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토토로>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를 사랑하는 관객들이라면 행복할 시기이다. <이웃집 토토로>에 이어 <마녀 배달부 키키>까지 재개봉하며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30여 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지브리 스튜디오. 때론 매력적이지만 그 원류가 궁금한 캐릭터들도 있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독특한 존재들과 그들의 탄생 비화를 모아봤다.


토토로 -> 도깨비

<이웃집 토토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그리고 지브리에서도 공식 마스코트로 쓰는 토토로. 겉보기엔 거대한 고양이 같아도 영화를 보면 범상치 않은 존재임을 알 수 있다. 토토로는 사실 ‘도깨비’로 디자인됐다. 토코로자와(영화의 배경인 일본 지역)의 도깨비라는 설정이었는데,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풀네임으로 부르기 버거우니까 제작진끼리 토토로라고 불렀고, 그게 정식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재밌는 건 제작진의 설명에 따르면 토토로가 <모노노케 히메>에 등장한 코다마, 하얀 소인처럼 보이는 정령이 성장한 형태라고. 같은 정령이란 점에선 비슷한 캐릭터처럼 느껴지긴 하는데, 외형을 보면 쉽게 유년기와 성년기라고 연상하기 어렵다.

<모노노케 히메> 코다마 => <이웃집 토토로> 토토로


코다마 -> 메아리

<모노노케 히메>

얘기 나온 김에, <모노노케 히메>의 코다마는 무엇일까. 일본어를 안다면 정답을 쉽게 알았을 것이다. 코다마(木霊)는 일본어로 메아리, 그리고 나무에 사는 정령을 뜻한다. 즉 <모노노케 히메>의 코다마는 숲이나 산에서만 들을 수 있는 메아리를 정령으로 상정하고 형상화한 것. 지브리식으로 해석하자면, 우리가 듣는 메아리는 산이나 숲처럼 거대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나무들의 목소리라는 셈. 코다마의 조그마한 크기나 무수히 많은 수는 나무의 정령이란 특징을, 대사가 없고 코다마 하나가 움직이면 다들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은 누군가가 외쳐야만 울리는 메아리의 특징을 반영한 것.

<모노노케 히메>


모로 -> 아이누족의 선조

<모노노케 히메>

<모노노케 히메>의 모로는 누가 봐도 늑대다. 현실에서 정말 보기 힘든 흰 늑대. 정확히 말하면 모로는 300년을 산 들개인데, 굳이 흰 들개로 설정한 이유는 이 영화의 원류 때문이다. 모노노케 히메는 일본의 아이누 족 설화를 모티브로 한다. 이 설화는 흰 들개가 인간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그 자손들이 아이누족이라는 내용이다. 보시다시피 들개와 결혼한 인간은 살짝 비틀어 산과 아시타카로 표현됐고, 그렇기 때문에 산을 키운 모로를 흰 들개로 표현한 것이다. 그 외에도 아이누 족 설화의 동물 형태를 한 다양한 신들은 <모노노케 히메>의 다른 정령들을 디자인하는 데 반영됐다.

<모노노케 히메>


가오나시 -> 인간의 본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낳은 최고의 스타, 가오나시. 그는 무엇일까. 가오나시는 사실 어떤 원류가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포함한 제작진은 가오나시가 '인간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웃는 듯한 가면과 달리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성격, 물질로 상대를 현혹하는 행동,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폭주하는 점 등이 그들이 생각하는 인간의 본질인 것이다. 팬들 사이에선 ‘가오나시는 누에를 본떠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제작진은 정확히 어떤 생물의 영향을 받았는지 밝히지 않았다. 참고로 가오나시는 일본어로 '얼굴 없음'이란 뜻이며 해외에서도 ‘No Face’라고 이름 붙여졌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검댕이 -> 숯, 먼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또 다른 마스코트, 검댕이. 가마 할아범의 명령을 받으며 석탄을 옮기는 이들은 보이는 것처럼 숯이다. 그러나 이 숯검댕이들(스스와타리)은 또 다른 비밀을 가지고 있는데,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먼지 덩어리들(마쿠로쿠로스케)과 같은 존재다.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먼지들이 일종의 정령처럼 생명을 얻는다는 설정인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선 마법에 걸려 온천에서 일하고 있다는 설정이 추가됐다. 일본의 설화를 조합한 작품답게 이 검댕이들에게도 이스터에그가 있는데, 이들이 먹는 별사탕은 일본의 전통 사탕 콘페이토라는 것. 일본에 16세기 유입된 이 사탕은 이후 전통 사탕으로 자리 잡으며 현재 약 60여 종류 이상이 생산되고 있는 인기 상품 중 하나이다. 19세기에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가 이 콘페이토를 대접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이웃집 토토로>의 먼지덩어리

검댕이들이 지급 받는 별사탕 콘페이토.


포뇨 -> 인어공주

<벼랑 위의 포뇨>

영화를 안 본 사람도 한 번쯤 “포뇨, 포뇨, 포뇨~♩”라는 노래를 들어봤을 것이다. 귀여운 캐릭터로 화제를 모은 <벼랑 위의 포뇨>는 인면어 포뇨와 인간 소년 소스케가 주인공이다. 영화를 봤으면 알아차렸겠지만, 포뇨의 원류는 인어공주다. 안데르센의 동화이자 디즈니의 유명 애니메이션인 <인어공주>를 지브리 스튜디오식으로 해석한 게 <벼랑 위의 포뇨>인 셈. 이름이 포뇨라서 일본 설화에 등장하는 인면어 ‘보녀’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탱탱한 고무공을 만지는 때의 느낌, 의성어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포뇨는 정확히 어떤 물고기를 본떠 디자인됐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북미 팬들은 도치과 물고기라고 추측하고 있으며 국내 팬덤 사이에선 멍게 새끼와 똑같이 생겼다는 시선도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