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이 고공행진 중이다. 개봉 첫 주는 조금 미적지근하게 보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5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디즈니 영화 중 ‘천만 관객 돌파’ 타이틀을 가져간 두 번째 영화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디즈니 영화의 흥행 순위를 바꿔버렸다. 이참에 디즈니 영화의 흥행 TOP 10을 정리해봤다.
※ 해당 리스트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 소속이지만 다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마블 스튜디오, 루카스필름의 작품을 제외한다(특히 한 회사는 TOP을 전부 채울 것이라 뺄 수 밖에 없다). 또한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의 통계의 관객 수로 순위를 정했다.
드디어 디즈니 영화 흥행 1위를 갈아치웠다. 이제는 ‘다 잊어’ 대신 ‘침묵하지 않아’가 대세가 됐다. <알라딘>은 역풍이 곧 순풍이 된 좋은 예시다. 처음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대중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피부색만 파란 윌 스미스”, “아저씨 같은 알라딘” 같은 미스 캐스팅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크린에서 만난 <알라딘>은 원작 못지않게 흥겨웠고, 눈이 즐거우며, 귀가 호강시키는 뮤지컬 영화였다. 원작을 기억하는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는 갈렸지만, 개봉 직전까지 이어진 캐스팅 논란은 역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극장으로 향하게 했다. 미나 메수드, 나오미 스콧, 윌 스미스의 케미스트리는 관객들의 심장을 뛰게 했고, 각종 특별관을 활용한 상영은 N차 관람 관객들을 늘려나갔다. 그렇게 5월 23일에 개봉한 <알라딘>은 7월 13일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디즈니 영화 중 두 번째 천만 관객 돌파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7월 16일, <겨울왕국>의 기록을 넘어서며 ‘역대 뮤지컬 장르 최고 관객수’를 기록해 여전한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알라딘>의 뒷심이 어디까지 갈까.
모든 걸 그대로 내버려 두라는 ‘렛 잇 고’의 마법은 강했다. 2위를 차지한 <겨울왕국>은 개봉 46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디즈니는 이 한 편의 영화로 ‘전체관람가 최초 천만 돌파’, ‘애니메이션 최초 천만 돌파’ 두 개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앞심은 좋았으나 뒷심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다. 최종 스코어는 1029만 명. 약 4천 명이 부족해서 1030만 명을 찍지 못했다. 하지만 <겨울왕국>의 여파는 천만 돌파에서 멈추지 않았다. 디즈니 굿즈에 대한 한국 대중들의 시선을 바뀌었고, 아이스쇼나 특별 전시회 등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이러니 올 연말 개봉할 <겨울왕국 2>가 다시 천만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질 수밖에.
<미녀와 야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즈니 실사 영화 중 최고의 스코어를 기록한 영화였다. 하지만 <알라딘> 열풍이 계속되면서 격차가 점점 벌어지더니 이제는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500만이 결코 적은 수는 아니지만, <미녀와 야수> 원작이나 이 실사 버전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아쉬울 만한 수치다. <미녀와 야수>는 개봉 주말에 120만 명이나 동원했지만, 평일에는 그만큼 관객을 모으지 못했다. 그래도 디즈니 실사 영화가 처음으로 흥행한 케이스고 전체 디즈니 영화 순위에서도 3위를 지키고 있으니 당분간은 오래오래 회자될 듯하다.
