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뢰하 <플란다스의 개> 부랑자 최 모 씨 역
<플란다스의 개>에서 김뢰하가 연기한 부랑자 최 모 씨는 옥상에서 개를 잡아먹으려 한다. 그 순간을 포착한 현남(배두나)은 그에게서 극적으로 개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 과정 속 부랑자 최 모 씨의 존재감이 압권이다. 아파트의 옥탑과 지하실에 아무도 모르는 저만의 공간을 꾸려놓고 살았던 인물. 예상치 못한 순간 나타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상황을 만들며 극의 분위기를 뒤틀어버리는 최 모 씨의 아우라는 연극 무대 위에서 오랜 시간 경력을 쌓은 김뢰하의 연기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알고 보면 김뢰하는 봉준호 감독과 가장 오랜 인연을 자랑하는 배우다. 봉준호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단편 <지리멸렬>, 곧이어 작업한 단편 <백색인>에 모두 출연했다.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 된 연극 <날 보러 와요>를 봉준호 감독에게 소개한 것도 김뢰하. <기생충>의 시작 단계를 함께한 배우이기도 하다. 김뢰하에게 “연극 연출을 해 볼 생각이 없냐”며 제안을 받은 봉준호 감독. 연극 각본을 구상하던 봉준호 감독의 머릿속에 떠오른 게 바로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의 반지하 집과 박 사장(이선균)의 으리으리한 저택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