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심사위원장을 맡게 되었나.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2017)를 수입한 엔케이컨텐츠 남기호 대표가 메일로 연락해 제안을 줬다. 좋은 분이 소개해 줘 좋은 마음으로 응하게 됐다.
-올해 경쟁 부문에 올라온 영화들의 경향은 어떤가.
=어제(5월 23일) 입국해 아직 몇 편밖에 보지 못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볼 예정이다. 환경영화제에 걸맞게 이 문제를 직시하는 작품이 많은 것 같다. 자연의 거대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고, 몸 안에 플라스틱을 가득 삼키고 죽은 새처럼 무섭고 지켜보기 힘든 장면도 있었다. 인간이 저지른 일에 대해 후회와 죄책감을 들게 한 작품도 많았다. 이런 작품들을 보고 싶지 않다고 외면하거나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제의 취지와 목적을 일깨우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심사할 예정인가.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영화예술 본연의 영상미를 잘 구현한 작품을 눈여겨보려 한다.
-현장 스태프의 처우 개선, 동물권의 보장 등 한국의 영화 현장은 많이 변하고 있다. 일본의 영화 현장도 변화의 모습이 있나.
=일본의 영화 현장은 오히려 더 열악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 예산도 많이 줄었다. 이런 경우 스태프의 급여가 줄어들거나 업무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직결된다. 하지만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다소 약한 것 같다. 한국영화는 정부 지원도 많다고 들었다. 그 점이 부럽다. 일본 저예산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8)는 300만엔으로 만들었는데, 무려 30억엔의 수익을 얻으며 크게 흥행했다. 이런 사례가 오히려 제작자들에게 저예산으로도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제작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영화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수년간 투쟁해왔고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일본은 어떤가.
=없다. 다들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행동을 하면 다음에 일을 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환경영화제가 꽤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일본에도 이와 비슷한 주제를 가진 영화제가 있나.
=아마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제대로 된 영화제는 없는 것 같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방사능 문제 같은 심각한 환경문제가 일본 영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각하는데.
=나 또한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방사능 같은 것들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영화 주제까지는 아니어도 이야기 속에 소재로 삼은 영화를 기획한 적이 있다. 다른 감독들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지만 지진, 방사능 이런 것을 주제로 삼는 것은 대부분 피하는 분위기다. 그런 주제로 영화를 만들면 정부에 반발하는 것처럼 보여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