는 졸업파티에 함께했던 피터의 파트너보다 비중이 적었지만, 등장할 때마다 특유의 괴짜스러운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MJ. 마지막 장면에서 이름이 밝혀지면서 한때 소요사태를 빚기도 했다.
일부 유출되었던 촬영장 스틸컷 등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촬영중인 모습은 물론, 스파이더맨 수트를 착용한 피터가 MJ를 안고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기에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반확정 상태였다.
그리고 이번 트레일러로 MJ와의 러브라인은 확정된다. MJ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짓는 피터가 나오질 않나, 고백하는 상황까지 나오질 않나(물론 좀 이상하게 마무리되긴 했는데). 어쩄든 순진한 소녀와는 거리가 먼 데다 그리 만만치 않은 모습을 계속 보여줘 왔던 MJ이기에, 피터 파커와의 단란한 '썸'도 기대해 볼 만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조력자는 누구?
지금까지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조력자는 토니 스타크, 즉 아이언맨이었다. 신체능력은 갖추고 있었고, 웹 슈터도 스스로 개발하긴 했지만 수트는 홈메이드라 어설픈 모습이었던 우리의 피터에게 최첨단 고성능 수트를 선물한 사람이자 피터가 소년에서 히어로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어린 피터의 곁에는 여전히 해피 호건이 함께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새로운 조력자가 등장한다. 바로 쉴드의 국장이었던 닉 퓨리다.
핑거스냅 사태로 실종되었던 퓨리와 마리아 힐은 <엔드게임>에서 토니의 장례식에 참석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복귀를 예정한 바 있었는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다시 둘이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어벤져스 멤버들 중 퓨리 국장과 접점이 전혀 없었던 히어로는 그리 많지 않다. 어벤져스라는 팀을 최초로 만든 사람이기도 하니까. 피터와는 아마도 토니의 장례식 때 처음 만났을 것 같은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피터는 퓨리의 전화를 계속 피하다가 결국 유럽 여행지에서 강제로 조우당한다.
트레일러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전편인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피터의 정체를 알게 된 메이 숙모는 아무래도 히어로 활동을 대폭 지원하는 모양이다. 피터의 캐리어에서 스파이더맨 수트와 함께 메이 숙모가 남긴 쪽지를 확인할 수 있다.
멀티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첫 번째 영화 되나
코믹스 팬들에게 있어서 멀티버스, 즉 다중차원의 세계관은 새로울 건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MCU에서는 멀티버스의 개념이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한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점이 MCU의 강력한 매력인데다, 멀티버스의 개념 자체가 그리 쉽게 이해되는 설정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처음 멀티버스의 개념이 언급되었고, <엔드게임>에서 시간여행을 통해 다차원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이루어져야 할 엑스맨 유니버스와의 통합이나 새로운 히어로들의 등장 등을 풀어가는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멀티버스를 꼽는 예측이 다수였다.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아주 어려울 수도 있고, 정말 쉽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멀티버스 개념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스파이더맨의 대표적인 빌런 캐릭터 중 하나인 미스테리오. 퓨리 국장은 그를 '미스터 벡'이라고 소개하며,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넘어온 존재라고 말한다.
트레일러 영상에서 공개된 부분에 의하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의 핑거 스냅 사건으로 인해 차원의 균형이 흔들리게 되었고 이 때문에 MCU의 차원 외의 세계가 불균형 상태에 접어들어 '미스터 벡', 즉 미스테리오가 MCU의 차원으로 넘어오게 되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멀티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뿐만 아니라 이후의 다양한 영화들에 있어서도 보다 폭넓은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토대로 활용될 수 있다. 합류가 예정된 수많은 히어로 집단들이 MCU에 들어오기 더 쉬운 방식이기도 하며 드라마 유니버스와도 연계가 좀 더 용이해진다. 또한 최후를 맞이했거나 활동 불가능한 상태인 기존의 히어로들이 다른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에서 어떤 방식으로 멀티버스를 묘사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신규 수트는 올 블랙
스파이더맨은 역사만큼이나 수트 바리에이션도 매우 넓다. 오리지널 코스튬부터 심비오트, 아이언 수트 버전 등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기에 영화에서 새로 선보일 수트도 팬들의 관심거리 중 하나다.
