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할리우드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워너브러더스가 창사 100년 만에 첫 여성 CEO를 영입했다. 마초적 매력 물씬한 영화로 돈을 끌어모았던 스튜디오의 변화를 기대하게 된다.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스페셜 푸티지를 더해 재개봉했는데, 아직 전 세계 흥행 1위 <아바타>를 넘어서진 못했다. <라이온 킹>이 미국 예매 오픈 24시간 만에 <어벤저스: 엔드게임> 다음으로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흥행 대박을 예고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장이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으로 정해졌고, 1990년대를 풍미한 제작자 조엘 실버가 자신의 이름을 단 회사를 쫓겨나듯 그만뒀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은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를 하면서 기억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꿈의 공장이 아무리 열심히 돌아가도 현실의 드라마는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도 기억에서 잊히기 전 갈무리해둔 한주 간의 말말말을 모았다.
인터넷 팬덤 정말 해롭다
- 조지 R.R. 마틴 (<왕좌의 게임> 원작자)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즌이 방영될 동안, 우리는 약 10년간 TV 드라마를 사랑한 이들이 어떻게 분노를 뿜어내는지 목격했다. 에피소드 방영 때마다 소셜 미디어에는 격한 반응을 표출하는 건 기본이다. 불만족한 팬들은 시즌 8을 다시 만들자는 온라인 청원을 벌였고, 전 세계에서 무려 150만 명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왕좌의 게임>의 원작자인 조지 R.R. 마틴은 이렇게 “미친 반응”은 생전 처음 본다며 허를 내둘렀다. 그는 “인터넷은 옛날 팬진으로 통했던 팬덤 문화를 생각하면 많이 유해하다. 예전에도 서로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고, 분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에서 보는 만큼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마틴 또한 자신의 책으로 만든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이만큼 엄청난 팬덤을 쌓아 올릴 것이라 짐작 못했을 것이다. 그는 지금의 인기를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고, 아마 나 자신도 다시 경험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제작자로 참여하는 “<왕좌의 게임> 프리퀄 시리즈는 원작만큼 인기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The prolific author behind Game of Thrones is also a lifelong movie buff and invited us to interview him at his very own theater, The Jean Cocteau Cinema in Santa Fe, New Mexico. George and Leonard compared notes about starting out as a fan and contributing to fanzines, back in the pre-Internet era....
maltinonmovies.libsyn.com
007이 될 수 없는 이유가 피부색 때문이라니 마음이 아팠다
- 이드리스 엘바
이드리스 엘바는 몇 년 동안 차기 제임스 본드로 꾸준히 거론됐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스파이를 연기할 만한 매력과 연기력 모두를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 편에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고, 그 중에는 엘바가 흑인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본드가 될 만하다, 아니다로 설왕설래가 이어지지만, 정작 당사자인 엘바의 생각은 아무도 궁금하지 않은 듯하다. 엘바는 최근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한 번도 역할에 관심을 보인 적은 없지만, 제의가 들어오면 거절하진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피부색 때문에 “아닐 거야”라고 반응할 땐 “정말 마음이 아팠”는데, “그렇다고 자신이 ‘흑인 제임스 본드’가 되는 것 또한 부담”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내가 본드를 연기했는데 잘 안 된다면, 또 잘 된다면, 그게 내 피부색 때문일까?”라며, “꼭 해야 할 게 아니라면 나 자신을 그런 상황에 놓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https://www.vanityfair.com/hollywood/2019/06/idris-elba-cover-story
죄를 지었어도 재능은 부정할 수 없다
- 주디 덴치
#미투 운동으로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업계의 힘있는 사람들 몇몇이 몇 십 년 간 활동한 분야에서 퇴출됐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자 콘텐츠 소비자들은 범죄자들이 만든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갈등을 겪는다. 주디 덴치는 이에 대해 ‘사람은 미워하되 작품은 미워하지 말자’라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간 스페이시가 올드빅 극장에서 한 일을 부정할 것인가? 하비 와인스틴 영화를 제작한 영화를 안 보면 그만인가?”라며 “죄는 있어도 재능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덴치는 스페이시와 와인스틴 모두와 친분이 있는데, 스페이시는 덴치가 남편과 사별했을 때 큰 도움을 줬고, 와인스틴은 그의 아카데미 수상작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제작했다. 다만 덴치는 이들을 변호하진 않았으며, 스페이시의 혐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분노의 질주> 출연? 차라리 좋은 영화를 하겠다
- 데이브 바티스타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의도치 않았겠지만 레슬러 출신 배우들이 역대급 스타로 올라서는 기회를 주고 있다. 5편부터 루크 홉스를 연기한 드웨인 존슨은 자신만의 스핀오프 영화를 만들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 촬영에 들어간 <분노의 질주> 9편에는 존 시나가 새롭게 합류했다. 이쯤 되면 레슬러 출신 배우들 모두가 언젠가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만날까 기대도 하게 되는데, 또 다른 주인공, 데이브 바티스타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바티스타는 “드웨인 존슨과 존 시나가 <분노의 질주> 스핀오프를 찍고 바티스타가 빌런을 하는 거야”라는 트위터를 인용하며 “… 고려해 주신 점은 감사한데요…“라고 반응했다. 이 정도면 겸손한 반응이다 싶지만, ‘#차라리좋은영화할게요’라는 해시태그에 토하는 표정의 이모티콘까지 쓴 걸 보면, <분노의 질주>는 정말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