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일본의 배우 고마츠 나나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 상위권을 종일 지켰습니다. 지드래곤과의 열애설 때문이었는데요. 두 스타의 연애도 연애지만,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을 해킹해 유출시킨 사진 때문에 프라이버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아무쪼록 고마츠 나나인 팬인 저 문부장은, 하루종일 그녀의 이름을 볼 수 있어서,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겠다는 사실에 내심 기뻐했습니다. 이 여세를 몰아(?) 오늘은 고마츠 나나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출연작 4편을 간단하게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갈증>
(渇き, 2014)
‘배우’ 고마츠 나나의 커리어는 탄탄대로입니다. 첫 장편영화 <갈증>에서부터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찼죠.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들을 연출해온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의 나카타니 미키, <고백>(2010)의 마츠 타카코에 이어 고마츠 나나를 히로인의 자리에 데려왔습니다. 늘 그래왔듯,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그리는 세계는 여지없이 잔혹합니다.
전직 형사 출신의 아키카주(야쿠쇼 코지)가 실종된 딸 카나코(고마츠 나나)를 추적하며, 그녀의 악행을 알아나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부모의 무관심에 감정이란 없이 성장한 카나코를 연기한 고마츠 나나는, 뜻 모를 엷은 미소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표정 없이도 지옥도를 펼쳐놓으며 좌중을 휘어잡습니다. 야쿠쇼 코지, 츠마부키 사토시, 오다기리 조, 나카타니 미키 등 일본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도 <갈증>에 출연하지만 고마츠 나나의 존재감은 작아지는 법이 없죠. 딸을 찾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아버지 역의 야쿠쇼 코지가 펄펄 끓는 에너지로 연기에 임한다면, 고마츠 나나는 내내 창백한 미소를 띤 얼굴로 일관합니다. 그녀는 그해 호치 영화상,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일본 아카데미상 등에서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근거리 연애>
(近キョリ恋愛, 2014)
유니(고마츠 나나)는 우등생이지만 유독 영어만큼은 젬병입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아이입니다. 늘 제 마음을 숨기기 위해 꾹 참아내기가 일쑤인 그녀의 속내를 영어 선생님 사쿠라이(야마시타 토모히사)는 어느 정도 파악합니다. 그리고 영어 보충 수업을 시작하죠. 그리고 사쿠라이는 유니를 사랑하게 됩니다.
어딘가 만화 이야기 같죠? 네, 맞습니다. 로맨스 학원물 <근거리 연애>는 동명의 유명 만화를 극화한 드라마의 극장판입니다. 같은 해에 개봉한 <갈증>에서와 마찬가지로, <근거리 연애>에서 역시 고마츠 나나의 표정은 드물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의뭉하고 서늘한 <갈증>과는 영 딴판이죠. 유니는 그야말로 고단수 츤데레입니다. 영어 선생님의 보충수업을 막무가내로 거부하다가도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부터는 꽤나 적극적으로 마음을 고백하려고 하죠. 그렇게 사제지간의 로맨스는 무르익어갑니다. 어딘가 막장드라마스러운 이야기 같다고요? 염려 마시길. 영화가 그리는 로맨스는 그저 밝고 귀여우니까요.
<바쿠만>
(バクマン, 2015)
일본만화를 대표하는 <소년 점프> 연재를 목표로 만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두 고교생의 이야기를 담은 <바쿠만>에서 고마츠 나나는 조연으로 활약합니다. 그녀가 연기한 아즈키는 주인공 마시로(사토 타케루)가 만화가가 되도록 마음먹게 하는 아름다운 여고생입니다. 그녀가 애니메이션 성우로 데뷔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마시로는 평범하게 시간을 죽이던 과거를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물론 그 길은 멀고 험난합니다. 데뷔하는 것도, 만화를 연재하게 되는 것도 고되기만 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친구 다카기(카미키 류노스케)와 함께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과정 끝에 마시로는 몸져 눕게 됩니다. 이제는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마시로가 그린 만화 주인공이 자신임을 알게 된 아즈키가 병문안을 옵니다. 자신이 그린 만화가 애니메이션화되면 성우를 맡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냐는 그의 물음에, 아즈키는 "언제까지고 기다릴 순 없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그렇게 마시로는 사랑하는 아즈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툭툭 털고 일어나 만화에 매진합니다. 저는 <바쿠만>을 보면서 "고마츠 나나와의 약속이었다면 나도 세계 최고의 영화기자가 되겠군"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
(黒崎くんの言いなりになんてならない, 2016)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갈증> 때문일까요? 이후에 찍은 영화들의 톤이 점차 가벼워지긴 했지만, 어딘가 어두워 보이는 이미지만큼은 좀처럼 옅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개봉한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에서는 이제껏 좀처럼 보지 못했던 고마츠 나나의 밝은 모습을 실컷 즐길 수 있습니다. 저 아래 이미지처럼 볼을 주욱 늘어트린 모에로운 얼굴까지도 볼 수 있죠. 와우!
발행부수 165만 부를 돌파한 인기 순정만화를 영화화한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는 고마츠 나나뿐만 아니라 나카지마 켄토, 치바 유다이 등 일본의 떠오르는 스타들이 총출동한 작품입니다. 고마츠 나나가 연기한 주인공 아카바네는 기숙사 여학생들의 동경의 대상인 '화이트 프린스'(아... 오글거리는 호칭) 시라카와(치바 유다이)와 나쁜 남자의 대명사로 악명 높은 '블랙 데빌' 쿠로사키(나카지마 켄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캐릭터입니다. 순정만화의 오랜 클리셰인 좋은 남자와 나쁜 남자의 구애를 동시에 받는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는 영화에선 못된 시라카와의 간지러운(!) 괴롭힘을 받는 아카바네의 발랄한 모습들이 주를 이룹니다. 영화에서 고마츠 나나는 여태껏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의 다채로운 매력을 작정한 듯이 보여줍니다. 영화는 밍밍할 뿐만 아니라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는 민망함까지 장전하고 있지만, 고마츠 나나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이 정도 고통은 참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로 고마츠 나나에 대한 본인의 애정도를 측정해보시길. 참고로 에디터는 무사 통과입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