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영화 정보를 검색하면 각종 이모티콘(위 이미지)을 볼 수 있다. 각 이모티콘은 영화의 성격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일반적인 장르 구분과 달리 세심한 구분이 눈에 띈다. 워낙 취향 타는 영화들이 많은 부천영화제의 ‘센스’다. 씨네플레이는 관객들의 영화 취향과 어떤 동반인이 있는지에 맞춰 상영작을 추천해봤다. 부디 부천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시길.
누구랑 가?
혼영족들은 개인의 취향대로 골라 보세요.
/ 친구와 함께 /
<호신술의 모든 것> 고문 / 싸이코패스 / 코미디 / 액션
<투어리즘> 미녀 / 걸파워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스포츠 / 코미디 / 눈물
영화를 가볍게 즐기는 친구와 함께 간다면 아무래도 아는 배우가 나오고 웃긴 영화가 안전한 선택일 것이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호신술의 모든 것>을 추천한다. 온순했던 회계사가 가라데 고수로 거듭나는 이야기로 찌질 연기 전문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가 소심남으로 등장한다. <투어리즘>과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는 일본과 한국 양국의 별 볼 일 없는 청춘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투어리즘>은 복권 당첨된 친구와 둘이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새로운 경험을 그렸다.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는 서핑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하게 된 취준생 주인공과 게스트하우스 터줏대감 3인방의 웃픈 청춘기를 담았다.
/ 연인과 함께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코미디 / 로맨스 / 미녀
<테스와 보낸 여름> 미녀 / 미남 /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 코미디 / 미녀 / 미남
연인 사이, 서로의 취향을 잘 알고 잘 맞다면 어떤 영화를 함께 봐도 좋다. 여기서는 영화 한 편 보고, 맛있는 거 먹고, 구경하는 일반적인 데이트 장소로 영화제를 방문했다는 가정 하에 데이트 무비로 적절할 영화들로 골랐다. 구작이긴 하지만 1990년대 할리우드 ‘로코’ 붐을 열었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추천한다. 티격태격 친구로 시작해 연인으로 발전하는 스토리로 멕 라이언의 매력이 상당하다. 온라인 예매율이 높았던 <테스와 보낸 여름>도 무난한 선택지다. 바닷가 휴양지에서 펼쳐지는 괴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다. <로맨틱 코미디>는 1930년대부터 최근까지 로맨틱 코미디의 역사와 경향을 훑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연애? 영화로 배워보자.
/ 가족과 함께 /
<별의 정원> SF /걸파워 / 액션
<백사전> 액션 / 걸파워 / 괴물
<해커> 액션
가족이라는 공통 키워드로 묶인 세 영화를 추천한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한국 애니메이션 <별의 정원>을 추천한다. 별을 가꾸는 별정원사와 소녀가 펼치는 모험 이야기로 29일 20시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무료 상영한다. 중국 애니메이션 <백사전>은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당나라 시대 요괴와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해커>는 13세 천재 해커가 엄마의 생존 흔적을 따라가다 덴마크 비밀경찰과 맞닥뜨리게 되는 이야기다.
어떤 취향이야?
<데드 돈 다이> 외계인 / 하드고어 / 코미디 / 버디무비 / 액션
<돌연변이 대격돌> 초능력 / 괴물
<좀비파이터> 액션 / 눈물 / 가족 / 스포츠
시네필들이 사랑하는 감독 짐 자무쉬가 좀비 영화로 돌아왔다.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은 <데드 돈 다이>. 틸다 스윈튼, 빌 머레이, 아담 드라이버, 셀레나 고메즈 등 유명 배우들의 카메오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금지구역’ 섹션의 <돌연변이 대격돌>은 사전 예매 매진율이 높았던 영화다. 좀비로 아수라장이 되는 현장을 큰 스크린으로 살 떨리게 느껴보자. 좀비물과 파이터클럽을 결합해 가족 이야기로 풀어간 한국 좀비 영화 <좀비파이터>도 있다.
