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관통하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스타워즈>를 먼저 떠올실 것 같네요. 그보다 나이가 좀 어린 분들에게는 어떤 시리즈가 시대의 아이콘처럼 남아 있을까요?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는 어떤가요? 오늘은 <반지의 제왕>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더불어 <호빗> 시리즈도 같이 언급해야겠죠. 왜냐면 오늘, 9월22일은 빌보 배긴스와 프로도 배긴스의 생일이니까요. 말하자면 오늘은 ‘호빗 데이’입니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 3부작은 다 보셨나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이 포스팅을 보시고 한번쯤 찾아보시고, 다 보신 분들은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그럼 출발!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아마도 2001년 12월31일이겠죠.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이후 <반지 원정대>)가 개봉한 날이니까요. 소설은 일단 제쳐둘게요. 씨네플레이는 영화 블로그니까요. J.R.R. 톨킨의 판타지 소설이 원작인 건 다 아시죠. 작가는 영화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피터 잭슨이 이걸 해냈습니다. 처음엔 우려가 많았다고 합니다. 톨킨 소설의 팬들인 톨키니스트들이 <고무인간의 최후> 같은 B급 호러영화를 만들던 피터 잭슨 감독을 믿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대 성공이었죠.
영화 얘기를 좀 해볼까요. <반지 원정대>는 부제처럼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와 샘(숀 애스틴)을 비롯한 반지원정대가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모션캡쳐 기술을 도입한 앤디 서키스의 골룸/스미골 연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판타지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에디터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나중에 몰아봤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흥행했던 당시 조혜련이 골룸 분장을 하고 나와도 이게 왜 웃긴지 몰랐습니다. 또 옛날 얘기가 생각이 나는군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대해 전혀 몰랐던 친구 동생이 <반지원정대>를 보러 갔다가 엄청난 실망을 하고 돌아왔답니다. 왜냐면 거의 3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를 봤는데 끝나면서 글쎄 “to be continued”가 나왔다지 뭡니까. 당시 <씨네21> 기사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지난 12월19일 미국에서 개봉한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는 닷새 동안 9천만 달러가 넘는 박스오피스 기록을 올렸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는 못 미치지만, 배급의 힘과 등급의 불리함을 견주어보면, 대단한 기록이다. 한국에서도 ‘가장 보고 싶은 겨울영화’에 꼽힐 만큼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연 완결된 드라마에 익숙한 관객이 ‘to be continued’를 기약하는 열린 결말의 영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더 나아가 국내 판타지문학과 영화의 팬들이 그 실체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귀추가 주목된다”는 문구가 인상적이군요. 옛날 느낌이 팍팍 나네요. 어쨌든 <반지 원정대>는 국내에서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다음해, 어김없이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이하 <두 개의 탑>)이 개봉했습니다. 12월19일에 개봉했네요. 2002년은 월드컵의 해로군요. 거리를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이 새삼 스쳐 지나가는군요. 미선이, 효순이도요. 어쨌든 겨울에 <두 개의 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때쯤 되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꽤나 익숙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프로도와 샘을 비롯해 아라곤(비고 모텐슨), 레골라스(올랜도 블룸), 김리(존 라이스 데이비스), 간달프(이안 맥컬런), 갈라드리엘(케이트 블란쳇) 등 주요 등장인물을 분간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호빗, 오크, 트롤, 엘프, 드워프 같은 종족 이름도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키 작은 친구를 호빗이라고 놀리는 게 일상이 됐죠. 한국에서는 특히 레골라스의 인기가 좋았던 기억도 납니다. 아닌가요? 미란다 커와 올랜도 블룸이 사귄 건 이때가 아니었나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이번에도 영화 얘기를 살짝 해봅시다. <두 개의 탑>은 영화 속에서 전투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것 같습니다. “사우론과 사루만, 우르크하이 군대, 그리마 등 ‘어둠의 세력’과 반지원정대라는 ‘선의 세력’ 사이의 끝없는 전투가 내러티브의 큰 중심을 이뤄간다”고 당시 <씨네21> 기사가 알려주네요. 헤름 협곡 전투가 영화의 클라이맥스였던가요? 으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쓴 다음에 시간을 내 시리즈를 다시 복습해야 할 것 같아요.
또 다음해, 2003년 12월17일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완결판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2편보다 더 커진 스펙터클로 완벽한 마무리를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펠렌노르 전투가 압권이었습니다. 20만 오크와 6천의 로한 군사가 격돌하는 그 전투 말입니다. <두 개의 탑>에서는 1만 오크가 전투에 투입됐다고 하는군요. 숫자로 비교가 안 됩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이 전투에 사우론의 괴물들이 단체로 등장한다는 겁니다. 8층 빌딩 크기의 코끼리 괴물, 뱀의 머리와 박쥐의 날개를 가진 나즈굴의 검은 익룡도 전투에 참가합니다. 아라곤이 깨워낸 망자들의 군대가 여기에 맞섰습니다. 이걸 극장에서 보지 못한 에디터는 이제서야 후회가 막심해지는군요.