예고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트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첫 등장 당시부터 착용했던 기본형 수트, 그리고 기본형과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파란색 부분이 검은색으로 바뀐 버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산소부족으로 호흡곤란이 온 피터를 소생시켜 준 생명의 은인인 아이언 스파이더 수트, 그리고 처음으로 등장하는 올 블랙 수트다.
아이언 스파이더 수트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황금색의 거미 다리가 달려 있어 살상모드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또 새 차 냄새도 나고..). ‘시빌 워’ 참전 당시 토니가 준 수트와 마찬가지로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팀업무비인지라 다양한 기능에 대해서는 미처 다 묘사되지 못했고, 이번 솔로무비에서 더 자세한 기능들을 볼 수 있을 듯.
새로 등장하는 검은색 수트는 마블 코믹스의 느와르 이슈에 등장했던 버전과 비슷하다는 평이 다수다. 코믹스에서는 누아르 차원의 분위기에 걸맞는 총도 함께 사용하며, 전체적으로 검은색인 것이 특징이다. 누아르 버전은 애니메이션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맨 중 한 명이었던 스파이더맨 누아르가 입고 나온 적이 있다.
애니메이션의 스파이더맨 누아르는 배경인 1930년대에 어울리는 긴 검은색 트렌치 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 모습이었지만, 트레일러에서 공개된 일부 모습은 이보다는 PS4 게임인 <Marvel's Spider Man>에 등장했던 누아르 수트와 더 비슷해 보인다. 게임에서의 수트 기능은 적들이 스파이더맨의 존재를 더 늦게 알아차리게 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주로 잠입 임무에 쓰였던 수트다. 지금까지 대전격투가 주요 액션이었던 스파이더맨 영화에서도 잠입 임무가 등장할지 모른다는 것으로 봐도 좋을 듯.
다음 세대로의 도약
트레일러에서는 반복적으로 아이언맨의 죽음과 빈자리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세상에는 아이언맨이 필요해요”라던가, “어딜 가나 토니의 모습이 보여요”라던지.
토니가 피터에게 남긴 것들은 일단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첫 등장 때와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착용했던 기본수트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처음 등장했던 아이언 스파이더 수트가 있다. 트레일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은 이외에도 토니가 자주 착용했던, AI 비서인 프라이데이와 연결 가능한 공학 선글라스가 있다.
어벤져스라는 팀 내부에서 아이언맨과 관계가 없었던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토니 스타크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던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피터 파커, 즉 스파이더맨이다. 영웅의 이름에 걸맞은 최후를 맞이한 아이언맨의 빈자리는 누구에게나 크겠지만, 피터에겐 더욱 클 것이기에 보다 의미가 있다.
혼자 웹 슈터를 만들기도 하고, 토니가 만들어 준 수트를 해킹하기도 하는 등(물론 몰래 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과학적으로도 뛰어난 재능이 있는 피터이기에 토니의 빈자리를 이어갈 만한 능력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트레일러 초반, 스파이더맨이 범인을 검거한 현장에 나온 경찰이 “당신이 새로운 아이언맨이냐”고 묻자 피터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아이언맨의 후계자로 스파이더맨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시기상조다. 아이언맨의 위치나 존재감을 고려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이언맨의 빈자리를, 그리고 각자의 최후와 결말을 맞이한 어벤져스 원년멤버들의 빈자리를 지킬 새로운 세대가 MCU에도 필요한 시기이기에, 가장 좋은 답은 스파이더맨일지 모른다.
북미 7월 2일 개봉을 확정한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뉴욕 퀸즈를 벗어나 유럽으로 무대를 옮겨, 더 다양해지고 더 성숙해진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드디어 이 소년이 연애에 성공할 수 있을지, 또 퓨리 국장과는 어떤 관계가 될지(퓨리가 좀 귀찮아할 것 같기도), 해피 호건은 모건한테 치즈버거는 사주고 피터를 따라온 건지 궁금한 건 너무도 많다.
새로운 수트와 미스테리오의 등장, 멀티버스의 전격 도입만으로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또한 토니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남겨진 이들의 모습 역시 11년의 MCU를 마무리하고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 딱 어울리는 에필로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희재 / PNN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