<여자들> 코미디 / 미녀 / 가족
<나인 투 파이브> 코미디 / 버디무비 / 액션 / LGBTQ
<고스트 버스터즈> 코미디 / 액션 / LGBTQ
부천영화제는 3년째 페미니즘과 여성에 주목하는 섹션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의 기획 제목은 ‘웃기는 여자들, 시끄럽고 근사한’이다.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여성 코미디 영화들을 조명한다. 시대별로 한 편씩 소개해본다. 1939년작 <여자들>엔 100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동안 단 한 명의 남성도 등장하지 않는다. <위대한 개츠비>의 F. 스콧 피츠제럴드와 극작가 도널드 오그든 스튜어트가 각본에 참여한 영화다. 1980년작 <나인 투 파이브>는 회사 내 성차별 문화를 꼬집는 페미니스트 코미디다. 최근 페미니즘 코미디 영화의 붐을 이끌고 있는 멜리사 맥카시, 케이트 맥키넌이 출연했던 여성판 리부트 <고스트버스터즈>(2016)도 상영한다.
<가메라> 트릴로지 액션
<대괴수 갓파> 액션
<고질라 vs 헤도라> 액션
부천영화제는 일본 클래식 괴수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은 ‘지구 정복 괴수전’ 섹션을 마련했다. 괴수 영화 덕후라면 7월 3일 11시부터 19시까지 연속 상영하는 가네코 슈스케 감독의 <가메라> 트릴로지를 주목하자. 가메라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14년 만에 만들어진 영화로 괴수물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작품이다. 1967년작 <대괴수 갓파>는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의 해악을 보여주는 고질라 시리즈의 걸작 <고질라 vs 헤도라>도 주목해보자.
<골든글러브> 성기노출 / 장기 / 싸이코패스
<초의태인간> 괴물
강심장 아니면 쳐다보지 말지어다. ‘금지구역’ 섹션의 ‘센’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골든글러브>는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가장 끔찍하고 불쾌한 영화로 꼽힌다.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살해 과정이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졌다고 소문난 영화다. <초의태인간>은 70년대 일본 괴기 영화 비주얼과 미국식 크리처 공포물과 연결한 고어 호러 영화다.
<블레이드 러너> SF / 액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SF / 코미디
<신비의 체험> 미녀
이제는 우리에게 일상이 된 로봇. 과거 영화 속 테크놀로지는 현실이 됐다. 지금 소개할 영화들은 미래 기술을 그렸지만 이제는 추억의 한 챕터를 장식하게 됐다. 2019년 미래를 그린 리들리 스콧의 걸작 <블레이드 러너>(1993)가 상영된다. 올해 부천영화제 공식 포스터 디자인의 모티프가 된 것이 바로 <블레이드 러너> 속 유니콘이다. 현재도 꾸준히 회자되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역시 상영 두 타임 모두 인터넷 예매 매진을 기록했다. <신비의 체험>은 젊은 날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가 생긴다.
<나이트메어 시네마> 섹스 / 고문 / 하드고어 / SF
<온다> 미남 / 미녀
여름엔 역시 오싹한 악령, 귀신 영화라고? <나이트메어 시네마>는 다섯 명의 공포영화 감독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든 공포영화 선물세트다. 다섯 명의 사람들이 악령에 씐 극장으로 들어가 겪는 공포를 그렸다. <온다>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고백>으로 유명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신작이다. 알 수 없는 존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악령을 물리치려는 이야기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를 그린다.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원작을 각색한 영화다.
<메모리: 걸작 에이리언의 기원> 괴물 / SF / 하드고어 / 액션
<에이리언> 덕후라면 주목. <메모리: 걸작 에이리언의 기원>은 리들리 스콧 감독 명작 <에이리언>(1979)의 제작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속 명장면들의 뒷이야기가 담겨있다. 알렉산더 O. 필립 감독은 최초 스토리를 구상했던 SF 시나리오 작가 댄 오배넌이 그렸던 청사진을 토대로 <에이리언>이 어떻게 기획됐는지 파헤친다. 6월 30일 13시에는 알렉산더 O. 필립 감독의 다큐 작업을 들을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도 마련돼있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