<반지의 제왕>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피터 잭슨 감독은 “<호빗>이 영화화된다면 연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는 대답했습니다. “뉴라인시네마와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 관심은 갖고 있고 여건만 된다면 연출할 의향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차기작인 <킹콩>에 주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소한 3년은 <킹콩>에만 전념해야 할 것이다.” 흐음. 2005년에 <킹콩>이 개봉했었죠. 그런데 우리가 <킹콩>을 기억할까요? 저는 못합니다. <호빗>이 개봉했잖아요.
<반지의 제왕> 3부작은 아카데미에서 17개의 오스카를 수상했습니다. 특히 <왕의 귀환>은 총 11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벤허>, <타이타닉>과 함께 최다 부문 수상이라는 합니다. 흥행도 대박이었습니다. <반지 원정대>가 8억 7153만 달러(당시 세계 역대 흥행순위 5위)였고, <두 개의 탑>이 9억 2604만 달러(당시 세계 역대 흥행순위 4위), <왕의 귀환>이 11억 1992만 달러(당시 세계 역대 흥행순위 2위)의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다 합하면 무려 29억 달러! 지금 환율로 환산해보면 3조2천4백억원 정도 되는군요. 휴우~ 계산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반지의 제왕> 3부작이 끝이 나고 <호빗> 3부작을 만나기까지는 9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호빗> 3부작은 이상하게 <반지의 제왕> 3부작에 비해 더 가까운 시기에 개봉을 했는데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에디터의 경우에 <호빗> 3부작을 다 극장에서 봤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한번 정리를 해보죠. <호빗> 3부작은 잘 알다시피 <반지의 제왕> 시점으로부터 60년 전 이야기입니다. 프리퀄이죠. <반지의 제왕>에서 빌보 배긴스를 연기한 이안 홈 대신 마틴 프리먼이 젊은 빌보 역을 맡아서 연기했습니다. 마틴 프리먼은 당시 영국 드라마 <셜록>의 왓슨으로 유명했습니다. 셜록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호빗> 시리즈에 등장한 건 아시죠? 물론 목소리만 나오지만요. 스마우그(용)의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호빗>에서는 개인적으로 드워프들의 활약이 기억에 납니다. 특히 먹고 마시고 떠들 때요. 물론 전투 장면의 스펙터클을 논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2012년 <호빗: 뜻밖의 여정>, 2013년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2014년 <호빗: 다섯 군대 전투>까지 <호빗> 3부작은 기술적인 면에서도 특이할 만한 점이 있었습니다. 초당 48프레임이라는 높은 배속의 3D영화였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극장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뭔가 쨍한 느낌이 있었다 정도였고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막눈이라서 그런가요?
내용은 어땠나요?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느 날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가 빌보 배긴스를 찾아가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오래 전 난쟁이(드워프)족의 영토였지만 무시무시한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겨 지금은 황무지로 변한 동쪽의 ‘외로운 산’ 에레보르 왕국을 되찾기 위해 함께 떠나자요. 빌보는 소린이 이끄는 13명의 난쟁이족과 함께 여정에 올랐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역시나 가물가물. 이번 기회에 <호빗> 3부작을 먼저 보고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복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6편의 영화를 다 보려면 아마도 18시간쯤 걸리려나요? 헉!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맘 먹고 보기 시작하면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훌쩍 시간이 지나갈지도 모르죠.
빌보와 프로도 배긴스의 생일을 맞아 <반지의 제왕> <호빗> 3부작을 아주 살짝 수박 겉핥기식으로 추억해 봤습니다. 역시 다시 한번 드는 생각은 <반지의 제왕> 3부작은 엄청났다는 것이고 <호빗> 3부작은 <반지의 제왕>에 비하면 조금 못 미치지지 않았나 느낌이 듭니다. 진짜 팬들이 보면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처음에 시대를 관통하는 시리즈를 언급했습니다. <스타워즈>는 부활해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고, <해리 포터>는 연극으로 다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지의 제왕>과 <호빗>을 잇는 시리즈는 다시 안 나올까요? ‘판타지의 아버지’ 톨킨의 소설이 다시 영화화 되는 건 없을까요? 중간계 이야기를 이제 영화로 만나는 건 이제 끝인가요? <실마릴리온>은 어떤가요? 아마도 팬이 만든 트레일러는 유튜브에 있는 것 같습니다. <왕좌의 게임>을 제작한 HBO에서 TV시리즈로 만들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톨킨의 중간계 이야기가 다시 나오길 기대하며 ‘호빗 데이’를 축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해피 버스데이 빌보 & 프로도. 그런데 도대체 몇 번째 생일인 거죠?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