드디어 픽사가 등장했다. <인사이드 아웃>은 작품성에 비해 한국 흥행 성적은 그저 그랬던 픽사가 처음으로 터뜨린 ‘대박’이었다. 인간의 감정을 기쁨, 슬픔, 분노, 혐오, 두려움을 나누고 이를 통해 12살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인사이드 아웃>은 수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당시 극장가에서 가족 단위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화였고, 영화 자체도 상당한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에 4위로 시작해 1위까지 역주행했다. 픽사 최고 흥행작 <토이 스토리 3>가 148만 명이었는데, <인사이드 아웃>이 그보다 3배 이상 되는 496만 명을 동원해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주토피아>는 2월 17일에 개봉해 5월 22일까지, 무려 3개월에 거쳐 극장에서 상영되며 470만 관객을 돌파했다. 끝날 듯 끝나지 않고, 극장에서 내리려 하면 관객들이 다시 모여 ‘상영 연장의 꿈’을 이뤄주는, 무시무시하게 끈질긴 생명력으로 일명 ‘좀비피아’라고 불릴 정도. 더빙판의 퀄리티가 상당해 흥행에 일조했다. 더빙 성우들과 관객들이 만난 GV가 열렸고, 이 영상을 보고 영업당한 관객들이 다시 더빙판을 보러 가며 점차 관객 수를 늘려나갔다. 두터운 팬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준 경우. 더불어 디즈니가 얼마나 성숙해졌는지 보여주는 지표로서도 제값을 톡톡히 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정점을 찍은 영화. 1편과 2편에서 이어진 삼부작의 완결편이자 전편보다 더 (중국을 겨냥한)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다. 단점이 아예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시리즈 최고 제작비를 경신할 만큼 그 단점을 무마시킬 스케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 해적이란 소재나 판타지가 주류 장르가 아닌데도 4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금까지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중 관객 수 1위를 지키고 있다. 과연 다시 제작을 알린 <캐리비안의 해적> 신작이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나 살짝 기대해본다.
7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3,911,617
사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가 대성공을 거둔 건 그 전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이 상당히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를 처음 소개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는 200만 관객 돌파에서 만족해야 했지만, 캐스팅을 보강하고 좀 더 판타지적인 요소와 블록버스터의 재미를 더한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391만(공식통계로는 462만) 관객을 달성했다. 국내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도 이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코코>는 픽사 스튜디오의 작품 중 우리나라 문화와 가장 동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틴 문화계의 ‘망자의 날’을 소재로 삼았으니까. 하지만 공개된 영상에서 보이는 화려한 색감과 ‘픽사’라는 이름값은 관객들을 극장에 오게 할 만큼 강력했다. 그리고 역시나 어른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는 탄탄한 스토리로 꾸준히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거기다 감성적이고 톡톡 튀는 OST 역시 거리에서 심심찮게 들려올 만큼 유행했다. 다른 작품에 비하면 요란하지는 않으나, 실속을 제대로 챙긴 케이스.
9
토이 스토리 4
3,288,118(7월 21일 기준, 현재 상영중)
9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4>는 그 완성도나, 흥행력이나 모든 면에서 왜 돌아왔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전 <토이 스토리> 삼부작의 모든 관객 수를 합해도(물론 1, 2편은 전국 관객 집계가 아닌 서울 관객 집계지만) <토이 스토리 4> 관객 수에 못 미친다. 특히 <토이 스토리 3> 이후 <인사이드 아웃>이 픽사의 이름값을 대한민국 관객들에게 확실히 보여줬기 때문에 <토이 스토리 3>(148만 명)의 두 배인 300만 관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팬들이라면 300만이란 수치도 아쉬울 수 있겠지만, 마블(<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입소문 탄 역주행 영화(<알라딘>) 사이에서 거둔 성적임은 생각하면 픽사의 흥행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아직 상영 중이지만, 350만 내에서 멈출 것으로 보인다.
1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한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삼부작이 누렸던 어마 무시한 인기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는 영화로선 최고의 성적을 낸 셈. 개봉 첫 주말엔 101만 관객을 동원하며 폭발적인 티켓 파워를 보였지만, 전작들에 비하면 싱겁다는 평가와 전작 주인공 올랜도 블룸과 키이나 나이틀리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사실이 퍼지며 관객 수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그럼에도 최종 스코어는 313만. 해적 문화가 전혀 동떨어진 한국의 환경을 생각하면 잭 스패로우의 파워는 강력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